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 과정은 늘 힘들고, 어렵다. 과정이 힘들고 어려운 이유는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 어떤 어려움에 처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방비책을 세우고, 행동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뜻을 가진 “미우주무(未雨綢繆)” 사자성어를 떠올려야 한다. 목표 달성에 저해되는 각종 요인들을 끊임없이 인식하고, 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과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어 점검의 날을 날카롭게 세워야 한다.

 

“어제 큰비가 내렸는데 다리는 괜찮은가?”, “예 어르신, 제가 두들기며, 꼼꼼히 살펴봤는데 건너셔도 됩니다.” 나무다리를 이용해 개울을 건너야 했던 안골 마을 사람들. 큰 비가 내릴 때마다 판돌이에게 다리 상태를 확인하고 건넜다. 마을에 돌다리가 놓였다. 이젠 큰 비가 내려도 다리는 떠내려가지 않았다. 안골 마을 사람들은 판돌이에게 더 이상 다리 상태가 어떤 지 묻지 않았다. “아니, 돌다리를 왜 두들기나? 썩기라도 했을까 봐?”라며 돌다리를 두드리는 판돌이를 향해 비아냥거리며 비웃었다. 판돌이는 이에 굴하지 않고 돌다리를 두들기며 상태를 확인했다. 성미 급한 노인이 앞으로 나서며 “예끼, 이 사람아! 돌다리를 두들기며 건너는 사람이 어디 있나? 난 급하니 먼저 가겠네.” 그리곤 황소가 끄는 수레를 앞장 세워 다리를 건너는 데 중간쯤 갔을까? 돌다리가 와르르 무너져 내려 황소와 수레가 거친 물살에 떠내려갔다. 목숨을 겨우 부지한 노인은 바닥에 주저앉아 크게 후회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다 <무너진 돌다리> 이야기다. 확실하다고 여기는 것도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속담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라”. 이 말의 의미를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런데 ‘잘 아는 일이니까 괜찮아’, ‘늘 해오던 일인 걸 뭐~’, ‘항상 다니던 길인데 뭔 일이야 있겠어?’, ‘한두 번도 아니고’라는 말로 간과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신중하지 않은 행동의 결과는 언제나 후회다. 그래서일까? 주변 사람들이 과거의 경험으로 경솔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 나도 모르게 걱정하게 된다. 그 경솔함으로 그동안 힘들게 쌓아 올린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뜨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성공을 꿈꾸는 리더라면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완성해야 한다. 사소한 것도 간과하지 않는 편집증적 점검이 리더에게 필요한 이유다.

리더, 미우주무(未雨綢繆)다.

기원전 1046년 주(周) 나라 주공(周公)이 어린 성왕(成王)을 대신해 섭정을 하던 시기, 무왕의 동생이었던 관숙(管叔)은 이를 못 마땅히 여겨 주공이 제위를 찬탈하려 한다는 소문을 냈다. 사실 주공은 무왕의 유훈에 따라 어린 왕을 돕기 위해 섭정을 하게 된 것이었다. 관숙은 주공을 모함하는데 그치지 않고 주공이 도읍을 떠나자 반란까지 도모했다. 이를 알아챈 주공이 한 편의 시를 지어서 성왕에게 보냈는데 <빈풍치효(豳風鴟鴞)>란 시다. 이 시에 미우주무(未雨綢繆)가 등장한다.

“鴟鴞鴟鴞(치효치효) 旣取我子(기취아자) 無毁我室(무훼아실)
”“迨天之未陰雨(태천지미음우) 撤彼桑土(철피상두) 綢繆牖戶(주무유호)...”

이 시의 내용을 직역하면 “올빼미야 이미 내 자식을 잡아먹었으니, 내 보금자리를 헐지 마라, 하늘에 장마가 오지 않았을 때 뽕나무 뿌리를 뽑아 둥지를 엵어라”라는 내용이다. 비가 오지 않을 때 뽕나무 뿌리껍질로 둥지를 단단히 얽매야 새끼를 잃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다. “미우주무(未雨綢繆)”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 미리 방비책을 세우고,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동의 신중함을 다룬 글은 또 있다. 바로 중국 최고의 시인, 시성(詩聖)이라 불리는 두보(杜甫)의 <병백(病栢)>이다.

“鴟鴞志意滿(치효지의만) 養子穿穴內(양자천혈내)”

올빼미는 뜻이 가득해 잣나무에 구멍을 뚫어서 새끼를 친다는 말로 혹시 모를 위험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단단한 잣나무에 구멍을 뚫는 어미의 신중함을 칭송한 글이다.

주공의 <빈풍치효(豳風鴟鴞)>, 올빼미의 자녀 사랑을 칭송한 두보의 <병백(病栢)>이란 시구에 담겨있는 사자성어 “미우주무(未雨綢繆)”는 국가를 운영하는 임금부터, 자식을 부양하는 부모까지 세상의 모든 리더들이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설명해 준다. 그것은 바로 조직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과정 하나하나를 소홀히 하지 않고, 확인하고, 확인하는 자세. 즉, 얕은 내도 깊게 건너는 리더의 신중한 행동이 바로 점검의 날이다.

점검의 날을 세우는 방법

리더가 점검의 날을 세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 속에서 길은 제대로 걷고 있는지? 공들여 만드는 탑(성과)을 무너뜨릴 위험은 없는지 확인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점검의 날을 세워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을 아문센(Roald Amundsen 1872 ~ 1928)의 남극탐험에서 찾을 수 있다.

1910년 8월 9일 아문센은 19명의 승무원들과 함께 남극으로 향했다. 남극의 날씨는 변화무쌍하고,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혹독한 추위를 그들에게 선사했고, 그들이 내딛는 곳에는 언제, 어디서 만나게 될지 모르는 크레바스와 블리자드가 가득했다. 1911년 2월 14일 남위 80도에 최초의 비축물 저장 기자를 구축하고 남극점을 향해 나아갔다. 혹독한 환경에서도 그들은 매일 20마일씩 목표한 곳까지 행군했다. 행군하는 과정에서 위도가 1도씩 바뀔 때마다 돌아올 때를 대비해 식량을 비축해 놓았다. 1911년 12월 8일 섀클턴이 남극탐험에서 발걸음을 돌렸던 남위 88도에 도달했다. 이제 목표(남극점)까지 남위 2도만 남았다. 아문센과 5명의 대원은 계속 나아갔다. 1911년 12월 14일 드디어 탐험의 최종 목표 남극점에 도착했다. 인류 최초의 남극점 정복, 그들은 노르웨이 깃발을 꽂고, 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나눴다. 아문센 일행은 남극점에서 머물며 조사와 연구를 진행한 후 1911년 12월 18일 귀향을 위해 출발했고, 모두 무사히 귀환했다.

변화무쌍한 날씨, 혹독한 추위와 각종 위험으로 가득한 남극의 환경, 단 한 번도 인류의 발걸음을 허락하지 않은 아문센과 일행은 어떻게 인류최초로 탐험에 성공하고,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을까? 이유는 바로 아문센이 남극점을 향해 가는 과정 속에서 편집증적으로 행한 두 가지 행동 때문이다. 첫 번째 행동은 “매일 20마일 이동해서 중간 경로지에 반드시 도착한다”, 두 번째 행동은 “위도가 1도씩 바뀔 때마다 돌아올 때를 대비해 식량을 비축해 둔다”. 아문센의 이 두 가지 편집증적 행동은 모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점검의 행동들이다. 아문센의 이 두 가지 행동을 고려해 보면 점검이 날이란 단순히 현재의 위치를 확인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인식과 개선, 미래에 대한 대책까지 수립까지 포함하는 행동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점검의 날을 세우는 방법은 목표한 것을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가야 하는가? “경로설정”, 목표를 향해 우리는 제대로 가고 있는가? “위치확인”, 목표를 향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행한 잘못과 실수는 무엇인가? “문제인식”, 앞으로 직면하게 될 어려움을 우리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대책수립”으로 목표 달성에 저해되는 각종 요인들을 끊임없이 인식하고, 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과 행동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점검의 리더들, Alcoa

세상의 모든 리더들이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정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고,기업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정관리에 많은 비즈니스 역량을 투입한다. 이를 가장 잘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팀 쿡(Tim Cook)이 운영하는 애플?, 리드 에이스팅스(Reed Hastings)가 CEO로 있는 넷플릭스?, 엘론 머스크(Elon Musk)의 테슬라? 사티아 나델라 (Satya Nadella)의 마이크로소프트?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의 아마존? 모두 훌륭한 기업들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로이 하비(Roy Harvey)의 알코아(Alcoa)가 최고이지 않을까 한다. 알코아의 점검은 “Trust but verify”다. 신뢰하되, 철저히 확인하라! 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알코아의 리더라면 “Trust but verify”를 실천해야 한다. 구성원을 신뢰하지만,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에서 작은 것도 놓치지 않고, 철저히 확인하고, 확인해서 위험을 최소화하는 노력과 행동을 취해야 한다. 이를 입증하는 자료가 있다. 그것은 2021년 한 해 동안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리더가 산업현장을 찾아 현장점검을 실시한 횟수다. 그 횟수는 무려 195,519회(536회/일)다. 놀라운 것은 현장 점검 횟수뿐만이 아니다. 현장 점검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행사한 작업 중지권이 무려 462회에 달한다. 단순히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위험도 간과하지 않고 철저히 확인하고, 확인했다. 그 결과 2021년 한 해 동안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것이 안전에 국한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2022년 알코아의 주가는 80% 이상 급등했다.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등으로 세계 경제는 침체되었고, 불확실성으로 가득했던 시기에 이룩한 놀라운 성과다. 알코아의 신뢰하되, 철저히 확인하는 점검 “Trust but verify” 기업과 조직을 이끌어 가야 하는 리더라면 배우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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