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진현진_hjin@fidelitysolut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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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없는 조직’은 주춧돌 없이 짓는 집과 같다. 작고, 낮은 집을 지을 때야 상관없겠지만 크고, 높은 집을 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튼실한 주춧돌이 필요 듯 질서가 유지되고 발전하는 조직을 위해서는 근본이 필요하다. 리더는 구성원로 이뤄진 하나의 사회에 질서를 만들고, 유지시키면서 발전시켜야 한다. 질서와 발전은 근본에 달렸다. 기본과 원칙으로 정본(正本)하고, 모두가 참여하는 청원(淸原)으로 조직, 근본(根本)의 날을 세워보자!

 

우리는 가끔 사람들에게 “근본 없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 말을 '출신'이나 ‘소속’이 불확실한 사람 즉, 생득적 측면에서 정체성이 불확실한 사람에게 사용하기도 하지만,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인성이나 품성이 부족한 사람에게도 사용한다. 결국 사람에게 있어 ‘근본’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생득적 측면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한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기본적인 인성, 품성, 자질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만약, 이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근본 없는 놈”이란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고, 갖추고 있다면 “근본 있는 사람”으로 인정과 신뢰를 받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리더는 근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것도 인성, 품성, 자질 앞에 “훌륭한”이라는 형용사를 붙여서 말이다. 과연 그것으로 충분할까? 리더는 크고, 작은 사회, 즉, 조직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다. 조직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조직의 질서가 제대로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발휘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리더는 조직의 질서 유지와 발전에 필요한 근본의 날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리더, 근본(根本) 이해하기
리더는 조직이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는 사람이다. 즉, 조직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럼,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논어(論語)와 대학(大學)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대학(大學)이다. 대학에는 ‘기본난이말치자자부(基本亂而末治者否矣)’라는 말이 있다, 근본이 어지러우면 아랫사람을 다스릴 수 없다는 말로 리더라면 근본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논어다. 논어의 안연(顔淵)편에 계강자와 공자가 나눈 대화의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계강자가 먼저 공자에게 묻기를 “도둑이 많아 걱정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이에 공자는 “구자지불욕(苟子之不欲) 수상지(雖賞之) 부절(不竊)”라고 답한 내용이다. 이 말을 풀이하면 “그대가 탐욕을 가지지 않으면, 비록 도둑질하는 자에게 상을 준다고 할지라도 백성들은 도둑질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이다. 리더는 근본을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학과 논어에 기록된 내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르침은 리더라면 당연히 근본으로 조직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고전 중 하나인 한서(漢書) 형법지(刑法志)에서 유래된 사자성어 정본청원(正本淸原)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리더, 근본(根本)의 날을 세워라!
리더는 조직을 정본청원(正本淸原)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럼 어떻게 조직을 정본청원(正本淸原)하게 만들 수 있을까?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 경영학 교수이자, 경영컨설턴트인 켄 블랜차드(Ken Blanchard)는 <리더의 심장>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주어진 업무와 일에 대한 항로와 루트를 제시해 주면서 기본을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이 스스로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 이 말을 정리하면 기본과 원칙(Compliance)이 지켜지는 조직,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업무에 책임감을 가지고 헌신(Commitment)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조직의 근본을 세우는 것이고, 이를 리더가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과 원칙은 정본(正本)이다. 한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본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기본과 원칙은 사회의 질서를 만든다. 사회의 기본과 원칙은 관습과 법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질서는 기본과 원칙으로 세울 수 있다. 조직의 기본과 원칙은 회사의 규정과 방침이며 또한 일을 수행하는 절차다. 리더는 회사의 규정과 방침, 업무 수행 절차 등 조직의 기본과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바로 세워야 한다.
과정) 조직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과 원칙이 있는가?
과정) 주어진 일과 업무에 대한 항로와 루트를 알려주고 있는가?
결과) 구성원들은 기본과 원칙을 준수하고 있는가?

책임감을 가지고, 헌신하게 만드는 것은 청원(淸原)이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성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구성원들이 참여하지 않는 사회는 결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에 부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에 대한 구성원의 책임감과 헌신이 필요하다. 구성원의 책임감과 헌신 없는 조직은 결코 청원(淸原)해 질 수 없다. 책임감과 헌신은 마음가짐이다. 마음가짐은 권한의 위임과 자율성 보장 등과 같은 동기부여를 통해 생긴다. 리더는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헌신할 수 있도록 적절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과정) 리더인 나는 그 기본과 원칙을 솔선수범하는가?
과정) 일과 업무 수행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는가?
과정) 일과 업무 수행 과정에서 충분한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가?
결과) 구성원들을 자발적으로 일과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가?

근본(根本)의 리더, 제임스 시네갈(James Sinegal)
장자(莊子)의 양생주편(養生主篇)에 포정해우(庖丁解牛)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신기에 가까운 솜씨를 칭찬할 때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포정해우(庖丁解牛)는 춘추전국시대 진(秦)나라 문혜공(惠文公)이 포정과 대화에서 유래했다. 포정이 문혜공(惠文公)을 위해 소를 잡았다. 소를 잡는 포정의 손놀림이 너무나 훌륭해 문혜공은 소 잡는 기술을 칭찬하며 묻는다. “그 솜씨가 참으로 훌륭하다. 어떻게 그 경지에 이르렀는가?” 이에 포정이 답한다. “처음 소를 잡을 때는 소만 보였습니다. 3년이 지나자 소는 보이지 않고, 갈라내야 하는 부분이 보였습니다. 지금은 마음으로 소를 대하지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소의 뼈와 살 사이는 얽히고, 설켜 있는데 그 어려움을 헤아리고, 경계해 시선을 멈춰 칼 놀림을 더욱 세심하게 합니다.” 소를 잡는 일에도 기본이 중요하고, 기본을 수행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 잡는 일의 기본은 소에 대한 지식(뼈와 살의 구조), 칼을 다루는 기술(칼을 뼈와 살 틈에 넣어 가르기), 소를 해체하는 순서(일의 절차)다. 그리고 소 잡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소를 해체하는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 잡는 일에도 정본청원(正本淸原)이다. 리더는 근본의 날을 세워 양생주편의 포정과 같이 기본을 지키고, 책임감 있는 구성원들로 만들어야 한다. 근본의 날을 세워야 하는 리더들에게 도움이 될 글로벌 리더 한 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은 글로벌 유통기업의 무덤으로 불린다. 세계 1, 2위의 월마트와 까르푸도 성공하지 못하고 완전히 철수했다. 하지만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유일한 글로벌 유통기업이 있다. 제임스 시네갈(James Sinegal)의 코스트코(COSTCO)다. 고객들은 코스트코를 이용하기 위해 차량에 한 시간 넘게 기다리고, 들어가서도 제품을 결제하기 위해 30분 이상 줄을 선다. 이렇게 긴 시간을 감내하면서도 이 매장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창업주 제임스 시네갈의 매장 운영 기본원칙 때문이다. 이 기본원칙을 직원이 아닌 소비자에게서 듣는 것도 놀랍지만, 코스트코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매장을 이용하는 이유로 기본원칙을 언급한다는 것이 더 놀랍니다. “이곳에서는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요. 연회비도 내야 하지만 전혀 아깝지가 않아요” 코스트코는 어떻게 소비자에게 이런 인식을 심어 줄 있었을까? 이에 대한 설명을 위해 코스트코의 유명한 일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코스트코에 비데를 납품하려는 업체가 있었다. 비데 납품을 위해 찾아간 코스트코에서 제품에 대한 검수를 요청했다. 그런데 그 검수과정이 놀라웠다. 비데 하나를 납품하는데 비데에 들어가는 200개의 부품을 모두 해체하고, 부품 하나하나 품질 검수를 거쳐야 했다는 일화다.

코스트코의 전 세계 650여 개의 매장은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기본원칙을 철저히 준수한다. 시장의 높은 마진율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그 절반도 되지 않는 마진율(14~15%)을 고수하고, 저급한 상품을 취급하지 않기 위해 부품 하나하나 높은 수준의 품질 검수 과정을 거쳐 선별한다. 이것이 유통지옥이라는 한국시장에서도 사랑받고, 성장하는 이유다.

리더의 근본은 주춧돌이다
‘초석을 다지다’라는 말이 있다. 초석이란 기둥 밑에 기초로 받쳐 놓은 주춧돌을 의미한다. ‘초석을 다지다’라는 것은 좋은 집을 짓기 위해서는 그 기초인 주춧돌부터 제대로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튼튼하고, 건실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주춧돌, 기본과 원칙이라는 근본이 필요하다. ‘근본 없는 조직’은 주춧돌 없이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작고, 낮은 집을 지을 때야 상관없겠지만 크고, 높은 집을 짓기 위해서는 반드시 튼실한 주춧돌이 필요하듯이 말이다. 리더는 구성원들로 이뤄진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발전시켜야 한다. 질서와 발전은 근본에 달렸다. 기본과 원칙으로 정본(正本)을 세우고,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청원(淸原)의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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