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박하는 수능감독관 차출, 진단서까지 요구

최우성 한국교사학회 정책실장/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공동대표

일선 학교 교사들은 수능 감독관으로 차출이 되는데 구인란으로 전국의 중·고등학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차출된 교사들은 하루전인 13일에도 해당 시험장교에 출장으로 방문하여 장시간 전달연수를 들어야 하며, 정작 본인들의 수업도 다른 교사에게 교환수업이나 보강처리하고 출장에 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12일 동안 차출이 되는 것으로 해당학교는 수많은 차출교사로 인해서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되지 않아 휴업을 하거나 단축수업 등 비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겁박으로 다가오는 수능감독관 차출, 진단서까지 요구

오는 11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을 앞두고 일선학교에는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관 선정을 위한 교사 추천 협조 요청의 공문이 하달됐다. 공문에서 교육청은 수능감독관이 곤란한 교사의 경우, 진단서를 학교에 제출하고 학교장은 진단서를 통해 사유를 확인하고, ‘학교장 의견서에 학교장 사인을 날인하여 파일로 교육청에 제출토록 하고 있다.

수능감독관에 대해 불편해하시고, 신체적, 정신적으로도 힘든 공포감으로 다가오는 업무에 대해 진단서까지 요구하면서 수능감독관 차출에 있어 진단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무조건 차출 명단으로 올려달라고 하는 것은 거의 겁박 수준이라고 보여진다. 과연, 수능감독관을 못하는 경우, 진단서까지 발급하여 제출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옳은 일인지 되묻고 싶다.

수능감독관, 교사들만 해야될만한 타당한 이유나 근거가 존재하는가

교육청에서 하달되는 공문 어디에도 교사들만 수능감독관을 해야한다는 이유나 근거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사들은 그동안 지도하였던 제자들이 보는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시험이라는 것에 자긍심을 갖고 힘들더라도 수능감독에 임했던 것이다.

문제는 최근, 급증하는 수험생 민원과 선택 과목수 증대 등으로 해마다 신체적, 정신적 부담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수능 관리 시스템은 과거에 고착되어 감독관 기피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작년 10월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전국의 중등교사 5032명을 대상(중학교 38.7%, 고등학교 60.1%, 교육청 등 기타 나머지)으로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교사들 사이에서 수능 감독관 차출을 기피하는 풍토가 생겨나게 된 이유는 과도한 심리적 부담 및 체력적 부담’(복수 응답 항목에서 각각 71.8%71.5%)인 것으로 나타났고, 3순위인 낮은 감독 수당(28.2%)과의 격차도 상당했다. 통상, 시험 감독 업무는 물론 수험생 소지품 관리 업무까지 포괄하는 1교시 당 2~3시간에 이르는 감독관 업무 수행시간 동안 교사들은 극도의 긴장 속에서 군대 위병에 빗댈 정도로 고정 경직된 기립 자세를 취하고 있어야 한다.

한 감독관이 통상 수능의 4개 교시 중 3개 교시에 투입되고 있는 까닭에 식사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 동안 정신적, 신체적 부담을 감내해야 하며, 그런 까닭에 기립성 저혈압 등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존재하고 있다. 실제로 1교시 국어는 80, 2교시 수학은 100, 3교시 영어는 70, 4교시 선택과목은 한국사 30분과 탐구(사회/과학/직업탐구)는 과목당 30(최대 2과목 60), 5교시 제2외국어/한문은 과목당 40분으로 시험 시간이 편성되어 있어, 1, 2교시 연달아 감독하는 교사의 경우는 180분을 서서 감독해야 되며, 3, 4교시 연이어 감독하는 교사는 최대 160분을 감독하는 것으로 감독관의 인권이 철저히 무시되는 처사이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실천교육교사모임은 "1순위였던 감독용 키높이 의자 배치(67.3%) 같은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수능 시험의 수혜를 보는 대학의 적극적인 동참(2순위, 63.1%) 등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론, 수능이 자격고사라면 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나 최근의 정시 확대 흐름에서처럼 선발에 방점이 찍혀지게 된다면, 그 수혜를 받는 대학에서도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지적이다.

수능시험을 주관하는 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나설때

수능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은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 수능시험에 종사하는 모든 것에 대해 관여하고 있다. 하지만, 수능감독관 차출에 있어서는 오직 현직교사들에게만 의지하는 경직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교사뿐만아니라 대학교원, 공무원 등 수능감독관을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감독관 인력풀을 구성해야 한다. 일선학교 교육과정의 파행을 불러오는 교사 차출이 과연 교육적인 방법인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아울러 수능 감독관 관리(차출 및 배정)의 합리화 및 투명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세부 서술형 설문 결과를 보면 수능 주관교의 텃세(중학교 등 타교에서 차출된 교원에게 어려운 업무 일방전가), 연줄 및 연공 서열식으로 업무 난이도가 낮은 예비감독관, 서무요원 배정, 버티기 능력에 따른 학교별 감독관 차출 인원(비율) 격차 극심, 허위 진단서 발급에 의한 감독 열외를 거르지 못하는 시스템, 업무 난이도가 낮은 서무요원에게 과다 지급되는 수당 등에 대한 지적이 집중 제기되고 있다.

두려움과 공포로 몰아넣는 수능감독관 차출부터 교육까지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관 선정을 위한 교사 추천 협조 요청은 그야말로 겁박 수준이다. 몸이 아파서나 하기 싫어서 수능감독관 차출을 거부하는 방법은 진단서 제출밖에 없다.

몸이 아픈 교사나 두려움과 공포에 질린 수 많은 교사들은 차출을 거부하고 있는데, 진단서 발급하러 병원에 가야만 한다. 물론, 진단서 발급 비용은 교사 본인 부담이다.

수능 감독관 경험이 많은 교사는 "해당 수능시험장교 담당관들이 본인의 면피를 위해 관리 매뉴얼을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그냥 읽어 연수 효과가 낮으며, 극단적인 상황을 열거해가며 모든 책임을 수능감독관에게 돌리며 감독관으로 차출된 교사들의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공포감을 유발하는 행태 등에 대한 지적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말한다.

수능시험 1교시와 2교시를 감독하면 최대 180, 3시간이며, 앞뒤로 감독 준비시간까지 포함하면 거의 4시간 이상을 감독관 업무 수행을 위해서 수험생들에게 로봇처럼 안내만 하면서 서서 있어야 한다.

이것은 그야말로 한 인간에게 너무나 가혹한 인권침해 처사이다. 이제 수능 감독관 기피 풍조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수능감독관 인원보다 2배 이상으로 늘려야 하며, 과도한 신체적 부담을 경감할 키높이 의자 배치, 연공 서열이나 인맥 중심의 감독관 관리 체계 정비, 수능감독관 연수 내실화, 수능 관리를 대학과 분담할 방안 모색이 절실히 필요하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모든 국가 시험에는 다양한 직렬과 직종의 공무원들 중에서 희망하는 경우 감독관으로 차출된다. 조속히 공론화를 거쳐 교사에게만 고통을 전가하는 수능감독관 차출은 없어져야 한다. 차출된 빈자리로 인해 일선학교는 단축수업, 재량휴업일 등으로 파행을 매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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