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미국 딜러들이 물량부족으로 비상이 걸렸다. 최근 파업으로 인한 공급부족과 일본업체의 물량공세에 밀려 미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2.6%였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 8.9%까지 올라가며 미국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던 게 바로 얼마 전까지의 일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상반기까지 지난해의 선전을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7월 들어 분위기가 급반전되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물량 확보다. 미국 전역에서 쇄도하는 현대·기아차 딜러들의 주문에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른 업체들에 비해 절반 수준의 인센티브가 이같은 상황을 잘 나타내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정보 제공업체 '에드몬즈닷컴'에 따르면 올해 1~7월 미국 자동차 업체의 평균 인센티브는 2173달러였지만, 현대·기아차는 각각 964달러, 1347달러를 기록했다. 현대·기아차의 재고일수도 최저수준이다. 오토모티브뉴스 조사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8월1일 기준으로 재고일수가 한 달에 미치지 못했다.

재고일수는 최소 두 달은 돼야 딜러에서 정상적인 전시 및 판매가 가능하다. 때문에 일부 딜러들은 전시할 차도 없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같은 현대·기아차의 물량부족이 수요 증가와 최근 파업사태에 따른 공급 차질에서 기인한다는 데 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쏘나타, 아반떼, K5, 쏘렌토 등의 차종은 시장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생산물량을 조절하며 적기 공급이 가능한 체제를 갖추고 있다. 기아차 조지아공장은 지난해 생산물량을 기존 30만대에서 36만대로 늘렸고, 현대차 앨라바마공장도 9월부터 6만대의 생산물량 추가 확보에 나서는 등 현대·기아차 모두 현지수요 대응을 위한 생산물량 확대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경직된 노동유연성, 낮은 생산성에 맞물려 최근 정치 파업, 임금협상 과정에서의 파업 및 잔업 거부로 8월22일 기준 현대·기아차의 생산차질은 8만8000대를 넘어서며 해외물량 부족을 가중시키고 있다. 7월 현대차의 전차종 수출대수는 9만4576대(선적기준)로, 6월의 12만6541대에 비해 25.3% 감소했다. 당연히 미국 수출도 줄었다. 현대차의 7월 미국 수출대수는 2만7101대로 6월에 비해 25.2% 줄었다. 기아차 역시 7월 미국 수출대수는 2만5917대로 전월 대비 12.7%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수출 차종의 경우 7월 수출 선적 대폭 감소로 인해 8~9월 이후의 판매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차의 엑센트, 벨로스터와 제네시스 쿠페, 투싼, 기아차의 쏘울, 포르테, 프라이드 등의 물량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반면 현대·기아차가 물량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최근 미국 자동차 시장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7월 미국의 산업수요는 115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8.9% 성장했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미국에서 자동차 시장이 성장세를 보인 것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판매 확대를 위해 신 모델을 대거 투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업체의 판매 증가가 파죽지세다.

7월 토요타의 판매대수는 13만9759대로 작년 동기 대비 23.9%, 혼다는 10만4119대로 4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4.1% 증가해 산업수요 증가율 8.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대·기아차의 물량 부족은 지난해부터 계속 이어져왔다. 일본업체 역시 지진 및 태국 홍수 피해 등에 의해 공급 부족 상황을 겪었지만 공급 부족 상황이 개선되고, 높은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전방위 공세에 나섬에 따라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업체가 미국시장 산업수요 증가분을 고스란히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객층이 겹치는 현대·기아차의 대기 고객 및 가망 고객이 최근 물량부족으로 인해 대량으로 이탈, 일본차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번 꺾인 판매 모멘텀은 쉽게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대·기아차로서는 더욱 다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속적인 물량 공급 및 생산 차질의 최소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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