한경석 편집국장

요즘 세계적으로 빈부 격차와 금융 불안, 물가안정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가절감과 대량생산 시스템만으로는 고객을 감동시키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없다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서구 자본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양사상, 즉 공자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2500여 년 전 공자의 가르침이 그것이다. 공자는 그의 저서 ‘논어(論語)’에서의 핵심사상인 인(仁)은 사람이 둘(人·二)이 있다는 뜻으로 본다.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 둘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디든지 혼자 다니지 않는 한국인의 특성이기도 하다.

논어에서 공자는 우선 ‘눈이 녹으면 무엇이 것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물이 된다’라고 답하지 말고, ‘봄이 온다’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큰 흐름을 조망해 보면 우리 사회가 ‘몸의 시대’에서 ‘마음의 시대’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한 대형병원에서 효과적으로 병자를 간호하는 방법에 대한 실험을 했다. 가족이 와서 간호하는 경우, 전문 간병인이 간호하는 경우 등 다양하게 조사했는데, 뜻밖에도 개 한 마리와 함께 있는 경우가 치료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경쟁의 시대에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따라서 말을 잘 듣는 개의 간호가 치료에 좋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글로벌 경제위기의 근본적 이유이기도 하다. 잘못된 정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책이 잘못되었다면 왜 그런 정책을 세웠는지가 중요하다. 마음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경제위기의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이것은 앞으로는 ‘몸의 시대’가 가고 ‘마음의 시대’가 올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행히 다가오는 마음의 시대에 마음을 가장 잘 챙길 수 있는 민족이 한국인이다. 한국인의 기본 정서는 ‘네가 나이고, 내가 너’라는 것이다. 한국인처럼 나누기를 못하는 민족은, 다 같이 살든지 다 같이 죽자고 마음을 먹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이 열두 척의 배로 100척이 넘는 왜구의 배를 물리친 것도 바로 그 마음 덕분이다. 서양인이나 일본인들은 밥을 먹어도 언제나 정확하게 나눠서 밥값을 치르지만, 한국인들은 내가 다 내든지, 도저히 못 내겠다면 신발 끈을 천천히 맨다.

물론 한국인의 정서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장점은 ‘귀가 크다’는 것이다. 너의 의견이 나의 의견이기 때문이다. 나의 의견이 귀한 만큼 너의 의견도 귀하다는 것이다. 교장 선생님의 귀가 크면 학교에 활기가 넘쳐 신설 야구부가 우승을 한다. 반면 귀가 작으면 조직원 모두의 귀가 작아지고 조직의 활기가 죽어버린다는 것이 한국인의 단점이다. 의견이 달라도 표현할 수 없게 된다.

경쟁시대에 잃어버린 우리의 아름다운 마음과 ‘큰 귀’를 찾는 법 중의 하나가 바로 공자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것이다. 논어에 의하면 군자는 이유와 원인을 나에게서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찾는다고 한다. 모든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은 되는 일이 없다. 자기의 문제로 내 탓으로 돌리고 자기 변신을 하는 사람이 큰 성공을 하는 것이지, 남의 탓을 하는 사람은 성공하기 어렵다. 문제를 자기의 힘으로 해결하는 군자의 모습으로 인도하는 것이 바로 논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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