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균 서울송도병원 이사장

사람이 본능적으로 느끼는 쾌감은 세가지다. 먹는 즐거움인 식욕과 성적인 쾌감, 화장실에 앉아 기분 좋게 배설할 때 느끼는 쾌감이 그것이다. 배설의 쾌감은 항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항문에 이상이 있으면 쾌감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일상생활이 불편하고,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가 소화와 배설을 담당하는 대장과 항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치질은 국민질환이라 불릴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이 수술을 가장 많이 받는 질환 중의 하나다. 지난해 1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0 주요 수술 통계’에 따르면 3대 치질 질환 중 하나인 치핵 수술은 25만1828건으로 전체 수술 건수 중 2위를 차지했다. 40~50대 이상의 70%가 치핵 증상을 가지고 있으며, 임신과 출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여성도 치핵 환자가 많다. 택시 운전기사와 같이 오래 앉아 있는 직업군에서도 치질 증상이 많이 발생한다.

치질은 치핵, 치열, 치루 등으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항문 질환의 50~60%를 차지하는 치핵은 항문 안쪽 혈관들이 울혈돼 늘어나거나 항문 바깥쪽 불필요한 조직 등이 늘어나서 생긴다. 그 외 항문이 곪아서 고름이 터지는 것을 치루, 항문이 찢어지는 증상의 치질을 치열이라고 한다.

반복되는 변비와 설사를 방치하면 치핵이 될 수 있고, 오래앉아 있거나 오래 서있는 동작이 반복되어도 치핵이 생길 수 있다. 50분정도 앉아 있었다면 10분 정도 걷는 등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단기간 인위적인 금식과 식이섬유 부족, 수분 부족 등은 대변량이 줄면서 대장 움직임을 감소시켜 변비가 유발되고 이로 인해 치핵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과도한 음주는 각종 대장질환의 원인이 된다. 임신과 분만 시에도 자연스럽게 치핵이 발생할 수 있다. 혈관생성과 호르몬 변화, 복압의 증가 및 식이습관의 급격한 변화에 의한 현상이다. 출산 후 2개월이 지난 후에도 자연적으로 증상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대장항문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치핵은 초기에 치료하면 수술 없이도 좌욕 등 생활습관만 고치면 쉽게 나을 수 있지만, 3기부터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귀찮고 창피하다고 병을 숨기다가는 수술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항문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처음 병원에 오기까지의 시간을 조사해 봤더니 10년 이상이 약39%로 가장 많았다. 그만큼 병을 키운 뒤에야 병원에 간다는 것이다.

치질은 수술 이후 재발율이 현저하게 낮지만, 치질 발생의 원인이었던 생활 습관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장시간 운전, 컴퓨터를 이용한 업무 등 오랫동안 앉아서 지내는 시간이 길다든지 불규칙한 식사, 잦은 인스턴트 식품섭취와 운동부족 등은 치질 재발의 주원인이다. 재발로 인해 수술을 여러번 할 경우 항문 점막이 많이 절제된 상태가 되어 항문협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을 받은 후에도 방심하지 말고 항문 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택시 운전은 격무에 속하고 주․야가 바뀌는 근무시간 등으로 과로하기 쉬워 위염, 위궤양 등도 잘생길 수 있으며 또한 오래 앉아 있는 자세는 항문에도 부담을 주고 변의가 있을 때도 운전 중이거나 손님이 있을 경우에는 참아야 하는 경우가 있어 대부분의 기사님들은 일을 시작하기 전 배변을 하기 위해 오랫동안 화장실에 앉아 있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또한 치질을 만들거나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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