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모작>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인생은 짧다고들 하지만 하루하루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다만 지나고 보면 일장춘몽처럼 너무나 짧은 것이 인생이다. 베이비부머들이 이제 막 일모작 직장을 퇴직하고 앞으로 과연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에 쌓여있다.

멀리 봐야 한다. 눈앞에 당장 보이는 것만 보면 조급해진다. 호흡을 가다듬고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 생각해 보라. 일모작을 위해 얼마나 오랜 기간을 준비해 왔던가. 이모작을 위해서도 차근차근 시간을 갖고 준비해야 한다. 속도보다 방향이란 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성급하게 무리한 걸음을 내딛지 않는 것이 좋다.

어릴 때 처음 자전거 타기를 배우던 때를 기억해보라. 뒤에 아빠나 엄마가 자전거를 붙잡아 주며 앞만 멀리 보고 페달을 밟으라고 하지만 겁이 나서 바닥만 쳐다보게 되고 얼마 가지 않아 자전거는 넘어지고 만다.

필자는 군 복무할 때 부대에 있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넘어진 후 지금까지 한 번도 그것을 다시 타려고 시도해 본 적이 없다. 자전거든 오토바이든 멀리 내다보고 차분하게 운전하면 되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한번 배우고 나면 다시 배울 필요 없이 잘 타게 되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가까이 보지 않고 멀리 보는 데 있다.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했던 베이비부머들이 막상 퇴직을 하고 나면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을 시도하는 데 망설이게 된다. 처음에는 당연히 서툴게 마련인데 혹시 넘어질까 염려하다 시간만 낭비하고 마음이 더욱 위축되어 자신도 모르게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에 빠져버리는 경우가 있다.

호기심을 갖고 한번 시도해 볼 수도 있는데 아예 스스로 할 수 없다고 단정을 지어 버린다. 그러니 아무리 주위 사람들이 도와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한 번만 고비를 넘기고 자신감이 생기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하든 용기 있게 헤쳐나갈 수 있다. 이것이 비결이다.

이제 이모작을 시작하기 전 들판에 홀로 서서 저 먼 곳을 바라보기를 권한다. 이미 지나온 길이 어떠했든지 접어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차분하게 인내하면서 마이웨이를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나의 삶을 사는 것이다.

이전보다 더 험한 길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참고 견디고 꾸준히 걸어가면 없던 길도 새로 보이게 된다. 근시안적인 태도를 버리고 멀리 바라보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내 안에 잠자고 있는 거인을 깨워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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