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통지도과 정법권 과장 인터뷰

영업용 택시들 금액 채우기 위해 심야 불법영업
“택시기사는 우리나라 대표 얼굴…안전운전 하길”

운전자들은 ‘단속’이라는 말이 얼마나 골치 아픈지 너무 잘 안다. 잠깐 도로가에 차를 세워뒀는데 과태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와 억울한 경우도 많다.

지나가는 손님을 태워야 하는 택시기사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서울시 교통지도과 정법권 과장은 알게 모르게 마찰을 빚고 있는 택시기사들에게 안전운전을 당부하며 입을 열었다. 종로구청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9년째 공직생활을 해 온 정법권 과장은 지난해 8월 서울시 교통지도과에 발령받은 뒤 교통 단속 업무를 1년간 담당했다.

그는 “교통지도과의 주업무는 무단주정차를 단속하는 일”이라며 “택시를 포함해서 화물차, 관광버스 등 사업용 차량을 단속하다보니 인력이 부족할 정도”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터무니없는 요금을 물린 불법 콜밴 차량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터기 설치도 하지 않고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불법 콜밴 차량들을 단속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면서 “이들 때문에 선량한 콜밴 차량이 욕을 먹고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안 좋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은 서울시에서 단속을 나오면 무턱대고 단속만 한다는 불만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정 과장은 “단속을 하다보면 실적을 쌓기 위한 단속을 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면서 “택시기사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무분별한 단속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택시기사의 안타까운 사정은 택시회사의 사납금제도와 관련이 있다. 정 과장은 “심야에 영업하는 택시는 보통 개인택시보다 법인택시가 더 많다”며 “영업용 택시들이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언급했다. 정 과장은 “법인택시가 영업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데 택시를 타려는 승객과 방향이 달라 승차거부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만약 을지로에 있던 택시가 일을 마치고 양천구에 있는 회사에 가려고 하는데 손님이 노원구로 가자고 하면 애매한 상황이 돼버리는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서울시에서 이렇게 승차거부를 당한 승객은 다산콜센터(120번)에 신고하게 돼 있다. 생각지도 않게 승차거부를 당한 승객은 기분이 나빠져 신고를 한다. 그러면 다음 날 교통지도과에서 그 승객에게 전화를 걸어 당시 상황을 확인하고 수사를 하도록 한다. 정 과장은 “순간 욱하는 감정에 신고했던 승객이 마음이 바뀌어 신고를 취하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승객은 스마트폰으로 차량 사진을 찍고 적극적으로 신고를 하는 바람에 안타까울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단속을 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장애인 운전기사를 만날 때였다고 했다. 몸도 불편해서 남들보다 어려운 상황일 텐데 교통법규를 위반해 단속을 해야만 하는 경우다. 단속을 하다보면 전광판에 ‘빈차’라고 해놨던 택시가 승객과 가는 방향이 다를 때 ‘예약’이라고 바꾸거나 불을 꺼버리는 경우도 간혹 발견한다고 했다. 그는 “택시는 아무 곳에서나 손님을 태울 수도 내리게 할 수도 있지만 버스정류장, 사거리 코너, 시장 앞 등에서 줄지어 서 있는 경우에는 피해를 양산하고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단속을 하는 것”이라며 “이 모든 것이 택시회사가 기사들에게 터무니없는 사납금을 요구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과장은 이와 함께 택시기사들이 겪고 있는 폐해에 대해 밝혔다. 그는 “개인택시면허에 연령제한이 없다보니 기사들이 면허를 파는 일들이 많다”면서 “면허를 팔고 법인택시에 다시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도박·노름을 하는 경우도 많이 발견했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앞으로 남은 근무기간 동안 택시회사의 도급제를 없애고 전액관리제를 정착시키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서울시 255개 회사가 모두 전액관리제를 도입하게 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택시회사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택시기사님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얼굴”이라며 “힘들고 열악한 여건에서 일하시는 택시기사님들이 무더운 여름에도 힘 내셔서 안전운전 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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