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비카드 2주간 200여명 교체... 수수료도 1.6%

서울지역에 독점적으로 카드결제 시스템을 제공해왔던 한국스마트카드사에 대항마가 등장하며 택시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다. 스마트카드사의 서비스 불만이 극에 달한 택시기사들은 경쟁업체 등장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서울시는 ‘부적격’ 카드결제기 무단교체에 대한 엄중 대처를 경고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대항마로 부각된 카드결제기 업체는 롯데 마이비카드다. 2009년 교통카드 전국 호환 정책과 함께 수도권 지역까지 사용 범위를 넓히다가 올해 초 (주)다산콜과 손을 잡고, 서울시 개인택시 카드결제기 교체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서울모범운전자회를 직접 찾아다니며 설명회를 열고 결제기 교체작업을 벌이고 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1월초부터 2주 동안 500대가 넘는 택시가 마이비카드 결제기를 교체 부착했다.

마이비카드 카드결제기에 택시기사들의 뜨거운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사용자 의견을 반영한 최신기기 도입 및 서비스개선·지원책이다. 우선 몸집이 반으로 줄어든 최신형 기계가 기사들의 마음과 눈을 훔쳤다. 마이비카드가 선보인 신형기기는 기존에 둘로 분리돼 있던 마그네틱 결제기(보조석 좌측상단에 위치)와 IC칩이 내장된 터치형 티머니 결제기(운전석과 보조석 사이 콘솔에 위치)를 하나로 합쳐 이용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또한 사고 시 조수석 승객의 안전까지 위협했던 무거운 바(bar) 형태의 외형 디자인이 곡선형의 작고 아담한 사이즈로 제작돼 더욱 호응이 높다.

무엇보다 1.6%로 현 스마트카드(1.7%)보다 낮은 카드 수수료율을 보장하고, 영수증 용지 무상지급 등을 약속하며 모범운전자회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서울 노원구 모범운전자회 김 모 택시운전기사는 “2012년부터 택시 내 카드사용이 의무화됐지만 한국스마트카드가 독점적으로 결제 기기를 공급하다보니 서비스 개선은 고사하고, 노후기기 교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잦은 오류와 기기고장을 일으켜 신고를 하면 2~3일 뒤에나 늦장 수리에 나서기 때문에 기사들은 욕을 먹어가면서 카드 결제기 없이 운행을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재작년부터 한국스마트카드에서 새 제품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와서 카드결제기 교청을 강력히 요구했는데 깜깜무소식이어서 속만 태웠다”며 “마이비카드가 이러한 기사들의 필요와 요구를 반영한 신형 카드결제기를 무상으로 교체·지원해주니 누가 마다하겠느냐”고 덧붙였다.

서울 강서구의 최 모 택시운전기사는 “시에 허가를 받고 택시영업을 하는 엄연한 사업자인데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결제기를 선택해 사용할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며 “택시요금은 손님이 내고, 수수료는 기사가 감당하는 데 어째서 카드결제기는 서비스 개선 노력도 없는 독점사업자에게만 맡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말썽 많은 노후기계의 수리 및 교체를 차일피일 미루는 업체와 카드수수료를 낮추고 보다 나은 서비스를 약속하며 신형기기 교체를 무료로 해주는 업체가 있다면 누구나 후자를 선택할 것이라는 게 택시기사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서울시의 개선명령 ‘납득불가’
티머니 카드결제기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는 상황에서, 택시기사들의 지지를 받으며 보급이 확산되고 있는 마이비 카드결제기. 하지만 마이비 측이 서울시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몇 가지 남아있다. 서울시가 한국스마트카드 티머니 결제기를 제외한 타 카드결제기를 사용할 경우 과징금과 영업정지라는 칼을 빼들고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최근 마이비와 서울모범운전자연합회(회장 윤석범, 이하 연합회), (주)다산콜(대표, 김성주)가 계약한 ‘택시 카드결제기 공급 계약’에 대해 사업개선명령 위반이라며, 사업 중지를 명령했다. 서울특별시 공고 제2014-1249호 「여객자동차운송사업 개선명령 및 준수사항」 내 ‘카드단말기 위치는 단말기 본체와 패드형 카드리더기로 구분설치하고 장착된 장비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서울택시정보시스템(STIS)으로 테이터 전송이 가능하여야 한다’고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시는 이에 따라 지난 19일 서울개인택시 모범운전자연합회에 ‘택시카드결제기 교체 관련 원상복구 요청’ 공문을 발송, 26일까지 원상복귀 시키지 않을 경우 최대 과징금(240만원) 또는 사업정지(240일) 명령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원상복귀를 명령한지 3일이 지났지만 예고했던 전방위 단속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입소문을 타고 마이비 카드결제기로 교체하는 택시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마이비의 진출을 막는 것이 아니라 택시정보시스템에 호환 인증부터 마치고 서울 택시 시장에 들어와 공정경쟁을 해달라는 것”이라며 “택시정보시스템 관련 사업개선명령을 지키지 않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과징금, 사업정지 뿐만 아니라 카드수수료·관리비·통신료 등 각종 지원과 수혜적 정책 혜택에서 퇴출시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가 내세우는 단속 규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택시종사자들의 일관된 반응이다. 우선, 마이비 결제기는 별도의 모뎀을 통해 택시정보시스템 전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콘솔박스 위에 부착을 의무화한 IC카드 인식 터치패드는 일체화할 경우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경기도 일부지역은 미터기에 △택시정보시스템 △마그네틱 결제기 △IC카드 인식 터치패드가 모두 내장돼 있다. 이렇게 미터기와 카드결제기가 일체형으로 제작·설치가 가능한데 굳이 이 3가지를 따로따로 설치해 위치까지 규정해야 할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뒷자리에 탑승한 승객들이 쉽게 결제를 할 수 있고 누구나 카드 결제가 가능함을 알 수 있도록 카드 결제기와 터치패드기의 부착위치도 지정해서 운영하고 있다”며 “여객자동차운송사업 개선명령에 따라 모든 택시는 마그네틱 카드 인식장치를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왼쪽에, IC카드 인식 터치패드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콘솔박스 위에 부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시와의 마찰과 관련해 마이비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영업을 한 것이 아니라 한국스마트카드사의 카드결제기가 많이 낡아 연합회 소속 기사들의 불만이 커 우리를 찾은 것”이라며 “연합회 회원들이 기존 카드결제기 노후화에 따른 자은 기기고장과 AS 미흡, 카드수수료 등 불만이 많은 상태에서 해당 사업자를 찾으면서 추진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제기의 선택권은 차량소유자에게 있으며 카드결제기에 대해서는 시의 승인사항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모범운전자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은 (주)다산콜에서 수행하고 있으며 마이비는 계약상으로 서울시 등으로부터 지원받는 ‘소액수수료’와 ‘관리비’ 등을 설치일로부터 최대 6개월까지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개인택시조합은 공정경쟁을 통한 서비스 개선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합법’적이지 않은 시장진입에 있어서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조합관계자는 “마이비가 서울로 진출해 경쟁을 통해 카드수수료율 할인이나 추가 서비스를 주는 것은 찬성한다”며 “그러나 법과 제도를 어겨가면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조합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고 자칫 불법자라는 오명을 쓸 수 있어 반대한다”며 설명했다.


▲논란의 핵심, ‘독점’ 티머니의 저질 서비스
마이비 카드결제기 문제가 불거지자 한국스마트카드사에서는 전에 없던 친절한 안내 문자가 택시기자들에게 날라왔다. 스마트카드사는 “금년 하반기부터 작고 슬림한 디자인에 월등한 성능을 갖춘 최신형 결제기로 교체해드리기 위해 교체 준비 중”이라며 “이러한 틈을 타서 최근 일부 업체가 검증되지 않은 결제기로 교체를 유도하는 사례가 발생되고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이 문자를 받은 택시기사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광진구 모범운전자회 권 모 택시기사는 “경쟁사가 나타나 낮은 수수료, 카드용지 무상지급, 일체형 신형단말기 무상교체를 해주며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까 이제야 신형카드기로 교체해준다고 뒷북을 치고 있다”며 “한국스마트카드사가 서울택시 카드결제기를 독점적으로 운영·관리하다 보니 서비스 점수는 30점도 주기 어렵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많은 택시기사들이 서울시의 단속을 무릎쓰고 이처럼 새로운 단말기에 열광하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방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핵심은 한국스마트카드사의 서울 카드결제기 독과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에 추진한 신 교통카드 카드구축 사업을 통해서 등장한 T-money 카드사는 이미 MB 친인척이 연관된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 의혹으로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실제로 서울택시에 카드결제기 장착이 의무화 됐던 2012년 하반기, 서울시 종합감사에서는 서울시와 한국스마트카드사와 관련해 무려 14가지 부당사례가 적발돼 특혜의혹을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택시업계 고위 관계자는 “서울시는 한국스마트카드사의 지분 30%를 보유한 대주주로서 서로간의 유착관계는 이 바닥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며 “모범운전자회를 필두로 새로운 결제기가 보급화 될 경우 서울시도 결국 업체 간 경쟁을 허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스마트카드는 지난해 매출로 1700억원을 기록했다. 실제 T-money 결제시스템 이용 건수는 해마다 급증해왔다. 2006년 36억9000만 건에서 2013년 75억5000만 건으로 7년새 2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기준 T-money로 결제한 전체 교통요금 규모는 무려 8조1654억 원에 이른다. 2007년 3월부터 택시 결제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한국스마트카드는 이렇게 벌어들인 T-money 결제금액 가운데 수수료를 수익으로 챙긴다. 서울 시내 택시의 경우 수수료로 요금의 1.7%를 낸다. 특히 택시시장의 경우 사실상 독점 구조로 형성돼 있다 보니 한국스마트카드는 별다른 경쟁 없이도 편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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