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원 택시기사, 작가
 

직접 운전으로 현장에서 운행을 오래 하다 보면 남에 대한 배려와 매너라고는 전혀 없는 무대뽀(?) 운전자들을 하루에도 몇 명씩 보기 마련인데, 그날따라 알짱알짱 연속하여 내 속을 긁고 뒤집어 놓는 자가용 한 대가 있었다. 오죽하면 뒷자리에 앉은 여자 손님까지 “저 사람 운전을 왜 저렇게 한대요?” 하고 불쾌해 할 정도로 3차선으로 된 한 방향의 같은 길을 가면서 아슬아슬하게 끼어들고 빠져나가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멀리 간격이 벌어지지 않았고 적신호 앞에 이르러 보면 꼭 가까이에 보이곤 하였다.


그러다가 한번은 내가 그 차 앞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조금 과장하면 열 번 중에 한번 정도였다고 할까? 그것도 앞뒤 살피고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한 다음에 들어갔다. 또한 습관대로 비상등을 깜빡거려 미안하다고 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랬는데 그 때부터 그 차가 뒤에서 번쩍번쩍 상향 라이트를 점멸하며 마구 쫓아오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전혀 모른척하고 앞으로 진행하며 주행을 계속했다. 얼마간 더 그렇게 추격하며 따라오다가 또다시 신호에 걸리고 내가 멈추어 서자, 그 차가 내 옆에 바싹 따라붙더니 창을 내리고 다짜고짜 이런다. “야이 개새끼야!”


이게 무슨 경우 없는 짓이란 말인가. 그 같은 기세라면 금방이라도 뛰어내려와 멱살잡이라도 할 것 같았다. 나는 은근히 겁이 났지만, 어쨌든 손님도 있고 점잖게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목소리를 내려 깔고 “왜 그래? 이 소 새끼야”라고 받아 쳤다.


나의 포커페이스가 먹힌 탓인지, 그 운전자는 그 한마디로 푹 하고 김이 빠진 모양이었다. 욕을 하고 소리를 질러대던 조금 전까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목소리 톤도 낮아져 있었고 나에게 “아저씨 그렇게 끼어들면 어떻게 해요?”라며 사정하는 게 아닌가. 어이가 없어진 나는 “아니 그쪽은 지금까지 내 앞에 끼어든 것만 열 번이오, 뭐가 그렇게 화가 난다고 펄펄 뛰어요?”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할말이 없어진 쪽은 그쪽이었다. 궁색하게 입을 다무는 것이 아닌가. 그때 마침 신호가 바뀌었고, 나는 그대로 출발했다.


거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좋았으련만. 그 차는 계속해서 내 뒤를 졸졸 쫓아왔다. 승객까지도 눈치채고 “아저씨, 오늘 싸우시는 거 아니에요?”라며 걱정할 정도로 노골적인 미행이었다. 이대로 어쩌지, 싶어 나는 승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갓길에 차를 세웠다. 그 차가 나를 그대로 지나쳐갔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그게 아니라면 정말 갓길에서 한번 다퉈볼 셈이었다. 


 그때였다. 그 차도 갓길로 빠져 나와 차를 멈추는 것이 아닌가. 나는 표정이 일그러진 채로 차를 기다렸다. 그 남자는 슬그머니 운전석에서 내렸다. 내가 쏘아붙였다. “아직도 할말이 남았어요?”


그런데 이게 웬걸, 갑자기 그 남자가 고개를 푹 숙이더니 이런다. “죄송합니다. 사실 지금 미행은 택시 기사님 뒤에 붙어 오면 안전한 것 같아서 그런 거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물우물 아까의 행동을 변명하는 게 아닌가. 어이가 없어서 허허, 너털웃음만 짓고 있으려니,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남자가 꾸벅 인사한다. “기사님, 안전 운행하시고 돈 많이 버세요!”


허 참, 사과해준 것을 고맙게 여겨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나의 으스댐이 먹힌 데에 안도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 나와 승객은 할말이 없어져 서로 마주 볼 뿐이었다. 개새끼에서 졸지에 기사님으로 승격한 어느 날의 사연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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