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버스기사,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이 무려 2만 건에 달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택시를 운전하는 기사의 한 사람으로서 이 뉴스는 몹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찰청이 8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작년까지 약 4년간 발생한 버스·택시 운전기사 폭행 사건은 총 1만4199건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0년 3836건, 2011년 3557건, 2012년 3535건, 2013년 3271건이다. 연평균 3550건으로 하루에 10건 꼴이다.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버스, 택시기사들이 안전사각 지대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하루에 평균 10명의 대중교통 기사들이 승객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는 게 우리 교통종사자들의 슬픈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단순 폭행사건으로 치부해서는 결코 안 된다. 대중교통 운전자 폭행은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죄 없는 수많은 승객들에게 그 피해가 전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다수의 승객과 승객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사법당국이 ‘운행 중’에 대한 범위를 협소하게 해석하면서 가해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무엇보다 폭행자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에 따라 운행 중인 버스나 택시 운전자를 폭행·협박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적발된 1만4199명의 폭행 사범 가운데 특가법 적용을 받아 구속된 경우는 100명(0.7%)에 불과하다.

실제 지난 4월 술에 취한 상황에서 시내버스 운전기사에게 폭력을 휘둘러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고, 핸들을 돌려 버스가 가드레일에 부딪히게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사법당국이 특가법상 ‘운행 중’이라는 의미를 택시나 버스가 움직이는 ‘주행 중’으로만 판단함으로써 승객 승·하차 때와 신호대기 정차 등에 대해 특가법을 적용하지 않는 사례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기사 수대시대’인 셈이다. 특히, 심야시간에 취객을 많이 태워야 하는 택시기사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심야시간이 유일하게 돈벌이가 되는 시간인데 취객인지 아닌지, 폭행이 가능한 사람인지를 구별해가며 승객을 골라 태울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제 연말연시 술자리가 많아지는 시즌이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대중교통 운전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배려와 협조가 필요하다.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수고하는 택시기사님들, 버스기사님들 힘내십시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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