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 잡히고 난 뒤 사과 한마디 없어

 
전국 민주 택시노동조합연맹 대구지부가 대구 여대생 살인사건에 대한 경찰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8일 민주택시노조 대구지부 회원 100여 명은 대구중부경찰서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대구지방경찰청장과 대구중부경찰서장은 전국의 택시노동자에게 즉각적인 사과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외쳤다.

이는 지난 5월 25일 발생한 대구여대생피살사건의 범인을 택시기사로 지목하고 모든 택시노동자를 범죄인 취급한 경찰에 대한 분노를 드러낸 것이다.

당시 경찰은 새벽에 승객을 태운 택시기사를 범죄용의자로 지목하고 대구시내 3,000대의 택시에 대해서 조사했다. 그러나 범인은 새벽에 여대생을 태운 택시기사가 아닌 클럽에서 만난 성범죄자로 밝혀져 경찰수사의 허점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이에 조합 측은 “여성승객만 태우는 택시가 있다는 등 법석을 떨면서 죄도 없는 택시노동자를 승객을 태웠다는 이유만으로 일주일 가까이 범죄인 취급을 했을 뿐 아니라 택시범죄예방수칙을 경찰청 공식 블러그인 ‘폴 인 러브’에 게시하는 등 전체 택시노동자가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투로 택시노동자의 명예를 훼손하면서 국민의 택시이용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조합 측은 “또 경찰이 명확한 증거도 없이 사건 당일 해당 여대생을 태웠던 기사를 강제 연행해 6시간 동안 수갑을 채워 강압적으로 조사하는 등 인권 유린을 자행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진범이 잡히고 난 뒤 단 한 마디 사과의 말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범인 검거 후 성범죄자의 관리와 신상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경찰수사의 허점을 드러내면서 일주일 가까이 범죄인 취급한 택시노동자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사과의 말도 없다는 게 조합 측의 주장이다.

이들은 “현재 택시노동자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민의 발로서 꿋꿋이 일하고 있지만 빈번히 무시당하고 있다”며 “택시범죄에 악용되는 차량들은 불법적인 도급제, 지입제 차량으로 운전자에 대한 이력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불법차량임에도 이에 대한 적발이나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범죄발생시 마다 그 책임을 택시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사후 약방문식으로 여론을 회피하기 위한 단기적 처방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조합 측은 “시민의 안전보장과 대다수 건전한 택시노동자의 정상적인 근무여건의 조성을 위해 정부는 택시의 도급제, 지입제, 범죄자 취업 등 모든 불법행위를 철저히 단속하여 근절하고 택시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택시대중교통화와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정확하지 않는 사실에 대해서 마치 사실인양 호도하면서 택시노동자들을 범죄자로 몰고 간 경찰과 언론의 택시에 대한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택시가 이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정부도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두는 바이다”라며 “모든 택시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 경찰청장 및 대구중부경찰서장은 택시노동자에게 즉각 사과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라며 강력 주장했다.

라무식 전국민주택시노조 대구지부장은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이 아무런 죄도 없는 택시기사들을 지팡이로 때린 격”이라며“경찰의 공식 사과가 있을 때까지 매일 중부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에 연루되었던 택시기사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저는 대구 여대생사건에 연루된 30세 택시기사입니다’라며 글을 올렸다.

그는 “주변사람들이 절 너무 걱정해주고 고통스러워하고 분노하는 모습에 글을 써야 할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처음 기자 분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건 내가 어리석게 행동한 나의 사정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이야기를 나누었으나 기자 분들은 제가 원했던 내용은 전혀 써주시지 않으셨습니다. 다른 기자 분을 만나서 부탁해볼까 생각했지만 사람만나는 게 꺼려진다. 제가 직접 글을 써 알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논란이 되었던 신고를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그는 “나의 생활은 오후3시쯤 일어나 식사하고 운동하고 오후4시쯤부터 익일 오전 5시정도까지 운전을 하고 귀가 후 1시간쯤 휴식 후 잠을 잔다. TV와 신문 등은 전혀 보질 못했다. 처음 사건을 접한 건 27일쯤으로 기억한다. 친구 가게에 들렀다가 친구에게 ‘이러한 사건이 있었다’ 정도를 들었다. 그 후 28일쯤 네이버 메인에 올라온 28일 16시 49분에 올라온 연합뉴스 기사를 봤다”고 전했다.

이어 “25일 새벽에 일어난 것이니 25일이라고 말하는 게 당연하나 멍청하게도 25일이 쉬는 날이었다. 그래서 막연하게 생각하길 난 쉰 날이구나 생각했다. 두 일이 동일한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남자 용의자를 태운 점에 대해서는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면 택시를 타고 내 뒤를 따라오고 있는 중이었다. 만약 신호가 걸리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남자를 못보고 제가 그냥 갔다면 아마 전 아직까지 수갑을 차고 있을 것 같다. 남자분이 타서 실내체육관까지 가는 동안 계속 남자친구인척 연기를 했다. 그 연기에 멍청하게도 저는 속아 넘어갔다”고 말했다.

왜 중동교 쪽으로 갔는지에 대해서는 “택시를 한 지 한 달 하고 보름 정도 지난 것 같다. 5부재 이고 중간에 접촉사고로 쉬는 기간이 있었다. 일한 일수는 총30일정도 인 것 같다. 만촌동 쪽 북구 동구 쪽으론 지리를 거의 모르고 있었다. ‘김기사’라는 내비게이션 어플을 사용하고 있는데 혜화여고 쪽으로 가는 길을 내비게이션에서 신천대도로 가서 중동교 황금네거리를 지나 두리봉 터널 쪽으로 넘어가라고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에서 ‘만촌동에 내려준 적은 있으나 혐의는 부인하고 있었다’라고 한 말은 어디서 나온 말 인지 모르겠다. 시종일관 나는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다”라고 반박했다.

경찰의 초동수사에 대해서는 “범인이 클럽에서 뒤따라 나오는 사진이 있었다. 거기에 대해 물론 조사를 하셨겠지만 너무 택시기사만 몰아 간게 아닌가하는 생각은 든다. 물론 언론의 역할이 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체포 과정에 대해서 “그날도 쉬는 날이었다. 자고 일어나니 부친이 경찰관이 왔다갔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만 해도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확인차원에서 왔는줄 알았다. 말을 하다보니 갑자기 기억이 떠올라 바로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차로 갔고 그 후 전 수갑을 채웠다. 그때 내 말을 조금이라도 믿으시고 행동하셨다면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분들의 눈빛이 바뀌시고 심지어는 때릴려고 하시며 저를 처다보시는데 사람 눈빛이 그렇게 무서운건지 그때 처음 알았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사람과 눈 마주치기가 무섭더라. 25일에 대해 진술을 마치고 모텔과 뒤따라온 차량을 확인해 달라고 했을 때도 윽박을 지르더라. 그리고 아무리 범죄자의 부모라도 부모에게는 조금은 돌려서 말을 해주실 수도 있으실 텐데 모친께선 6시간동안 자식이 강간범에 살인범이라는 소리를 들으시고 얼마나 힘드셨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고백했다.

그는 “더군다나 집으로 돌아오니 집은 난장판이었다. 어머니의 속옷까지 다 뒤져났더라. 서랍장은 부서져있고 제 짐은 다 가져갔다. 나는 괜찮으나 부모님들은 동네에서 어떻게 다니실지 걱정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내가 멍청하게도 범인의 연기에 속아 넘어가서 태워준 건 사실이니 입이 백개 천개라도 할말이 없다”라며 “그러나 주변 분들이 작은 기사나 댓글하나에도 너무 괴로워하고 있다. 그래서 더러운 낯짝을 숙이고 글을 씁니다. 나의 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택시하시는 분들도 자식걱정에 하루반나절이상씩 운전만하시는 분들이 대다수다. 여러분들의 늦은 시간 안전한 귀가는 택시가 책임을 지고 있다. 나 또한 일을 시작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택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 할 수 있었다. 하루반나절이상씩 운전만하면서도 그렇게 넉넉한 삶을 살아가지도 못한다. 하지만 기사분들은 책임의식과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열심히 일하시니 걱정하지 마시고 택시를 이용하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대다수 택시노동자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민의 발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 선량한 택시노동자들이 더 이상 범죄자로 낙인 찍히고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언론은 신중한 보도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정부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택시제도개선과 불법행위를 근절을 위한 모든 대책을 즉각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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