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의 문화와 사회시스템이 변화돼야

전북 고창초 정재석 교사

나에게는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했던 조카가 있다.

조카가 4학년 때(2017)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서 일주일만에 야구를 그만둔 적이 있다. 훈련이 힘들기도 했지만 구타가 만연한 야구부의 풍경때문이었다. 코치가 야구배트로 아이들을 엎드려 뻗쳐를 시켜서 때리거나 뺨을 때렸다고 한다.

체육계는 과거에도 지금도 폭력에 물들어 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소년체전 폐지를 선언했고 안민석 국회의원은 합숙소 폐지를 주장한다. 소년체전 폐지와 합숙소 폐지가 선수들의 폭력을 줄여줄 수 있는 정책이긴하다. 하지만 운동계의 폭력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왜 맞고 있는가? 인기종목인 축구, 야구는 주전경쟁이 심하다. 그 상황에서 지도자의 폭력을 내부고발하는 것은 학생이나 부모입장에서는 쉽지 않다. 비인기종목들은 도제식 교육이 많고 진학, 청소년대표, 실업팀 취업 등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도자의 권력이 막강하다.

이러한 구타의 세습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2004년 KCC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미국인 용병 민렌드의 삶을 살펴보면 그 해결책이 보인다. 민렌드는 선수생활을 마치고 현재는 올랜도에서 약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운동 아니면 길이 없게 만드는 현실 때문에 지도자가 구타를 해도 복종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이 운동이 아닌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공부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두번째로 육체적 체벌에 대해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유럽으로 유학가서 성공한 손흥민이나 이승우는 맞지 않고도 창의적이고 훌륭한 선수가 되었다. 학교에서도 회복적생활교육이나 학급긍정훈육이 대안적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듯이 체육계에서도 체벌 아닌 프로그램을 적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수에 대한 인권의식의 대전환과 승자독식의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 금메달을 따면 누리는 혜택이 너무 많다보니 인권보다 금메달획득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승자독식의 시스템을 탈피해서 운동하는 선수들에 대한 혜택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보장해줘야 한다.

눈물의 금메달보다 4등을 해도 행복하게 웃는 선수들이 되도록 체육계의 문화와 사회시스템이 변화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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