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보부상은 무거운 봇짐을 지고 험난한 산길을 넘어가는 현재의 상황에 투덜거렸다. 중년의 보부상은 험난한 산길을 걷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산 너머의 밝은 미래를 보았다. 리더는 기업과 조직을 더욱 발전시키고, 성장시켜야 한다. 따라서 리더에겐 멀리 내다보는 원려(遠慮)가 필요하다. 미래는 현재를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다. 현상을 그냥 보는 리더가 될 것인가? 아님 현상이 갖는 의미를 통찰(洞察)해 멀리 내다보는 리더가 될 것인가?

 

봇짐을 지고 마을을 방문해 생필품을 판매하는 두 보부상이 있었다. 한 명은 이제 막 보부상을 시작한 젊은 청년이었고, 한 명은 주름이 가득한 중년이었다. 그들은 한여름 뜨거운 날씨에 무거운 짐을 지고 산을 넘어가던 길이었다. 해도 어느덧 산 중턱에 걸려 있었다. 젊은 보부상이 너무나 힘들어서 투덜거렸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립니다. 이런 힘든 날에 왜 산을 넘어가는 겁니까? 남들도 힘들어서 가지 않는 마을에 왜 이렇게 힘들게 가는지 저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젊은 보부상의 투덜거림을 듣고 있던 중년의 보부상이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길이 험하니 자네 말처럼 다른 장사꾼들 또한 산 넘어 마을을 거의 찾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네. 그러면 이 산 너머에 있는 사람들은 어떨까? 십중팔구 우리 같은 장사꾼을 무척이나 기다리고 있지 않겠는가? 어쩌면 우린 산 너머 마을에서 이 물건들을 몽땅 다 팔아 치울 수도 있지 않겠는가?” 젊은 보부상은 반신반의하며 중년을 따라 산을 넘었다. 그리고 마을에 도착해 마을 이장집에 짐을 풀자마자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 시간도 되지 않아 풀어놓은 물건들이 모두 팔려 나갔다. 젊은 보부상은 그제야 크게 깨닫게 되었다.
젊은 보부상은 무거운 짐을 지고 힘들게 산을 넘어가는 당장의 현실밖에 보지 못했다. 하지만 중년의 보부상은 산 넘어 마을에서 벌어질 미래를 봤다. 한 조직을 이끌고 있는 당신은 어떤가? 젊은 보부상처럼 당장 눈앞의 현실만 보는 리더인가? 아니면 중년의 보부상처럼 현실을 넘어 멀리 내다보는 리더인가? 리더는 기업과 조직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성장시켜야 하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앞의 현실을 넘어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미리 내다보는 ‘원려(遠慮)’의 힘이 필요이다.

리더, 심모원려(深謀遠慮)다
고전연구가이자 평론가로 유명한 신동준 박사가 집필한 중국 병법서 10가지를 해설한 책 <무경십서(武經十書)>에 “장무려(將無慮) 즉모사거(則謀士去)”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장수에게 심모원려가 없으면 모사가 곁을 떠나고, 용기가 없으면 병사가 적을 두려워하고, 경거망동하면 군대에 진중함이 없어지고, 충동적인 노여움은 전군이 두려워하게 만든다”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장수라면 깊이 생각하고, 멀리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논어에도 이와 유사한 말이 나온다. “인무원려(人無遠慮), 필유근우(必有近憂)”다. 사람이라면 멀리 내다보고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근심스러운 일이 생긴다는 말이다.
리더는 눈앞의 문제에만 매달릴 수 없다.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계획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멀리 내다볼수록 목표는 더욱 뚜렷해지고, 어떤 위기와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조직을 이끌어 갈 수 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흔들리는 배를 탓을 때 멀미를 느끼는 것은 한 치 앞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먼바다를 바라보면 바다의 파도는 잔잔하고, 평온하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멀미도 사라진다”

‘원려(遠慮)’의 날을 세우는 방법
멀리 내다보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에서 시작된다. 앞서 언급한 두 보부상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중년의 보부상이 짊어지고 있는 짐을 마을에 도착해 모두 팔아 치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근거는 험한 산을 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출발한 것이다. 중년의 보부상이 앞일을 내다볼 수 있었던 그 생각의 길을 한번 따라가 보자. 중년의 보부상이 떠올린 첫 번째 생각은 아마도 이것일 것이다. ‘이처럼 길이 험하니 그 어떤 상인도 마을에 가려고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어서 떠올린 생각은 ‘상인들이 가지 않았으니 마을엔 물품이 부족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어진 생각은 ‘우리가 마을에 도착해 물품을 꺼내 놓으면 사려는 사람들로 넘쳐 날 것이다’라는 것일 테다. 중년의 보부상은 현재의 상황을 깊이 있게 생각하여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내다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우리는 어려운 말로 통찰(洞察)이라 부른다. 원려(遠慮)의 날을 세우는 방법은 바로 통찰력을 키우는 것이다.

원려(遠慮)의 날을 키우기 위한 방법을 배우기 위해 통찰(洞察)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통찰(洞察)을 구성하는 통(通)은 ‘골짜기’ 또는 ‘동굴’을 뜻하고, 찰(察)은 ‘살피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골짜기 또는 동굴을 살핀다’라는 뜻을 가진 말이 통찰(洞察)이다. 통찰(洞察)의 진정한 의미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자세히 살펴서 현상을 꿰뚫어 본다’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상황이 갖는 의미는 아무나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의미를 갖기 위해선 통찰하는 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통찰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첫째, 현상을 제대로 관찰하라!
현상을 제대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관심은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 몰랐던 것도 보이게 만드는 힘과 호기심을 유발해 새로운 정보를 찾아 나서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다음은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본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아는 것만 보려는 주관적 관찰 경향을 가지고 있다. 주관적 관찰은 중요한 것을 놓치게 만들고, 현상을 왜곡해서 해석하게 만든다. 따라서 현상에 대해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구체적으로 보는 것이다”. 여기서 구체적이란 순서와 기준을 세워 보는 것이다. 순서와 기준을 정하지 않게 되면 숲만 보거나, 나무만 보게 되는 우(遇)를 낳게 된다. ‘관심을 갖고’, ‘있는 그대로’, ‘순서와 기준을 정해 구체적’으로 관찰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현상이 생기는 배경과 현상의 구조를 알게 되어 통찰(洞察)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살핀다’라는 기본 전제를 충족하게 된다.

둘째, 현상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라!
현상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2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폭넓은 지식이다”. 여기서 말하는 “폭넓은 지식”이란 학술적 지식과 함께 비학술적 지식을 포괄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리더들은 학술적 지식은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하지만 비학술적 지식(동향, 트렌드 등)은 다소 부족한 경우가 많다. 다음은 “폭넓은 이해다”. “폭넓은 이해”란 자신이 관련된 산업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 대한 이해 또한 포함한다. 우리 동네와 다른 동네, 윗마을과 아랫마을을 비교하고, 연관성도 찾아보는 등 다양한 분석을 위함이다. 폭넓은 지식과 이해는 생각의 기준을 전환시키고, 확장시킨다. 생각의 기준이 전환되고, 확장되면 현상에 대한 분석도 다양해질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분석 활동은 통찰(洞察)의 “현상을 꿰뚫어 본다”는 핵심에 접근하게 만든다.

셋째, 다양한 의견을 찾아 확인하라!
통찰(洞察)이라는 것은 결국 듣는 사람에게 있어 기존에 몰랐던 새로움이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기발한 해석이다. 따라서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남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그것은 통찰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얻은 통찰에 대해 관련분야 종사자와 전문가 등 다양한 이들을 찾아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는 현재를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다. 현재는 다양한 현상으로 이뤄지고, 현상을 제대로 꿰뚫어 볼 때 비로소 볼 수 있고,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리더는 한 치 앞이 아닌 먼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통찰력으로 기업과 조직의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하는 원려(遠慮)의 날(Blade)을 날카롭게 세워야 한다.

원려(遠慮)의 리더, 이병철 회장 (李秉喆,1910~1987 )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오늘날 우리나라를 반도체 강국이 될 수 있도록 밑거름을 쌓은 리더다. 그의 생전 일화를 살펴보면 그가 왜 원려(遠慮)의 리더십을 대표하는 리더인지 알 수 있다.

일화 1. 43만 평 규모의 수원공장
1969년 01월 오늘날 삼성전자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공업’이 설립되었다. 직원은 이병철 회장을 포함해 고작 36명, 첫 해 매출액은 37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런 기업이 1970년대 수원에 새 공장을 짓는데 그 규모가 43만 평이나 되었다. 당시 일본 최고 기업 히타치의 공장규모가 40만 평인데 이를 초과하는 규모였다. 이에 놀란 임원들이 이병철 회장의 결정에 크게 반대했다. 하지만 이병철 회장은 “히타치 공장이 40만 평인데 그것보다 커야 하지 않겠나? 사업을 했으면 일본 기업을 이겨야 될 거 아이가? 그러니 저기보다 3만 평이라도 더 커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이가? 어디 내 말 틀렸나?” 이렇게 말하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한다. 당장의 현실보다는 일본을 이겨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미래를 보고 통 큰 투자를 결정하고, 밀어붙였다는 일화다.

일화 2. 삼성의 반도체 시장 진출
1982년 72세의 이병철 회장은 보스턴 대학교를 방문했다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일본이 자동차, 반도체로 미국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미래의 사업으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반도체 사업은 사실 이병철 회장에게 많은 아픔을 주었던 사업이다. 1974년 이건희 회장이 한국반도체 사업을 인수해 사업을 하다가 경영 위기를 맞았고, 이를 이병철 회장이 다시 인수해 겨우 회생시켰지만 회사는 겨우 트랜지스터를 생산하는 말 뿐인 반도체 회사였다. 1983년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를 하지 않으면 삼성의 미래는 없다”며 삼성의 반도체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그리곤 기술진 확보를 위해 해외의 인재들을 스카우트했고,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연구진의 밤낮 없는 노력으로 1년도 안 된 1983년 11월 세계 3번째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한다. 그런 삼성을 일본의 기업들은 가만 두지 않았다. 반도체 생산에 절대적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던 일본기업들이 덤핑 공세를 펼쳐 삼성을 무너뜨리려 했다. 1984년 삼성의 적자규모가 1,300억원에 달했다고 하니 일본의 공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예상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이에 놀란 삼성의 임직원들은 이병철 회장을 찾아가 “지금이라도 반도체에서 손을 떼야한다” 건의했다. 하지만 이병철 회장은 “내 눈엔 돈이 보여”라며 오히려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신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병철 회장은 ‘미국이 일본에 잠식되어 가는 상황’, ‘일본이 반도체 시장에서 덤핑까지 하는 상황’을 정확히 꿰뚫어 보았고 이를 통해 반도체가 미래의 먹거리라는 것을 확신했다. 모두가 반대했던 “43만 평의 수원공장”, “반도체 사업 진출” 모두 이병철 회장의 원려(遠慮)의 리더십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 들이다.

원려(遠慮)도 결국 행동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상황이 갖는 의미는 아무나 볼 수 없다’. 멀리 내다보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에 대한 통찰(洞察)이 필요하다. 통찰은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관찰하는 행동’,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는 행동’, ‘다양한 의견을 찾아 확인하는 행동’이 필요하다. 결국 원려(遠慮)의 리더십도 행동에 의해 세워지는 리더십의 날(Blade)이다. 행동하지 않으면 리더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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