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조직의 가장 소중한 자산은 사람이다. 하지만 기업과 조직을 가장 위태롭게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사람만이 기업과 조직의 가치에 저항하고, 건강한 조직문화에 찬물을 끼얹는다. 이때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함의 인(仁)의 리더십이 아니라 냉정한 엄(嚴)의 리더십이다. ‘오랫동안 함께 해왔는데’, ‘잘 아는데’, ‘아끼는데’ 등 사사로운 정(精)은 기업과 조직을 더 큰 위기로 내몰 뿐이다. 올바른 일을 위해 사사로운 정(情)을 끊어낸다는 “대의멸친(大義滅親)”. 기업을 위태롭게 만드는 상황을 대비해 서슬 퍼런 칼을 서슴없이 휘두를 수 있는 차갑고, 냉정한 리더십의 날(Blade)을 세워보자! 

 

우연히 대검찰청에서 발행한 22년도 범죄백서를 보게 되었다. 2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범죄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놀라운 통계가 눈에 들어왔다. 21년 한 해 동안 무려 692건의 살인범죄가 발생했다는 통계였다. 궁금했다. 어떤 유형의 살인범죄가 발생하고 있고, 누구에 의해 범죄가 일어나는지. 범죄유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일반살인(84.1%)이었다. 이어 존속살인(7.5%)이 그 뒤를 따랐다. 촉탁살인도 3건으로 0.4%였다. 나를 더욱 놀라게 만든 것은 범죄를 일으킨 사람이었다. 피해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범죄자는 불과 22.8%에 불과했다. 범죄자의 77.2%가 피해자와 관련된 사람이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속담이 떠올랐다. 그리고 리더십 코칭을 위해 만났던 모 기업의 임원님 말씀이 생각났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기업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이 사람이다. 저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 가장 무서운 것도 사람이더군요”.
“기업을 살리는 것도 사람이고, 기업을 망치게 하는 것도 사람입니다”.

리더는 기업을 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살려야 한다. 기업을 살리는 사람은 잘 쓰고, 기업을 망치는 사람은 과감히 내칠 줄도 않아야 한다. ‘같이 지내온 시간이 얼마이고, 그동안 함께 겪은 희로애락이 있는데 어떻게 냉정하게 내쳐?’ 라며 사사로운 정(情)의 사슬을 끊어내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리더라면, 기업과 조직을 위해 과감히 내치는 냉정함도 필요하다.

리더, 대의멸친(大義滅親)이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의 은공조(隱公條)에 “대의멸친(大義滅親)”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의를 위해 친족도 죽인다’는 과격한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이 가진 뜻을 살펴보면 과격함보다는 냉정함에 가깝다. “큰 일을 함에 있어 사사로운 정(情)은 끊어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의멸친(大義滅親)”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그 유래를 살펴보자.

중국 춘추시대 위(衛)의 장공(莊公)은 이복형제인 주우(州吁)의 성품이 과격하여 환공(桓公)을 후계로 세웠다. 환공이 즉위한 후, 충신 석작(石碏)은 아들 석후(石厚)를 불러 주우와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석후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주우와 함께 환공을 시해한다. 이후 주우가 스스로 군후의 자리에 올라 전쟁을 일으키며 영토를 넓힌다. 민심을 돌리기 위한 전쟁이었다. 하지만 백성들은 여전히 그를 잘 따르지 않았다. 이에 주우는 석후를 불러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한다. 석후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궁리를 해보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아 결국 아버지 석작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석작 “천하의 종실인 주 황실을 찾아 천자를 배알하고, 승인받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석후 “어떻게 하면 천자를 배알 할 수 있겠습니까?”
석작 “진(陳) 나라는 황실과 사이가 좋으니 진나라로 가보아라, 그러면 진공이 선처해 주실 것이다”
주우와 석후는 진(陳) 나라로 떠난다. 석작은 그들이 떠나자 진(陳) 나라로 밀서를 적어 사람을 보낸다.
밀서에는 ‘주우와 석후는 군왕을 시해한 자로, 진(陳) 나라에 도착하면 붙잡아 처형해 주십시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진(陳) 나라는 석작의 부탁대로 주우와 석후를 붙잡아 처형했다.

올바른 일을 위해 사사로운 정(情)을 끊는다는 대의멸친(大義滅親). 기업과 조직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연, 지연, 혈연 등 자신과 가깝다는 이유로, 과거 기업과 조직의 성공에 기여한 공신이라는 이유로 내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리더라면 꼭 되새겨 봐야 할 말이며, 날카롭게 세워야 할 리더십의 날(Blade)이다.

정(情)의 사슬을 끊는 기술
정(情)의 사슬은 언제 끊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을 조선의 문신 성리학자 조광조(趙光祖)에서 찾을 수 있다. “세상에는 군자 외에 소인들도 있다. 소인은 공리(功利)에 마음이 사로잡힌 자로 관직(官職)과 작록(爵祿)에 집착한다. 그리고 이권을 지키고, 빼앗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들은 이권을 위해 벌떼같이 들고일어나기도 하고, 반대자를 위협하기도 하니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이다.” 조광조의 말을 되새겨보면 정(情)의 사슬을 끊어야 할 때와 그 대상을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기업과 조직의 이익이 아닌 사적인 이익과 권력을 탐할 때, 건강한 조직문화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때, 그 대상이 비록 친족이나 지인, 과거의 공신이라 하더라도 쳐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쳐내야 할까? 우리나라 속담에 “사람은 인정에 막히고, 귀신은 경문에 막힌다”는 말이 있다. 사람과의 정(情)의 끈을 끊어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속담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사로운 정(情)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술 습득이 필요하다.

사심 “1”도 남기지 말고, 버리는 기술
리더가 관계의 사슬을 끊어 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 대상과의 개인적인 정(情)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슬을 끊어 내는 모습을 구성원들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사슬을 끊어 내는 과정 속에서 이를 지켜보는 구성원들이 리더의 행위가 정당하지 않고 ‘정적을 쳐내려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엄청난 역풍(逆風)으로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는 반드시 비(非)와 사(邪)가 아닌 시(是)와 정(正)에 입각하여 사슬을 끊어야 한다. 시(是)와 정(正)은 그 어떤 사적 욕심도 허용하지 않는다. 기업과 조직을 위해 정(精)의 사슬을 끊는 냉정함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심을 1도 남기지 않고 버려야 한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는 기술
삼국지의 제갈량은 자신아 아끼는 마속의 목을 베었다. 그 이유는 마속이 명령을 어기고, 무모한 전략을 구사하다가 대패해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마속을 그냥 뒤선 안된다며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아끼는 사람도 기업과 조직을 위태롭게 한다면, 리더는 눈물을 머금고 정(精)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증거다. 증거 없이 휘두르는 칼은 망나니의 칼에 불과하다. 리더가 시(是)와 정(正)을 세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칼을 휘둘러야 한다면 먼저 객관적이고, 명확한 정보를 수집하고,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

지독하게 실행하는 기술
정(精)의 사슬을 끊어내는 마지막 기술은 지독함이다. 일단 결정을 내렸으면 리더의 행동은 과감해야 한다. 일말의 사정도 봐주거나 망설여서는 안 된다. 리더는 신뢰를 먹고 산다. 신뢰는 솔선수범으로도 먹지만, 냉정한 결단과 실행으로도 먹는 것이다. 기업과 조직을 위태롭게 하고, 지향하는 가치와 조직문화를 해친다면 그 누구를 막론하고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쳐내는 지독함을 가져야 한다.

냉정함의 리더, 데이비드 시걸(David Siegel)과 고(故) 이건희 회장
냉정함으로 서슬 퍼런 칼을 휘두른 리더는 누가 있을까? 많은 리더들이 있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리더는 밋업의 CEO 데이비드 시걸(David Siegel)과 삼성그룹을 이끌었던 고(故) 이건희 회장이다. 먼저 밋업의 데이비드 시걸을 냉정한 리더로 선정한 이유는 과도한 고용으로 기업의 성과를 떨어뜨리고 위태롭게 만드는 기업문화를 과감한 정리해고로 성장 지향적인 기업문화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걸의 냉정하고, 과감한 리더십은 190개국 2천개의 도시에서 52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시걸은 어떻게 과감한 정리해고를 실행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그의 일화에서 찾을 수 있다. 시걸은 기업을 위해 안타깝지만 정리해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250명의 직원 중 10%에 해당하는 25명에 대한 정리해고가 필요했다. 정리해고는 정직하고,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직원 전체 미팅으로 정리해고의 필요성을 알렸고, 25명의 사람들과 이별할 것이라고 공지했다. 그리고 객관적인 정보에 기반하여 개인에게 정리해고 유무를 이메일로 보냈다. 정리해고를 통보받은 사람 중 어느 누구도 시걸을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결정에 “내가 CEO라도 내가 맡고 있는 역할을 정리했을 것이다”며 지지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일화는 기업의 미래를 위해 리더가 사사로운 정(精)의 사슬을 성공적으로 끊어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냉정한 리더십을 발휘한 대표적인 또 다른 리더는 고(故) 이건희 회장이다. 2011년 6월 8일 이건희 회장은 경영진단 결과를 보고받는 과정에서 “기업 전반에 부정부패가 퍼져 있는 것 같다”며 크게 진노한 적이 있다. 기업이 자랑하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되고 있다며,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의지로 부정부패를 뿌리째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된다는 것은 너무나 치명적인 일이다. 이건희 회장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냉정한 리더십을 발휘했던 것이다. 계열사들은 대대적인 인적쇄신에 들어갔고, 그 결과 기업이 자랑하던 깨끗한 조직문화를 다시 바로 세울 수 있었다.
리더들에게 있어 함께 일하던 사람을 내친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전체 직원의 10%를 정리해고해야 했던 데이비드 시걸, 기업이 자랑하던 조직문화를 다시 바로 세우기 위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의지를 보여 준 고(故) 이건희 회장의 마음도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고통을 뒤로하고, 기업을 위해 서슬 퍼런 칼을 서슴없이 휘둘렀다. 리더라면 기업과 조직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친족이든, 지인이든, 공신이든 해가 되는 이라면 냉정하고, 과감하게 쳐내야 한다. 이것은 리더가 가진 숙명이다.

정(精)의 사슬도 때에 맞게 끊어야 한다
리더는 냉정하고, 차가워야 한다. 그렇다고 항상 냉정하고, 차가워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꼭 필요할 때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의 냉정함과 차가움이 필요할 때는 기업을 위태롭게 만들 때, 기업의 가치에 대한 저항과 충돌이 발생할 때 그리고 건강한 조직문화가 훼손될 때다. 손자병법에 리더가 지녀야 할 5가지 덕목이 기록되어 있다. “智(지)”, “信(신)”, “仁(인)”, “勇(용)”, “嚴(엄)”이 바로 그것이다. 리더는 때로는 지혜롭고(智), 때로는 신뢰하고(信), 때로는 인간적으로 존중하며(仁), 때로는 용감해야 하며(勇), 때로는 엄격해야(嚴) 한다는 것이다. 손자가 말하는 리더의 5가지 덕목은 시의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대의(大義)를 위해 멸친(滅親)해야만 하는 상황에 리더가 직면하게 된다면, 주저하지 않고 단칼에 쳐낼 수 있는 리더십의 날(Blade)을 갈고, 닦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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