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식재료를 주어도 음식물 쓰레기로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평범한 재료를 일생의 요리로 만드는 사람이 있어요. 재료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요리를 대하는 태도에서 그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평범한 돼지 뒷다리살로 베트남식 반미를 맛깔나게 만들어내던 셰프가 말했다. 보통 돼지 뒷다리살은 돼지고기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부위다. 지방이 적어 뻑뻑하고 질기다. 가격 역시 삼겹살이나 목살 같은 타부위에 비해서 많이 저렴하다. 하지만 재료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고 생각을 바꾸니 다양한 요리가 줄줄이 나온다. 햄버거, 스튜, 스테이크, 베트남 반비, 탕수육, 육전 등 뒷다리살의 단점이 오히려 강점을 바뀐 요리들이 셰프의 손끝에서 줄줄이 만들어진다.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창의적인 셰프 앞에서는 이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불안이라는 재료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바로 이렇게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누군가에게는 불안이 에너지가 되는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장애가 되고 병이 된다. 나의 의지와 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감정을 관장한다는 대뇌 변연계(대뇌 피질)의 시상하부, 해마, 편도체 등의 물리적 이상은 차치하더라도, 불안과 맞닥뜨리는 나의 감정의 상태와 마음의 상태는 내가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한마디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불안의 노크를 어떤 자세로 대하느냐가 너무나 중요한 것이다. 앞서 불안은 우리가 생존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고, 우리를 집중하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에너지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니 이 불안의 순기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불안과 잘 지내는 법을 찾아야 하고 삶에 적용시켜야 한다. 뛰어난 셰프들이 요리에 앞서서 마음가짐을 다르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불안과 잘 지내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불안과 싸우지 말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불안을 관종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을 만큼 불안은 숙주(?)의 관심과 집중을 원한다. 불안 자체를 불안해해서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면 불안은 커지고 강해진다. 그리고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해 날뛰게 된다. 멘탈이 약하거나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온 상처가 있는 사람은 결국 불안에 잠식이 되고, 불안이 가진 장애의 영역으로 들어설 수 있다. 하지만 불안에 귀를 기울이고, 불안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듣게 되면 불안의 순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그 몇 가지 인문학적 접근을 소개한다.

첫 번째, 내가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 누구도 무언가를 완벽하게 준비할 수 없다. 두뇌가 명석하고 체계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보통 완벽주의자적인 면이 있다. 완벽한 통제를 위해서 많은 생각들을 하고, 고민을 하다보니 걱정을 앞서서 한다. 그 부분에서 불안이 뒤틀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최선은 다하지만 항상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잘 안되더라도 인정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연기라도 해야 한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라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불안과 맞서 싸우는게 아니라 삶이라는 큰 여정 속에서 연대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짜증의 시그널을 잘 알아듣는 것.
보통 불안이 많은 사람들은 짜증도 많다. 그런데 이 짜증이 무엇 때문에 생겼는지 이해를 해야 한다. 짜증은 내 몸이 나에게 ‘야! 이제 제발 그만 좀 해! 멈춰’라고 보내는 사인이다. 이 짜증의 시그널만 잘 활용해도 불안으로 가는 것이 그만큼 줄어들고, 후회를 할 일도 줄어든다. 그러니 짜증이 밀려오면 내 몸이 지금 나에게 그만 좀 하라고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한 번에 많은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납니다.
불안과 잘 지내는 인문학적 접근, 불안을 요리하기 위한 자세는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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