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 칼럼] 행복을 유보하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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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칼럼] 행복을 유보하는 대한민국
  • 최우성 기자 겸 논설위원
  • 승인 2019.08.2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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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 왜 지금 행복하면 안돼?

용인에 사는 4인 가구는 큰애인 고2는 국어, 영어, 수학 과외비와 독서실 비용으로 100만원이 훌쩍넘는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있고, 막내인 초4 아이는 예체능 사교육비와 선행학습으로 영어, 수학 등을 과외비로 부담하여 월간 사교육비로 150~200만원을 부담한다. 위 사례처럼, 한국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현재의 행복을 유보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811일 한국노동연구원이 실시한 청년층 고용·노동 실태조사에 의하면, 153425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청년의 행복과 불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56.0%불행하다는 답을 내놓았다. ‘행복하다는 응답은 22.1%, ‘중간이라고 밝힌 답변은 21.9%였다. 취업자의 57.1%, 구직자의 57.8%가 불행하다고 답변해 취업 여부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청년층의 56%가 불행하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2017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개한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 BLI) 2017’에서 한국은 38개국 중에서 29위를 차지했다. ‘삶의 만족도항목에서는 5.9점을 얻어 OECD 평균 7.3점에 한참 모자랐으며, 조사대상국 중 최하위권인 31위를 차지했다. OECD더 나은 삶 지수는 회원국의 삶의 질 수준 측정을 위해 사용하는 지표로 주거, 환경, 삶의 만족도 등 11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격년으로 측정 결과를 발표한다.

1966년 미국 스텐퍼드대 심리학자인 월터 미셸 박사팀의 마시멜로 실험에서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실험은 유명하다. 연구원은 아이에게 마시멜로 1개를 준 뒤, 15분 동안 먹지 않고 있으면 마시멜로 1개를 더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15년이 지난 지난 1981년 실험에 참가했던 아이들을 다시 만났을 때 15분의 유혹을 참은 30%의 아이들은 학업성취도, 건강 상태, 사회적응력, 가족 간 관계 등이 월등히 좋았고, 45년이 지난 2011년의 후속조사에서도 사회적, 가정적으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52년 후인 지난 20185월 미국 뉴욕대의 타일러 와츠와 UC 어바인의 그레그 던컨, 호아난 콴은 마시멜로 실험을 재현한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어렸을 때 참을성이 강하면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근거가 빈약한 것으로 밝혀졌고, “두 번째 마시멜로를 기대하며 참을 수 있는 능력은 대체로 아이의 사회경제적 바경에 의해 형성되며, 아이들의 장기적인 성공 여부는 참을성이 아니라 배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아직도 실패는 참을성이 부족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많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현재의 불행은 참고 견뎌야 미래의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올인하는 대입 입시 구조 체제에서의 한국 학생들의 행복 유보하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학생들이 현재 다니는 초고교에서 행복을 계획하고 주도하는 학생중심교육과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행복을 줄 수 있도록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학생들이 행복하려면 과도한 입시경쟁을 부추기는 학벌주의 타파가 필요하다. 상급학교, 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학생들은 수면부족과 과도한 학업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입시와 경쟁을 위한 공부는 학생들의 학업에 대한 자존감과 흥미를 떨어트린다. 학생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에 대한 즐거움과 행복을 스스로 찾고 디자인하는 교육과정으로 꾸며져야 한다.

매년 많은 학생들이 자해, 자살, 자퇴, 학교폭력을 떠올리면서 힘들게 버티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학생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학교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아직도 많은 학교에서 두발규제, 복장규제, 반강제적 자율학습, 보충수업 등으로 행복을 유보하면서 불행을 겪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가 되도록 수업속에서 이뤄지는 과정평가, 수업 내용의 미래지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행복을 유보하지 않도록 학교 안에서 자아정체성을 찾고, 자신의 삶과 연계가 되며, 미래의 핵심역량을 키울 수 있다면, 아마도 미래의 행복을 현재의 행복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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