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예찬

이 글을 쓰면서 부제로 택시예찬 이라고 먼저 언급 해놓고 싶다.  50대에 접어든 한 김기사의 5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가본다. 아니 훨씬 더 어릴적 때로 거슬러 가본다.

유복한 집안에 태어났지만  유년시절부터 가만히 않아 하는 공부나 책읽기 보다 돌아 다니기를 좋아해 툭하면 이웃마을로 훌쩍 떠난 아이를 찾아 나선 부모한테 혼쭐나기 일쑤였고 조금 더 자란 소년은 중학교시절 여름방학을 이용해 양산,울산근교 도보여행을 시작으로 고교3년때는 대학 예비고사 후 자전거로 경상남도 일주하며 온 천지를 누비고 다녔고 보헤미안적인 성품이 강해 유랑과 여행을 일삼았다. 

또  주위의 부러움을 받으며 당시 잘 나가는 명문대 공과대학 입학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나라의 어려운 사회적 시국 사건들을 온 몸으로 겪던 시기라 설레이는 면학의 기대치 보다 군인들의 학원 난입을 보면서 정의로운 사회적 가치에 대한 회의가 일어었고 금기야는 여타저타의 핑계로 이어져 학문의 자포자기 상태가 되어 다시 유랑의 길로 이어졌다. 

부모님의 마음에 상처를 새기며 떠난 세게일주는 나의 자아를 크게 깨우치게는 했지만 보라빛 인생의 미래가 완전히 좌절된 힘든 시기를 격게되고 주색잡기와 가산탕진이란 쇠락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어느듯 세월은 그야말로 유수같이 흘러 어렵사리 결혼한 아내와 둘 사이에 태어나 훌쩍  커져 있는 아이들이 보이며 미래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진지하게 일자리를 고민하게 되었지만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없이 게을받게 놀고먹던 처지라 새로운 직업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그래도 주제넘게 직장에 대한 까다로운 나의 입맛과 철칙이 있었는데 출퇴근이 자유로와야 하고 늘 음악을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천성이 앞선 주유천하에 부합되는 일자리를 찾다보니  일자리 찾기가 그리 녹녹치 않던중 친척 결혼식에서 만난 먼 친척중 개인택시를 몰고 나타난 아제를 통해 택시라는 일자리가 매력있게 눈에 크게 확대되어 꼽혔다.

하지만 예사롭게 생각했던 자격시험이 만만치 않아 4전5기끝에 가까스로 합격 공고를 보긴 하였는데 나의 생전에 이렇게 어려운 시험은 처음 이였던것 같았다. 차라리 고시공부를 했더라면...ㅋㅋ 어쨌던 어렵사리 시작하게 된 일은 예상보더 훨씬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시작 했는데 취중승객,사고위험,사납금등등은이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되기도 하였다.

선배들의 말대로 시쳇말인 369가 여기 택시업계에도 있어서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통상 택시운전을 시작한지 3개월 6개월 9개월째 이직률이 심한고 1년만 잘 버티면 일의 노하우도 생기고 수입도 따라 온다면서 그리고 덧 붙이는 曰씀이 옛날 사냥꾼들의 일화를 들려 주었다.

초보 사냥꾼은 새벽에 나가 이산저산 종횡무진 누비고 다녀도 저녁에 겨우 까투리 토기 몇 마리가 고작이지만 노련한 사냥꾼은 온종일 주막에서 낮잠자다 해거름에 잠시 나갔다 와도 승냥이 멧돼지 한마리 짊어지고 온단다. 지금은 나도 이 이야기를 택시라는 직업에 입문하는 후배들에게 꼭 들려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언 5년여라는 세월이 지나 자녀들도 명문대 입학과 함께 자기 몫을 훌륭히 다 하고 있고 따라서 그 동안의 뒷바라지가 헛 되지 않았음에 이젠 직업에 대한 자긍심과 함께 택시라는 직업예찬론자가 되어 버렸다.

예컨데 5년여 1800여 날에 가까운 가까운 날을 스케치 해보면 그날 그날의 풍경이 하루라도 같은 날이 없었고 비  내리는 크리스마스,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바람부는 크리스마스, 추운 크리스마스, 연인들이 싸우며 지나 가는 거리,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걷는 거리, 강변을 달리고, 해변을 달리고, 산길을 달리고,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고, 시원한 고속도로를 내달리고, 어떤날은 멋스러운 숙녀와, 어떤날은 멋진 신사분과, 때로는 법관, 때로는 교통을 단속하는 경찰과, 드라이브를 함께 하기도 한단다.

가끔 만취한 취객들로 인해 몸서리 칠만큼 진절머리도 나지만 그게 뭐 자주 있는 일인가? 지금은 어느정도 눈치껏 피할 줄도 안다. 

이렇게 저렇게 달리다 보니 차내에서는 그날그날의 풍경에 맞춰 잘 선곡된 음악이 방송국 유명 DJ에 의하여 흘러 나오고 있다.

가끔은 듣고 싶은 음악을 신청하여 승객과 함께 듣기도 하는데 너무 멋지다.

그 보다 더 좋은 것은 명품 외제차로 야! 타!라는 외침이 아니라도 예쁜 소녀들과 젊고 예쁜 아가씨들이 스스로 쪼르르 달려와 타며 캔 커피를 전해주고 내릴때면 고맙다며 돈까지 주고 내리니  어찌아니 택시운전을 3D라고 함부로 평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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