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국민들이 < PD수첩>과 MBC를 지켜내자
 
 
역시 < PD수첩>이었다.
20일 MBC < PD수첩>이 ‘법의 날’ 특집으로 검사와 ‘스폰서’의 뒷거래를 폭로했다. < PD수첩>은 경남 지역 건설업체 사장 홍두식(가명) 씨로부터 25년간 전·현직 검사를 접대한 기록이 담긴 문건을 입수해 그 진위를 확인했다.
홍씨는 사업 목적으로 ‘검사 접대’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돼 84년 3월부터 2009년 4월까지 검사들에게 술접대·성접대 등 향응을 제공해왔으며, 명절에는 ‘떡값’까지 챙겨주었다고 주장했다. < PD수첩>에 제공한 문건에는 전·현직 검사 57명의 실명과 그들에게 제공한 향응의 내용, 향응을 제공한 날짜까지 기록돼 있었다.
< PD수첩>은 이 같은 홍씨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문건의 내용 가운데 일부를 취재했다. 향응이 벌어진 룸살롱과 식당의 종업원들, 홍 씨의 돈 심부름과 접대 심부름을 맡았던 건설업체 직원 등은 홍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뿐만 아니라 홍 씨로부터 접대를 받은 일부 검사들은 ‘홍 씨가 마련한 술자리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인정해 홍 씨의 주장이 거짓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홍 씨가 ‘관리’ 해온 검사들 중에는 검사장급 간부도 2명 있었다. < PD수첩>은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대검찰청 감찰부장의 실명을 공개하고 이들도 취재했다. 이들은 홍 씨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홍 씨와 잘 알지 못하는 사이인 것처럼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박기준 부산지검장은 전화 인터뷰 과정에서 ‘추태’ 수준의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압력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기준 지검장 등 검사들은 홍 씨가 자신에 대한 검찰의 사건 처리에 불만을 품고 터무니없는 음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몰았지만, 홍 씨가 제시한 자료와 < PD수첩> 취재 내용에 따르면 홍 씨의 주장은 상당부분 근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지난 2월 홍 씨는 부산지검에 검사들에 대한 향응, 접대를 조사해달라며 진정서를 냈으나 검찰은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 검찰은 홍 씨와 관련된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검사 접대 내용이 적힌 홍 씨의 수첩을 압수해갔지만 관련 수사를 하지 않았다. 홍 씨는 검찰과 박기준 지검장이 ‘검사장님을 살려달라’, ‘김용철처럼 매장된다’며 자신을 회유·압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PD수첩>은 그동안 여러 차례 검찰의 비리문제가 제기됐지만 제대로 척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자신의 허물을 번번이 외면해 온 검찰이 이번에도 침묵할지 국민들이 함께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검찰 개혁의 과제를 던졌다.
이번에도 < PD수첩>은 최고의 시사프로그램으로서 ‘이름 값’을 했다.
< PD수첩>은 이른바 ‘광우병 보도’ 이후 안팎으로 크나큰 고초를 겪었고, 지금도 이명박 정권의 ‘MBC 장악’ 시도 과정에서 존폐의 압박까지 받고 있다. 게다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을 상대로 취재를 하고 방송이 되게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날 방송 중 박기준 지검장의 “내가 다른 사람을 통해서 당신(최승호PD)에게 경고했다”, “쓸데없는게 나가면 내가 민형사상 조치를 모두 할 것”이라는 발언은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 PD수첩>은 위축되기는커녕 충격적인 증언을 꼼꼼한 취재로 확인하면서 ‘검찰 개혁’을 우리사회의 의제로 만들어냈다. 이날 < PD수첩>은 11%에 이르는 시청률을 보여 동시간대 오락프로그램들보다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국민들이 이런 프로그램에 얼마나 목말라 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 PD수첩>이 던진 ‘검찰 개혁’의 과제를 풀어야 할 일차적인 책임은 이명박 정권과 검찰에 있다. 그러나 이들이 순순히 ‘검찰 개혁’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 PD수첩>과 MBC를 향한 탄압의 고삐를 더욱 거세게 조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번 방송을 통해 < PD수첩>이 우리사회의 가장 소중한 자산 가운데 하나임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 PD수첩>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권의 장악 시도로부터 ‘공영방송 MBC’를 지켜야 한다. MBC 노조가 파업 3주째를 맞고 있다.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한 MBC 구성원들의 힘든 싸움에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국민’이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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