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30년간 택시운전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일하다 최근 은퇴했다. 하지만 나는 요즘도 매일 영등포역 택시 승차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난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듯 운명과도 같았던 택시와의 인연은 쉽사리 끊을 수는 없는 것 같다. 택시 안에서 운전대를 잡고 손님들과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지금 난 어느 때보다 바쁘고 행복하다.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막 택시운전을 시작할 때를 떠올려 본다. 그 때 86년 아시안 게임 준비가 한창이었다. 정부에서는 ‘택시기사가 그 나라의 거울’이라며 불친절, 과속, 난폭운전, 부당요금 척결에 앞장섰다. 필자도 그 당시엔 택시 승객들에게 친절하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식자체가 부족했다. 먹고 사는 것조차 힘든 시기를 겪었던 우리 세대에겐 친절이 사치같이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택시기사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손님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이라는 사실을 차츰 인식하게 됐다. 의식이 바뀌자 사치처럼 느껴졌던 친절이 자연스럽게 몸에 익게 됐다. 눈을 마주치며 미소 짓는 얼굴로 대화하고, 타고 내릴 때 기분 좋게 인사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무엇보다 승객이 내 차에서 편안하고 있다가 기분 좋게 내리면 그것보다 더 큰 보람은 없었다.

그러다보니 친절 서비스에도 욕심이 생겼다.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고 택시를 내릴 수 있도록 위트와 농담을 섞어 인사하고, 다양한 소품까지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내 서비스에 만족감을 느끼고 칭찬해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내 열정도 더욱 커져만 갔다. 그래서 독학으로 영어공부까지 시작했고, 외국인에게 서울명소를 막힘없이 소개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손님들과 웃으며 대화하는 그 자체로 신이 나고 즐거웠다. 박기사의 친절택시는 입소문을 타고 여러 언론에 까지 소개가 됐다. ‘친절택시’ ‘웃음택시’라는 수식어가 자랑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요즘 택시 승강장에 나가보면 안타까운 모습들이 더욱 많다. 손님이 타고 내릴 때 인사는 고사하고 아무 말도 없다. 무거운 짐을 가진 승객을 태우는 데 트렁크 문만 열고서 자리에 앉아 기다리는 몇몇 기사들도 있었다.

필자는 택시기사란 직업은 프로의식이 있어야 하다고 생각한다. 운전은 기본이요, 서비스 정신에 있어서도 프로다워야 한다. 물론 경기불황 때문에 예전에 비해 승객이 너무 적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 친절한 서비스를 보여야 택시를 타는 승객들도 더 늘어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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