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10일 "물가 문제는 농민들이 면적을 줄이라고 해도 안 줄이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서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국무위원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농민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수급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물가실명제에 관해 "차관부터 과장까지 각 품목별 담당자를 지정해서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고 밝혔다. 또 최근 수입 쇠고기 대문에 한우값이 폭락했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틀렸다. 오히려 한우 소비는 늘었다"고 해명했다.
서 장관은 이와 함께 한·미 FTA로 인해 가장 피해가 큰 쇠고기 분야와 관련 "한·미 FTA가 비준되면 앞으로 매년 2.7%씩 관세가 줄어든다"며 "그러면 우리도 생산비, 유통비용 등을 매년 2.7%만 줄이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서 장관과의 일문일답.

-물가 문제가 매년 터져나오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할 듯하다.
"농민들이 '면적을 줄여라' 해도 안 줄이는 게 문제다. 불특정 다수인 농민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수급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시스템은 생산을 조정하는 것이다. 생산조정하려면 농협조합이나 작목반 등에서 항상 적정면적이 재배되도록 해줘야 한다. 한육두도 농협조합 등을 통해 수급을 1차적으로 조정해야 시스템적으로 물가 안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산지 소값은 떨어지는데 음식점 쇠고기값은 왜 안 떨어지는가. 유통비용의 문제가 아닌가?
"물가 문제는 전체 수급의 문제지 유통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유통비용과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한우 가격은 별도다. (한우 가격이 하락해도) 가격이 엄청나게 떨어지지 않는다. 쌀의 경우 우리나라의 유통비용은 21% 정도인데, 일본이 23%, 미국은 49%다. 하지만 우리는 미곡종합처리장(RPC)를 도입해 쌀을 대량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쌀값을 낮출 수 있다. 축산물도 마찬가지로 도축장 수를 86개에서 36개로 줄이고 농협 쇠고기 브랜드 '안심 축산'에서 대형 팩커 를 육성하려고 한다."

-일각에서는 수입 쇠고기 때문에 한우가 폭락했다는 지적이 있다.
"2010년 연간 한우 소비량인 18만6000t이었는 데 작년에는 21만6000t으로 10% 정도 늘었다. 수입 쇠고기 때문에 한우 소비가 줄었다는 것은 틀렸다."

-물가실명제가 실효성이 있다고 보나?
"효과가 있다. 정부가 앞으로 농업 생산량 예측 등을 통해 미리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농가들의 재배의향을 조사해 면적이 줄어들 것 같으면 계약재배 등을 통에 면적으로 확보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

-물가실명제는 청와대가 농식품부를 겨냥해 물가 급등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란 지적이 있다.
"아니다. 공산품은 증산과 감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농산물은 불특정다수인이 동시에 (재배를) 선택을 하고, 비탄력적인 품목이다. 그만큼 물가 관리가 어렵다. 농식품부가 물가관리를 안 한다, 미진하다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농식품부 뿐 아니라 공산품, 휘발유 등 각 품목마다 책임제를 뒀다. 농식품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


-한·미 FTA에서 축산 피해가 가장 큰데.
"이미 2001년부터 쇠고기는 수입개방이 돼 있다. 여기에 한미 FTA는 쇠고기 수입 관세 40%를 15년 동안 없애는 것이다. 매년 2.7%씩 관세가 줄어든다. 그러면 우리는 생산비, 유통비용 등을 매년 2.7%씩만줄이면 되는 것이다. 현재 조사료를 확대하기 위해서 직불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사료에 대해 가격을 저렴하게 해서 생산비를 낮추면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암소 도태를 통한 가격 안정은 2~3년 이상 상당 시간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도태 시작하면 마릿수가 바로 줄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시간이 안 걸릴 것으로 본다."

-그동안 송아지 고기를 안 먹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어떤 연구를 진행 중인가.
"송아지 고기는 아주 연하기 때문에 요리법만 잘 개발하면 인기를 얻을 것이다. 특히 애들 먹이는 데 송아지 먹이는 데 좋을 것이다. 그러면 송아지 수요가 별도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밭농가 직불제에 대해 정치논리에 의한 '농민 퍼주기'라는 비판이 있다.
"밭농가 직불제는 우리나라에 공급이 부족한 품목만 포함했다.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급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그런데 그건 직불제 없이는 어렵다. 그렇다고 정부가 수매 등을 통해 자급률을 높이려면 재정부담이 크다. 완전히 자급하려면 차등지급이 필요하겠지만, 그 방법은 재정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

-정부가 농산물 가격이 비싸면 수입하고, 싸면 폐기한다는 농민들의 비난도 있다.
"쌀값이 비싸다고 해서 밥 반 그릇만 먹는 것 아니다. 식품의 수요는 탄력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게다가 저장성도 없다. 그래서 10%만 증산돼도 가격이 40~50% 떨어지고, 10%만 부족해도 가격이 40~50% 올라간다. 무척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정부가 공급량이 많을 때는 돈을 들여 폐기도 하고, 모자랄 때는 수입할 수도 있는 것이다. 비싸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국내 농산물이 비싸면 수입 농산물을 먹게 된다. 그려면 우리 농산물이 외면을 받게 되고, 우리 농업이 설자리가 없어진다. 그런 측면에서 폐기하고, 수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달라."

-장관은 한우보다 1.5배 이상 비싼 일본 소 '와규'가 필리핀에서 잘 팔린다는 얘기를 했다. 와규에 비교해 한우의 경쟁력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와규가 (한우보다) 비쌈에도 불구, 수출되는 것 자체가 우리 한우도 수출이 가능하겠다고 보는 것이다. 한우도 품질이 높아지고 브랜드만 홍보되면 일본 와규보다 떨어질 게 없다."

-한우 품질을 높이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같은 사료를 먹여도 1등급 한우가 나오는가 하면 2~3등급 한우도 나오는 것은 저능력 암소 때문이다. 숫소는 지금 고능력우의 정액을 채취하고 있어 상관이 없는데, 암소가 문제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저능력 암소를 도태시켜 한우의 품질을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이다."

-한우 고기는 우리 입맛에 맞게 개량된 것으로 안다. 과연 외국인 입맛에도 맞을까?
"브랜드화가 중요하다. 쇠고기 스테이크에 별다른 요리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일식의 경우 세계화에 30년이 걸렸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식 브랜드화를 시작한지 4년이 됐다. 2009년에 뉴욕 시민들에게 한식 인지도를 설문했더니 9%가 한식을 안다고 답했다. 그런데 작년에 2년만에 다시 조사해보니 31%로 3배 이상 늘었다. 브랜드화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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