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교통사고는 괜찮다?... “교통사고 후유증 언제 올지 몰라”

 

지난해 9월, 신촌로터리 부근에서 발생한 뺑소니 사고를 1km가량 추격전 끝에 검거한 한 택시기사가 있다. 이 사실이 방송에까지 타면서 누리꾼들은 그를 ‘갓용수’라 칭하며 열광했다. 하지만 그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양했다. 본인도 택시 운수업을 하며 숱한 교통사고를 많이 겪었기에 눈 앞에서 누군가 다치는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더더욱 나설 수 밖에 없었다는 것. 택시기사라면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교통사고. 이에 교통사고의 올바른 대처에 대해 시민영웅 이용수씨에게 들어봤다.

이용수 씨가 교통사고 민감한 이유  

“보행자 신호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 차가 수상하다 싶었죠. 아니나 다를까 길을 건너고 있던 사람을 치고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었어요. 저도 가속 페달을 밟고 쫓기 시작했죠”

그렇게 추격한 끝에 뺑소니 차량은 시민들이 차를 향해 던진 물건을 맞고 멈춰 섰다. 그는 뒤이어 차에서 내린 뺑소니범의 다리를 걸고 넘어뜨려 검거할 수 있었다. 뺑소니 차량 운전자는 혈중 알코올농도 0.122%로 만취상태였다. 평소에도 불의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는 이용수 씨. 그는 그 당시를 이렇게 술회했다.

“보행자가 차에 치이는 순간 피가 끓어 올랐어요. 왜냐하면 저도 20년간 택시를 운전하며 별의별 교통사고를 다 겪었거든요.”

자잘한 교통사고에 통증 누적… 결국 입원까지

이 씨는 20년간 부지런히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운전대를 잡은 시간만큼 이런저런 자잘한 교통사고도 잦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크고 작은 통증에 시달렸지만 애써 병원에 가길 무시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잠시도 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국 사단이 났다. 7년 전 신사동 근처 골목길을 빠져 나오다 음주차량에 뒤를 받쳐 버렸다. 뒷범퍼가 깨지긴 했지만 크지 않았기에 보험처리만 하고 이번에도 병원엔 가질 않았다. 이틀, 삼일은 괜찮았지만 사일 째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출근을 하려고 일어난 오후 온 몸을 칼로 째는 듯한 통증이었다.

“겨우 몸을 떼굴떼굴 굴러 문고리를 겨우 부여잡고 일어났죠. 그러고서 느꼈어요. 아 이거 큰일 났구나. 교통사고가 나도 참고 참던 통증이 마치 봇물 터지듯이 한꺼번에 터진 느낌이었어요”

이 씨는 그 길로 한 정형외과 병원에 입원을 했다. 2주간 입원을 했지만 별 다른 호전은 없었다. 병원에서는 물리치료와 진통제 처방을 했지만 단지 그때뿐이었다. 낮에는 괜찮다가도 밤이 되면 극심한 통증에 뜬 눈으로 밤을 새기 일쑤였다.

“통증이 너무 심해 술이 없으면 잠을 못 이룰 정도였어요. 그러다 보니 낫기는커녕 몸과 정신은 더 황폐화되는 악순환의 연속이었습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고생… 한방∙약침으로 호전

입원기간이 끝나고 결국 이 씨는 자생한방병원을 찾았다. 다시 재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예전 허리디스크 치료에 대한 좋았던 기억 때문이었다. 진찰 결과, 통증의 가장 큰 원인은 편타손상’이었다. 편타손상이란 갑자기 몸이 강하게 젖혀지면서 인대와 근육에 타격을 주는 것을 말한다. 편타손상으로 인해 목 통증뿐만 아니라 허리, 어깨 등 복합부위의 통증이 유발될 수 있으며, 손발 저림, 두통, 어지러움,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더구나 이 씨의 경우 자잘한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쌓인 데미지가 컸다. 당장은 괜찮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이러한 후유증이 쌓이고 쌓여 한 번에 나타난 것이다. 처음엔 걸을 수 조차 없었던 이 씨는 자생한방병원을 다닌 지 3일 만에 걸음을 뗄 수 있었다. 생약을 정제해 침으로 놓는 약침이 처음엔 맞기 싫을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통증 억제에 효과적이었다. 벌의 독에서 추출한 물질을 침으로 놓는 봉침도 큰 효과를 봤다.

여기에 엇나간 인대와 뼈를 바로잡아 주는 추나요법까지 점차 몸이 호전되는 것을 느꼈다. 치료에 덧대 의료진의 조언도 컸다.

“예전에 제가 입원했을 때 얘기를 자생한방병원 이상운 원장께 했더니 절대 술에 의지를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씀 하시더라고요. 통증은 몸이 나에게 보내는 이상 신호에 불과하니까 너무 겁먹지 말라고 하면서요. 알코올의 힘을 빌리다 보면 도리어 이용수 씨의 몸은 더욱 망가질 거라고 하면서요”

이상운 원장의 도움으로 이씨는 오직 치료에만 전념했다. 그 결과 치료를 받은 지 2주째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뚜벅뚜벅 걷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 때 그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었다고 이 씨는 강조했다. 그는 그 후로 당장의 입에 풀칠도 중요하지만 내 몸을 망가뜨리는 행동은 결코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당장 병원에 가”…후배 택시기사에 호통 친 적도

한 번은 이웃 동네에 사는 택시기사 후배 박성종(가명) 씨에게 당장 병원에 가라고 호통친 일도 있었다. 박 씨도 오랫동안 택시 운전을 하며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러나 그도 생업에 쫓겨 하루 두 시간씩 자면서 택시를 몰면서도 병원 가기를 차일피일 미뤘다. 어느 날은 목 보호대를 차고 택시 운전을 하는 모습을 본 그는 그 자리에서 호통을 쳤다.

“내가 참 좋아하는 후배인데 목을 돌리지도 못한 채로 운전대를 잡은 모습을 보니 화가 치밀더라고요. 일주일이 됐든, 열흘이 됐든 당장 한방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라고 야단을 쳤죠. 내 꼴 나고 싶냐고 목소리를 높여가면서요. 아무 말 없이 치료를 받더니 한 달 뒤 그 친구가 저한테 와서 통증이 다 나았다고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평소 무뚝뚝한 친구여서 절대 그런 소리 안 하는 친구인데 그런 소리를 하더라고요”

사실 택시기사 중에는 이 씨나 박 씨처럼 늘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도 치료를 제 때 안 받아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간만큼 누가 따로 보상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럴수록 이 씨는 후유증이 남지 않도록 더욱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통사고를 피하는 예방법은 없어요. 아무리 내가 방어운전을 해도 누군가가 잘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후유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바로 제 때 치료를 받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택시기사들은 큰 사고가 아닌 이상 병원 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나 저처럼 그 후유증은 누적이 됐다가 어느 날 갑자기 털썩 주저앉게 됩니다. 더구나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일하기 때문에 신경이나 근육이 많이 망가진 상태에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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