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지정문화재(보물) 지정 예고
[Tnews]문화재청은 ‘김정희 필 침계’ 등 19세기 대표적 학자이자 서화가였던 추사 김정희의 글씨 3점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추사 김정희는 18세기 말부터 19세기까지의 세도정치 기간에 문인이자 정치가로 활동했으며 금석문의 서예적 가치를 재평가한 추사체를 창안해 한국 서예사에 큰 자취를 남겼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3건의 서예 역시 김정회의 이러한 학문적·예술적 관심과 재능이 구현된 작품으로 앞으로 그의 예술세계를 이해하는데 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먼저 ‘김정희 필 대팽고회’는 작가가 세상을 뜬 해인 1856년에 쓴 만년작으로, 두 폭으로 구성된 예서 대련이다.

내용은 중국 명나라 문인 오종잠의 ‘중추가연‘이라는 시에서 유래한 것으로, “푸짐하게 차린 음식은 두부·오이·생강·나물이고, 성대한 연회는 부부·아들딸·손자라네”라는 글귀를 쓴 것이다.

평범한 일상생활이 가장 이상적인 경지라는 내용에 걸맞게 꾸밈이 없는 소박한 필치로 붓을 자유자재로 운용해 노(老) 서예가의 인생관과 예술관이 응축돼 있는 김정희 만년의 대표작이다.

‘김정희 필 차호호공’은 “잠시 밝은 달을 불러 세 벗을 이루고, 좋아서 매화와 함께 한 산에 사네”라는 문장을 예서로 쓴 대련 형식이다.

두 번째 폭에는 ‘촉의 예서 필법으로 쓰다’라는 글귀를 넣어 중국 촉나라 시대의 비석에 새겨진 글씨를 응용했다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촉나라 예서는 단정하고 예스러운 필치가 특징이다.

이 작품은 금석학에 조예가 깊었던 김정희의 학문이 예술과 결합된 양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필획 사이의 간격이 넉넉하고 자획의 굵기가 다양하며, 빠른 붓질로 속도감 있는 효과를 내는 등 운필의 멋을 최대한 살려 김정희 서예의 수작으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김정희 필 침계’는 화면 오른쪽으로 치우쳐 예서로 ‘침계’ 두 글자를 쓰고, 왼쪽에는 행서로 8행에 걸쳐 발문을 썼으며, 두 과의 인장을 찍어 격식을 갖췄다.

침계는 김정희와 교유한 윤정현의 호이다.

발문에 의하면 윤정현이 김정희한테 자신의 호를 써 달라고 부탁했으나 한나라 예서에 ‘침’자가 없기 때문에 30년간 고민하다가 해서와 예서를 합한 서체로 써 줬다고 한다.

작품의 완성도를 갖추기 위해 수십 년을 고민한 김정희의 작가적 태도와 이러한 김정희를 기다려 준 윤정현의 인내와 우정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해서와 예서의 필법을 혼합해서 쓴 ‘침계’는 김정희의 개성을 잘 보여준다.

구성과 필법에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을 뿐 아니라 김정희의 학문·예술·인품을 엿볼 수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 예고한 김정희 필 침계 등 3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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