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가 자신이 준비한 재료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좋은 요리가 나올 수가 없어요. 그렇게 되면 재료 본연의 장점을 살리는 게 아니라 재료의 단점을 가리기 위한 방법들을 사용하기 시작하죠. 순간적으로는 먹을 만한 요리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어디에서건 반드시 문제는 발생해요.”

제철 대방어로 코스요리를 만들어내던 나이 지긋한 셰프가 툭 하고 던지듯이 말을 건넨다.

하지만 요리라는 것이 무슨 그렇게 심오한 철학까지 담을 정도로 중요하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석연치 않은(?) 맛을 가진 요리를 맛보면 고개를 갸우뚱 한다. 때로는 젓가락을 내던지기도 한다. 미각이 완벽하게 발달하지 않은 어린아이 역시 뭔가 문제가 있는 요리는 뱉어버린다. 요리의 진정성에 대해서 알아차리는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요리는 실력과 마음과 철학이 함께 섞여서 완성이 된다. 결국은 마음가짐, 태도의 문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불안과 잘 지내는 방법 중 하나가 불안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불안해서 미치겠으니, 불안해서 죽을 것 같으니 이 불안을 어떻게든 없애려고 조바심을 내는 것이 아니라, 불안은 사람이 살아가고, 무엇을 이루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감정이니, 이 불안과 잘 지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안에 귀를 기울이고, 불안이 무엇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지 들을 수 있게 되면 불안의 순기능을 취사선택을 할 수 있다. 지난 회에 이야기 한 첫 번째, ‘내가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두 번째, ‘짜증의 시그널을 잘 알아듣는 것’에 이어서 그 인문학적 접근 세 번째, 네 번째 방법을 추가로 소개한다.

세 번째, 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

우리가 항상 들어왔던 말 중에 하나가 바로 ‘너는, 나는 할 수 있어!’이다. 하지만 누구나, 모두가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두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상이 되면 끔찍한 전쟁터가 될 수도 있다. 사실 이런 식의 구호는 ‘되지 못했을 경우’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다. 이런 구호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자라왔기에 우리는 정상적인 범위를 아주 좁게, 보수적으로 잡는 경향이 있다. 완벽주의자들은 이 경향이 더 심해지는데, 가혹할 정도로 정상의 범위를 좁게, 편협하게 잡는다. 그러니 너도, 나도 대부분 정상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 기준의 폭이 너무나 좁으니까. 하지만 나에 대해 기대치를 낮추면 정상의 범위에 대해서 관대해진다. 나는 생각보다 못하는 것도 많고, 모가 난 부분도 많으며, 실수도 잦은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정상이라는 범위에 대해서 관대해지면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여유로워진다. 삶을 빡빡하게 만드는 건 외부의 요인보다는 내 안에 있는 어떤 것이라는 것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비로소 타인과 공감을 하고 연대를 할 수 있게 된다.

네 번째, 최선의 선택을 하지 않도록 노력을 하는 것이다.

사람이 당연히 최선의 선택을 해야지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최선의 것을 선택하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최선의 것을 선택하고, 그것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비용이 든다. 보통 우리가 이야기하는 기회비용이라는 것이 너무나 많이 든다. 기회비용을 많이 소모했기에 당연히 그 결과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지고, 높은 기대치는 불안이라는 것을 가져오게 된다. 그러니 생각을 좀 달리 해보자. 무언가를 선택을 할 때, 최선의 것과 최악의 것은 일단 제치고 생각을 해본다. 최선의 것은 기회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최악의 것을 굳이 선택을 할 특이한 사람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면 남은 것은 차선과 차악이다. 그 중에서 나의 상황과 형편과 느낌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다. 그러면 결정에 대한 후회나 결정 이후의 고민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이렇게 불안은 기본적으로 내가 가진 삶의 태도에 많은 영향을 주고 또 받는다. 불안이라는 것은 우리의 감정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 한 사리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불안을 매니지먼트 하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 불안하다는 것은 내가 가진 센서가 아직 제대로 작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센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내 삶은 풍요롭게 되기도 하고 척박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훈련이면서도, 동시에 실전인 것이다. 요리라는 것이 훈련이면서도 실전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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