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날씨는 예측 불가능하다. 수시로 바뀌는 날씨. 그때마다 바다의 환경은 바뀐다. 선장은 변화하는 바다의 환경에 굴하지 않고, 배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몰아야 한다. 이때 선장에게 필요한 것은 방향키를 움켜쥐고, 목적지로 계속 나아가게 하는 힘, 기산지절(箕山之節)과 같은 “신념(信念)”이다. 이 글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신념(信念)의 날을 세워보자.

 

검은 피부에 깡마른 볼품없는 늙은 어부. 84일째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다. 좌절할 만도 한 시간이다. 하지만 늙은 어부는 포기하지 않고 낚시 줄을 계속 바다에 내린다. 고기를 잡기 위해 떠난 지 85일. 드디어 늙은 노인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자신의 배보다 큰 녀석이 낚시 바늘에 걸린 것이다. 노인은 고기와 이틀 낮과 밤 동안 씨름을 한다. 한 잠도 자지 못한다. 그 사이 노인의 손은 낚시 줄에 찢겨 나가 온전한 곳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노인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노인은 물고기와의 싸움에서 끝내 이겨내고, 거대한 물고기를 잡는 데 성공한다. 많이 들어 본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이야기다.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되는데 그 중 하나는 신념(信念)에 대한 것이다. 헤밍웨이가 이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신념(信念)이란 무엇일까? 그는 늙은 어부 산티아고, 어린 소년 매노린를 통해 신념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생각해 보세요. 할아버지는 84일 동안 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했을 때도 있었잖아요. 그러다가 엄청나게 큰 놈들을 낚았고요.”

“그래, 그런 적이 있었지, 얘야, 나는 네가 다른 배를 타려는 것을 알고 있단다.”

“아버지가 다른 배를 타라고 시킨 거예요. 저는 아직 어리니까. 아버지의 말씀을 들어야 해요”

헤밍웨이는 두 사람의 이 대화를 통해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굳게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신념(信念)”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배워왔다. 리더라면 확고한 신념(信念)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실천하는 리더는 얼마나 될까? 신념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리더, 잘못된 신념을 신념으로 착각하는 리더, 올바른 신념을 가지고 있으나 실천하지 못하는 리더들이 주변에 생각보다 많다. 이런 리더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에게 적합한 신념을 찾고, 그 신념의 날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먼저다.

리더의 신념(信念)을 찾아라!

한서(漢書) <포선전(鮑宣傳)>에는 “기산지절(箕山之節)”이라는 글이 기록되어 있다. “기산지절(箕山之節)”의 기산(箕山)은 한(漢) 나라의 은사(隱士) 허유(許由)가 머물던 산이며, 지절(之節)이란 요(嶢)와 순(舜) 임금이 허유에게 높은 벼슬을 권했지만, 허유는 의(義)를 지키기 위해 벼슬을 거절하고 기산으로 은거했다는 유래에서 비롯된 말이다. 즉 “기산지절(箕山之節)”은 기산(箕山)의 지조(志操)란 뜻으로 신념(信念)을 대표하는 사자성어인 것이다. 이 유래를 통해 “신념(信念)”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마음과 행동을 정하는 기준”이다. 신념(信念)은 나무의 뿌리와 같다. 뿌리는 아무리 강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신념(信念)”은 그 어떤 상황과 유혹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마음과 행동을 한결같게 만드는 힘인 것이다.

리더의 신념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그 답은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하여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는 개인적으로 추가하는 삶의 가치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과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다. 리더는 기업의 지속경영을 위해 성과를 창출해서 기여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인 삶의 가치만을 추구하여 ‘조직이 무슨 상관이야, 나만 잘 살면 되지’라는 식의 행동으로 조직과 회사에 물의를 일으켜선 안 된다. 리더의 신념은 개인과 조직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치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리더의 신념은 다음과 같은 4가지 절차를 통해 찾아야 한다.

첫째,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신의 가치에 대한 인식
둘째, ‘나는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삶의 방향
셋째, ‘개인적인 삶의 가치가 조직에 얼마나 기여하는가?’라는 조직적 기여
넷째, ‘리더의 가치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라는 지향 이미지

리더, 삶의 스타일을 설계하라!

“기산지절(箕山之節)”의 유래에 등장하는 허유(許由)의 신념은 의(義)다. 허유는 의(義)를 지키기 위해 요(嶢)와 순(舜) 임금의 좋은 제안에도 불구하고, 기산(箕山)으로 들어가 은거했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신념을 실천한 것이다. 허유(許由)가 오늘날까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신념을 가져서가 아니라 신념을 어떠한 상황에서도 실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온갖 유혹에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답은 삶의 스타일에 있다. 삶의 스타일에는 개인의 인생관과 생활태도가 포함된다. 허유는 의(義)의 길을 걷기 위한 삶의 스타일을 설계했고, 일관되게 삶의 스타일을 고수했다. 리더 또한 조직에서의 생활양식과 생활패턴을 신념에 기반하여 모두 바꿔야 한다. 업무 수행을 위한 계획(Plan)부터 수행(Do), 점검(Check), 개선(Action)까지 조직에서 이뤄지는 모든 의사결정과 행동에 투영될 수 있도록 말이다.

신념(信念)의 리더, 폴 오닐(Paul O’Neil)

리더의 신념(信念)에 대해 강의를 할 때마다 필자가 언급하는 인물이 있다. 그는 바로 Alcoa의 전 CEO 폴 오닐(Paul O’Neil)이다. 폴 오닐의 신념(信念)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리더의 신념(信念)이 경영에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블랙 먼데이로 표현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가 발생했던 1987년 폴 오닐(Paul O’Neil)은 Alcoa의 신임 CEO로 부임했다. 그가 부임했을 때 Alcoa의 LWD(Lost WorkDay)는 산업 최고(1.9) 수준이었고, Stock Price는 불과 5달러가 조금 넘었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에서 폴 오닐은 마이크를 잡고 취임연설을 했다. 그 자리에 참여했던 한 기자는 그의 연설을 듣고, 투자가에게 연락했다. 그리곤 그는 “그는 미쳤다. 내가 가진 Alcoa의 모든 주식을 처분해 달라” 요청했다. 10여 년이 지난 후 “내 생애 가장 후회하는 일은 그때 Alcoa의 주식을 모두 처분한 일이다”며 후회했다는 에피소드다.

1987년 폴 오닐은 취임연설 때 어떤 말을 했기에 가지고 있던 주식을 모두 처분하게 만들었으며, 10여년이 지나 후회하게 만든 것일까? 그것은 바로 폴 오닐의 신념에 관한 선언 때문이었다. 폴 오닐은 Alcoa에 부임하기 전 자신에게 3가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직원들을 존중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
’‘내가 은퇴했을 때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위의 3가지 질문을 통해 그가 찾은 답은 “안전하고, 행복한 일터”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취임연설에서 “Alcoa를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야기를 듣는 기자의 입장으로서는 “안전”과 “행복”이 암울한 경제 위기를 돌파하여 기업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업을 죽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폴 오닐은 이 신념을 재임하는 13년 동안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 있게 실천했다. 경영의 최우선 가치를 “생산성”이 아닌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모든 구성원들을 인간적 존엄성으로 대했다. 그리고 안전에 필요하다면 그것이 설비, 장비, 교육 이든 상관하지 않고 아끼지 않고, 투자했다. 그 결과 LWD(Lost WorkDay)를 0.2까지 낮춰 업계에서 가장 안전한 기업으로 만들었고, Stock Price는 5달러에서 40달러까지 높였다. 폴 오닐의 신념이 기업의 위기를 넘어 성공으로 이끈 것이다.

리더의 신념(信念)은 방향키다

리더 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선장(船將)의 이미지다. 망망대해의 바다에서 목적지를 향해 배를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과 같기 때문이다. 바다는 예측 불가능하다. 잔잔하다 가도 거센 풍랑이 몰아치기도 한다. 배는 거친 풍랑 속에서도 좌초되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항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선장은 방향키를 움켜쥐고 어떤 파도에도 절대 굴하지 않는다. 한 조직의 리더라면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조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힘, 신념(信念)의 날을 날카롭게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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