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불과 3~4년새 생긴 변화들

 

 

방과후학교가 학교에 있은 지 13년째이다. 2005~2006년 처음 시행되었고, 그 이전 90년대부터 했던 특기적성교육, 특별활동 등까지 하면 20여년을 훌쩍 넘는다. 필자도 특기적성교육부터 시작하여 방과후학교까지 20여년을 학교에서 수업을 해왔으니 꽤 오랜 동안의 증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 시작할 때보다 많은 것이 변했다. 특히 절차가 좀더 복잡하고 까다로와지기도 했고, 예전에 없던 생소한 과목이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했다. 겉과 속 모두 바뀐 많은 것들 대부분 이해하는데, 달라진 것 가운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방과후학교 그 자체를 학교의 수업으로 보지 않으려 하는 분위기, 사교육으로 보는 분위기다. 방과후학교 강사들도 사교육업자, 학원 강사 취급을 받는다. 몇 년 전까지도 이런 분위기가 없었다. 최근 3~4년새 일어난 변화이다. ‘방과후학교는 교육이 아닌 사회복지의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방과후학교는 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이 아니기에 방과후 활동이라고 불러야 한다’, ‘방과후학교는 학교에서 할 일이 아니다. 마을과 지자체가 맡아야 한다.’ 등의 주장이다. 학교에서 열심히 일해온 방과후학교 강사들에게는 이렇게 불안한 분위기가 또 없다. 불과 몇 년새 어찌 이렇게 된 것일까.

 

공교육을 학교가 아니면 누가 하란 말인가. 학부모도 학교에서 하는 교육이기에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고, 학생들도 학교의 선생님이 하는 수업이라 좀더 애착과 몰입을 할 수 있다. 학교에서 십수년간 꾸준히 잘 해왔고, 눈에 띄는 많은 성과도 있었다. 방과후학교를 통해 방황하던 아이들이 진로과 전공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학교가 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일부 교사들 집단 또는 단체이다. 일부 학부모 단체도 있다. ‘교사들의 업무 경감요구가 가장 큰 원인이다. 격무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노고를 덜어주어야 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야 없지만, 그 방법이 왜 하필 방과후학교를 난도질하는 것이란 말인가. 여러 교육청들은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여 이미 방과후학교를 손보고 있다. 서울 혁신교육지구 사업 일부로 구청에서 운영하는 방과후학교가 있다. 여러 학교가 이미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위탁업체가 하던 일을 구청이 한다. ‘지역사회와 지자체가 하는 방과후학교사업은 이미 현실 속으로 와 있다.

 

또다른 위탁이고 간접고용일 뿐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선언을 했지만 갈길이 멀다. 공공기관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채용하는 대신 자회사라는 것을 만들어 간접고용하는 편법을 쓴다. 서울대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렇고,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들이 그렇다. 이들은 장기간 법정투쟁, 농성 등 강도 높은 투쟁을 하며 본사가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분명 본사의 지시를 받고 일을 하고 본사가 정한 장소와 시간에 본사의 시설로 업무를 하는데도 본사 소속이 아니고 자회사 소속이라고 한다. 자회사도 모기업 소속이고 이 또한 정규직이라고 하지만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음을 경험으로 안다. 이런 꼼수는 공공기관뿐 아니라 많은 민간기업에서도 보아왔다.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기 싫고 책임을 지기 싫으니 하청업체나 자회사를 통해 간접고용을 한다. 일하다가 노동자가 다치거나 심지어 죽어도 기업은 책임이 없다고 발뺌한다. 고 김용균 노동자, 이민호 노동자, 그 밖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그렇게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비슷한 일이 학교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방과후학교가 그렇다.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분명 학교장의 지시를 받고 학교에서 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학교의 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을 하는데 학교 소속 노동자가 아니라고 한다. 근로계약서가 아닌 ·수탁 계약서를 쓴다. 관리하는 일이 귀찮다고 민간업체에 위탁하기도 하고, 이것도 모자라 학교가 아닌 지역사회와 지자체가 맡으라며 내보내려 한다. 이런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어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현실은 그야말로 가시방석이다. 이렇게 불안한 강사들이 하는 교육의 질이 좋아질 수 있겠는가.

 

서울 일부지역 학교와 같이 구청에서 운영을 하는 방과후학교에서는, 학교장의 지시를 받지 않고 학교에서 정한 시간과 장소와 계획을 따르지 않고, 교육청의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고, 학교의 학생이 아닌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나도 당연히 그렇지 않다이다. 민간위탁이든 지자체위탁이든 어떤 형태라도 결국은 학교에서 하는 교육이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다. 그런데도 학교에서 직접 운영을 하지 않고 책임이 없다고 하고 지자체와 지역사회에 맡긴다니, 여러 공공기관이나 기업들이 자회사를 만들고 하청을 주며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책임을 미루고 발뺌하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책임을 놓으면 가장 약한 고리가 피해를 입는다.

 

모든 학교의 교육은 교육 그 자체로서 잘 되도록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교육을 논의하는데 교육이 아닌 다른 이유들을 들며 이리저리 난도질하는 것은 교육자로서 할 일이 아니다. 교육을 위한다면서 교사들의 업무가 많다는 이유를 들어 민간에 위탁을 주고 지자체에 떠넘기기도 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인가? 내 일이 많고 힘들다고 함께 일하는 다른 직장동료를 내보내자고 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까? 이를 두고 학교업무 정상화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결코 정상이 아니다.

 

공교육을 하는 기관이 학교의 교육과 업무를 학교 밖으로 내보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알 수 있는 사례는 이미 있다. 2018년 말 경기도 화성시 학교상담사들이 집단으로 해고되었고, 공무직 노조에서 반발하여 장기간 시위, 농성, 단식 등의 투쟁을 한 끝에 최근에서야 다시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교육청이 상담사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화성시에 맡겼고, 이마저도 민간기관에 위탁을 주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애초 교육청이 직접 고용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또 박근혜 정부 시절 잘 알려진 보육 대란을 우리는 기억한다. 국가에서 책임져야 할 누리과정의 예산 책임을 교육청에게 미루면서 일어난 일이다.

 

이와 비슷한 방과후학교 대란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작은 사례들은 벌써 있었다. 서울 보라매초등학교는 2016년까지 구청에서 방과후학교 보조인력(코디) 인건비를 지원받아 왔다. 그러다 2017년에는 지원금이 없어져 보조인력을 운용하지 못했다. 관리 업무를 할 인력이 없어 교사들의 업무가 많아지니 결국 20172학기에 강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업체위탁으로 전환했다.

 

마을 방과후학교 역시 이렇게 될 수 있다. 서울 구청들이 어느 순간 방과후학교 사업을 종료한다고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대란은 피할 수 없다. 지자체는 교육기관이 아니다. 교육을 끝까지 제대로 해야 할 책임이 없다.(일부 교사들은 학교도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언제 사업이 종료되고 없어질 지도 모르는 불안한 사업이다. 선거로 구청장이 바뀌고 방과후학교 사업을 종료한다라고 선언하면 어찌 될까? 학교들이 이전대로 직접 운영을 할까? 아마 다시 떠안기 싫다고 모두 민간업체에 위탁을 하거나 규모를 축소하지 않을까. 결국 피해는 학생들과 학부모, 강사들이 떠안게 된다.

 

방과후학교도 학교에서 하는 공교육의 한 축이다. 공교육은 학교와 교육청이 책임지고 잘 되도록 노력하고 직접 운영해야 한다. 그것이 책임있는 기관으로서 할 일이다.

 

이진욱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지부장

저작권자 © 티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