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ews _컬럼]

각골산을 배경으로 디딤의 울창한 숲은 2023년 6월인 지금 신록의 푸르름을 과시하고 있다. 디딤에는 이처럼 자연이 주는 천연 에너지가 사시사철 입교 청소년을 에워싸고 있어 팬데믹 상황에서도 맑은 공기 탓에 근접 돌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24시간 선생님들의 사랑이 끊이질 않는다. 거주형의 종합체계 치료재활시스템은 TCI2)의 위기개입, 조석으로 이루어지는 Team approach3)의 사례회의들, 개인치료, 집단 치료, 진로 활동, 성장교육, 야외체험, 관계강화 캠핑, 수료여행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로 가득찬 16주 내내 아이들에게 흥미와 동기를 북돋운다. 국내 유일에서 이젠 대구센터가 생겼고 익산, 광주도 오픈준비 중이다. 

 

 디딤센터는 2012년 건립된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 상담복지 개발원의 위탁을 받아 복권기금으로 운영되는 거주형 청소년치료재활 센터이다. 대안교육이 갖추어져있고 10개의 생활동에서 각각 기본 생활 습관을 위한 규칙과 위생관리, 공동생활을 위한 역할 분담을 통해 스스로 신체 건강과 여가활동 등을 하며 공동체 생활을 통한 사회적 공동체 의식의 기본을 다듬는다. 또한 지도자들의 돌봄을 통한 재애착(reattachment)경험을 체험하여 관계의 내외적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수인하며 입교전 비수인적 환경을 극복하도록 돕는다. 또한 사회적 대처기술을 익히며 건강하게 사람들과 관계하며 살 수 있는 대인관계 기술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성인으로 성장하는 다리가 되어준다.  

 

“이젠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요”, “ 밤낮이 바뀌어 등교가 어려워요”, “공부 안 해도 되니 학교만 좀 갔으면 좋겠어요” “도저히 함께 살 수가 없어요” 등 보호자들의 한숨어린 호소들은 입교 때 마다 센터를 메우고 갈등과 혼란속의 청소년들은 “ 난 실패자다”, “ 친구가 없어요”, “죽고싶어요”, “ 짜증나요” 등 현재 자신의 환경과 주변인을 향한 분노와 슬픔, 억울함, 외로움 갖가지 감정들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말들은 수료 즈음엔 어김없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수료식은 눈물바다가 되고 만다.  

사실 따지고 보면 부모와 아이들의 외침은 동일하다. 큰 것을 바라지도 않고 서로 소통하길 원하며, 다만 기본적인 관계를 원할 뿐이라고들 한다. 현재 겪고 있는 갈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서로 험한 말과 심지어는 폭력을 통해 서로를 통제하려 한다.  

 

아이들은 ‘힘겨루기’와 ‘관심끌기’ 등 각종 전략과 반항하며 ‘복수’심에 불타기도 하고 ‘무기력함’으로 부모를 매우 속상하게 할 수도 있다4). 디딤센터는 입교생과 보호자 모두를 소중히 여긴다. 보호자와 치료 동맹을 맺어 아이들을 위한 공동 양육을 동반하고 문제행동에 대해 지혜를 모은다. 패밀리멘토링5)을 통해 양육방식과 태도를 개선하게 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아동기 부정적 트라우마에 노출되어 있다. 손만 닿아도 놀래거나 혼자 있고 싶기도 하고, 비슷한 장면만 느껴져도 플래시백6) 현상을 겪는다. 사회적 공감 능력이 없어 타인의 의도를 왜곡하거나 자신의 마음을 과장하기도 한다. 친구가 사귀고 싶으면서도 어떻게 할 줄 몰라 장난이나 비호감으로 괴롭힌다. 진심은 고스란히 감춰진 채로 ... 

전반적으로 규칙을 예외없이 적용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지도록 하며 실수했을 때는 즉시 사과하도록 즉각적 대처를 가르친다. 인지적 전략과 행동 수정이 동시에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낮은 자존감과 자기패배적 인지도식이 수정되고 관계방식의 개선으로 친구를 사귀는 법을 연습하며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되어 학교 및 사회 복귀가 가능해질 때 또다시 이전의 문제행동으로 힘들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성과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것이 수료까지 버티어낸 성공경험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디딤센터는 희망, 공감, 신뢰를 모토로 삼고 있다. 안전함을 제공하고 격려 받으며 미래를 꿈꾸게 한다.  

 

오늘도 퇴근하는 지도자들의 발걸음은 지쳐있지만 마음은 뿌듯하다.  한줄기 희망도 가져본다. 내일은 좀 더 나아진 아이들을 기대하면서 각자의 쉼터로 돌아간다. 부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마음은 늘 안쓰럽고 고맙다. 때로는 아이들 때문에 생긴 멍든 상처가 그들의 훈장처럼 느껴지리라. 청소년과 함께 한다는 가치만으로 스스로 위로하는 우리 직원들, 디딤의 살아있는 치료도구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노고가 있기에 ‘이만 하면 충분히 좋은(good enough) 엄마’ 같은 센터로 아이들의 가슴에 자리매김하는 것 같다. 

 

아이의 정서 행동의 어려움으로 등교거부나 학교부적응을 겪고 있는 보호자들에게 디딤센터를 두드려주시길 권유드리며, 청소년과 가족의 위기가 기회로 회복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글쓴이 :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

치료재활부장 허정선(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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