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개인택시 이종문 기사

폭염으로 찌는 듯이 무더운 날씨가 엊그제 같았는데 높은 하늘에 신작로에는 코스모스 꽃이 활짝 피어 운전가족들에게 기쁨의 향기를 주고 있는 가을입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어른들께서는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세월은 유수(흐르는 물)와 같다고. 당시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이제 나이를 먹고 지난날을 돌아보니 이해할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나의 삶이 아쉽기도 하고 또 허망해서 붙잡을 것 같으면 붙잡아놓고 싶습니다. 이제는 머나먼 과거로 흘러가버린 세월, 제가 운전을 한지도 어느덧 많은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군대 갔다 와서 사회에 나와 보니 친구들은 벌써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취업을 해서 운전을 하고 있더군요. 그런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시기도 나고 부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왜냐면 그 당시에는 운전하는 분들이 인기가 좋았던 시절이었거든요.

남들은 돈도 벌고 폼도 잡는데 나는 이게 무엇이냐 생각하니 은근히 화도 나더군요. 군대생활 3년이 허송세월 같고 뒤떨어진 3년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게 다 부질없는 생각이었습니다. 나도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대열에 맞추기 위해서는 열심히 뛰고 배워야 된다는 생각에 그 즉시 운전연습을 하고 면허를 취득해서 화물차를 시작으로 관광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나도 이제 친구들 못지않게 많은 돈을 벌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헛된 기와집을 몇 채씩 지어보고 큰 빌딩도 지어보면서 기대가 되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관광버스 초년생이 겪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전혀 모르는 낯선 길이라든지 서울 시내가 목적지가 될 때는 비지땀을 흘리면서 정신없이 운전할 때가 많이 있었습니다.

한번은 학생들을 태우고 수학여행을 갔을 때였습니다. 서울 경복궁을 가야 되는데 엉뚱한 곳으로 방향을 잡고 가다가 시간만 다 허비하고 먼저 간 앞차를 만났을 때는 다음 코스 때문에 시간이 없어 정해진 코스를 다 빼먹는 일이 보통이었습니다. 이러다가 선배님들에게 눈물이 나올 만큼 혼도 났습니다.

또 길 모르는 시내에서 앞에 가는 선배 차를 따라가다가 신호에 걸려 앞차를 놓쳤을 때 머리가 돌아버린다는 표현을 해야 될 것인지……. 이것 외에도 많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지금은 내비게이션이 있어서 수월하게 길을 찾아다닐 수 있지만 그때는 그런 장비는 상상도 못할 때입니다.

이런저런 수난을 많이 겪다보니 나도 내비게이션이 되더군요. 나중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성실하고 친절하다고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찾아주는 손님들이 많아져 쉬고 싶지만 쉬는 날 없이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 하다보니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내가 관광버스를 할 그 무렵에는 어느 모임이면 모임, 어느 동네면 동네별로 관광버스 타고 관광하는 것이 유행이라고 할 만큼 관광버스가 붐이 일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일한 결과 좋은 경관에 아담한 전원주택도 짓게 되고 개인택시까지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남들은 운전수라고 천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 운전이란 천직이고 그 어떤 높은 지위에 있는 분들이 조금도 부럽지 않은 나의 자랑입니다. 지금 이렇게 개인택시를 하면서 사랑하는 우리 가족과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떳떳하고 보람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배운 것도 없고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도 없습니다. 하지만 성실하게 운전을 해서 아들 딸 남매를 대학까지 가르치고 모두 출가시켜 손자까지 보았습니다. 우리 운전가족 여러분, 운행하다 보면 스트레스 받을 일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택시를 직업으로 하시는 분들은 더 공감이 갈 것입니다.

특별히 이런 시골에는 차 없는 노인 분들이나 차 없는 아주머니, 학생 등 이러한 분들이 택시를 주로 이용합니다. 콜을 해서 모시고 다니던 노인 분들이 수입을 올려주곤 했는데 그나마 근래에는 10명 이상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렇게 갈수록 인구는 줄고 있는데 출타했다가도 터미널에 내려 당연히 택시를 이용할 만한 분들이 집으로 전화해서 자기들 차를 불러 집에 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행여나 했던 마음이 허탈해질 때가 많습니다.

운전가족 여러분,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차분히 양보하는 습관을 들여봅시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조금만 더 참고 인내하는 습관도 들여봅시다. 저도 이런 운전습관을 갖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하다보니 특별한 이상 없이 건강하고, 25년 무사고운전 표창까지 주더군요. 성실하면 하나님도 도와주신다는 것을 알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자부심을 갖고 무사고 운전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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