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가) 봄날이라고 느끼는 사람과 거기에 둘러싸인 사람들이 당 위기의 주범"이라며 최고위원직 사퇴의사를 밝혔다.

원 최고위원은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 (최구식 의원의) 9급 비서 단독 범행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경찰이 단독범행이라고 결론을 내리면 국민들의 상식적 의문으로 의혹이 더 커지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한 말도 하고 싶지만 홍준표 체제와 박근혜 대세론으로는 안 된다"며 "상황을 만든 당사자의 처절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도 쇄신대상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 자신도 쇄신대상"이라며 "지금처럼 폐쇄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으로는 박근혜가 아니라 박정희가 나와도 안 된다"고 답했다.
이어 "총사퇴 후 당 해체 운동을 할 것"이라며 "내가 아는 흐름만 해도 (해체 움직임이) 세 갈래"라며 "어떤 그룹이 요청을 해와도 모두 돕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원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 당 해체를 주장하는 이유는.

"당 지도부가 공천을 무기로 당 소속 의원들 모두 기득권에 얽어매는 구조로 당을 끌고 가고 있다. 민생 불안과 국정에 대한 책임을 뒷받침할 수 없다. 건강한 개혁적 보수정당을 만들기 위해 당을 해체해야 한다. 국민들과 젊은 베이비붐 세대의 삶의 문제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치는 한국에서 생명을 다했다. 새로운 정치운동을 새로운 주체들이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철저한 자기반성과 해체 작업이 있어야 한다."

- 해체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당명개정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람은 같은데 이름만 바꾸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지역주의와 산업화, 민주화의 타협 위에서 이뤄진 극단적 대결구조를 깰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오늘은 끝이 아니라 한나라당 해체의 시작이며 건강한 보수정치 운동의 새로운 시작이다. 유승민 최고위원의 때늦은 결단이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보수의 새 집을 짓기 위해 노후 건물을 철저히 해체해야 한다는 심정을 말한 것이다. 한 두 사람이 탈당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진로를 모두 건 정치운동이 돼야 한다."

- 디도스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당 지도부가 알려고 하지 않는다. IT 전문가가 없는 정당이 집권 여당 맞느냐. 9급 비서의 단독 범행이라고 믿지 않는다. 경찰이 단독범행이라고 결론을 지으면 더 문제다. 이번주 안으로 결과 발표를 할거라고 생각하는데 경찰이 단독범행으로 결론을 내리면 국민들의 상식적 의문으로 의혹이 더 커지고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가지 않겠느냐."

-향후 당의 바람직한 진로에 대한 견해는.

"기자회견장에 오면서 남경필 최고위원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홍준표 대표를 만나고 있더라. 10분 전까지만해도 홍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고 있었다. 더한 말도 하고 싶지만 홍준표 체제와 박근혜 대세론으로는 안 된다. 상황을 만든 당사자의 처절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당 지도부 총사퇴 이후 계획은.

"당 해체 운동을 할 것이다. 내가 아는 (당 해체) 흐름만 해도 세갈래다. 어떤 그룹이 요청을 해와도 돕겠다."

- 박근혜 전 대표도 쇄신대상인가.

"원희룡 저 자신도 쇄신의 대상이다. 김무성 의원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금처럼 폐쇄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으로는 박근혜가 아니라 박정희가 나와도 안 된다. 한나라당의 정치 풍토와 이기적인 출세주의 정치관 자체를 깨야 한다. 의원들 사이에 위기를 느끼는 체감 온도차가 심하다. 영하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봄날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봄날이라고 느끼는 사람과 이들에게 둘러싸인 사람들이 한나라당 위기의 주범이다."

- 홍준표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면.

"오늘부로 최고위원 3명이 사퇴하는데…. 그건 홍 대표에게 물어보시죠."

- 유승민 최고위원과는 어떤 이야기를 했나.

"언론사 문의가 빗발쳐서 간접적으로 확인했는데 오늘 아침에 문자를 받았다. 전화를 하니 통화가 안 됐고 남경필 최고위원과 통화를 했다고 들었다."

- 문자 내용은.

"'원 최고 나 오늘 사퇴한다'는 내용이었다."

- 최고위원 사퇴 결심에 영향을 준 것.

"이미 총·대선의 민심 예고편이 10·26 재보궐선거라고 말했었다. 그 결과를 총대선에 대입하니 한나라당이 패배하는 상황이 나온다. 정치 상황을 분석하지 않는 사람이 한나라당을 이끌겠는가. 동반사퇴를 제안했을 때 유승민 최고위원이 고민했는데 의논하는 사람들의 동의를 못 구한 것 같더라. 이번에는 '이대로 못 가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 디도스 사태에 대한 홍준표 대표의 의도적 무관심에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다."

- 당내에 세가지 갈래가 있다고 했는데 대승적으로 연대하거나 연합할 수 있나.

"그것은 내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알기로는 매우 진지하고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다. 우리 자신이야말로 쇄신대상이라고 말 하고 있기 때문에 갈수록 진지하고 치열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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