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으로 사회적 안전망이 두터웠으면

정재석(전북 고창초등학교 교사)

요새 SKY 캐슬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작가가 취재를 상당히 열심히 한 인상을 받는 드라마이다. 상상으로만 쓰기에는 디테일한 현실 세계의 일들을 잘 그려내고 있어서 드라마가 흡입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댓글들을 보면 이상주의자인 이수임(이태란)보다 욕망의 상징인 한서진(염정아)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실의 세계에서는 초상위권 아이들은 적성과 상관없이 대부분 의대에 지원한다. 가끔씩 소신있는 학생들과 철학있는 부모들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기도 한다.

보통의 일반고에서는 전교 1등만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파견교사로 잠깐 있었던 싱가포르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극상위권 학생만 진학했으며 유교 문화권이어서 그런지 자녀가 의대를 가면 매우 자랑스러워했다. 영어 파견교사로 갔던 미국에서도 1% 학생들만 가는 곳이며 자부심이 강하다고 하였다.

네덜란드는 입시경쟁 과열을 막기 위해 인기학과인 의대, 법대는 추첨으로 입학을 한다. 물론 점수가 높은 아이들의 추첨확률이 높긴 하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하위권 학생이 네덜란드 의대에 입학해서 후에 세계적인 의사가 되기도 한다. 네덜란드처럼 우리나라가 추첨을 하는 일은 없겠지만 성적이 좋다는게 좋은 의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 수 있다.

SKY캐슬에서는 서울대 의대를 가기 위해 기득권층들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잘 보여준다. 요새 의대는 배치표의 최상단을 채우고 있으며 의대가 끝난 후에 서울대 일반전공이 뒤따를 정도이다. 서울대 의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은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브랜드이다. 그래서 병원광고를 보면 의료진 소개에 서울대 의대라는 걸 많이 노출시킨다.
의대 서열화는 얼마전 서남대 폐교 사건에서 잘 볼 수 있다. 서남대의 타전공 학생들은 학교 정상화를 외쳤지만 서남대 의예과 부모들은 자녀들을 전북대 의예과에 편입시키기 위해 폐교를 주장하였다. 결국 폐교가 되었고 전북대 의예과에 다닌다.

왜 1% 아이들은 그리고 그 부모들은 의예과에 보내는가?

일단 의사라는 직업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의대를 졸업하고 공보의 3년이 끝나고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35세에 전문의가 될 수가 있다. 여의사는 32세에 전문의가 된다.
전문의가 되면 의사를 원하는 병원이 많기 때문에 취업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보통 페이닥터를 하거나 개업의를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도 요양병원 의사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할 수 있는 직업이다.
현직 K 전문의는 “실제 폐업하는 병원이 증가하고 있고 의사의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고 의사들이 환자들의 리밴지 폭행에 노출 경우도 많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두 번째로 의사라는 직업은 수입이 좋다. 페이닥터는 보통 월 1천 이상을 받고 개업의는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동네 병원기준 월 2천의 수입을 올린다. 개업의가 망해도 페이닥터로 가면 되기 때문에 의사들을 걱정해 줄 필요는 없다. 결국 의사들은 평균 20억 정도의 자산을 소유하게 된다. 사람이 물질로 행복할 수 있는 수준이 20억 정도라고 한다.

세 번째로 사회적 인정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의 금메달 감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도전하지만 극소수만 차지할 수 있는 자리이다. 리미티드 지위인 것이다.
현직 K 전문의는 “의사들 중에는 의술을 베풀고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히포크라테스 정신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의사들도 많이 있으므로 의사를 단지 부유층으로만 인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자신의 적성과 소질에 상관없이 의대에 매몰된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선택에 대해서는 존중한다.

의대지상주의를 탈피하기 위해서 세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국가적으로 사회적 안전망이 두터웠으면 좋겠다. 사회적 안전망이 견고하다면 굳이 의대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도록 일자리 복지가 잘 되어 있으면 좋겠다. 특히 의대에 지원하는 아이들이 갈만한 연구원의 계약직이 많고 그 대우가 좋지 않다. 이러한 점은 개선되어야 한다.

둘째, 의사 소득이 상대적으로 너무 많으므로 세금을 많이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덴마크도 의사가 돈을 많이 벌긴 하지만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에 개인이 가져갈 수 있는 수입의 차가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의대 쏠림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셋째, 소신있는 학생들과 철학있는 부모들이 많아져야 한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안정적이고 부자가 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기 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직업을 선택해야 행복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영재인 조카가 수학자가 된다길래 응원해주었는데 어제 갑자기 법의학자가 된다고 하니 당황하였다.

결국 의대간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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