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숨겨진 신무기

아들은 중 2 여름방학
중학교만 졸업하고 홈스쿨링을 하겠다고
선언해서 부모를 기함하게 하더니
일년 반의 설득으로 중졸을 끝으로
친엄마도 계모로 돌아 서게 만드는
하루 세끼 밥상을
집에서 받아 먹기 시작했었다.

중학교 졸업식 전날,
심란한 마음에 아무리 해도 잠이 오지 않아
머리 풀고 소복입은 귀신처럼 아이방으로 들어가 아이 머리맡에서
한참 동안 아니 밤새 자는 아이를 지켰봤다.
공교육에서 이탈하는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보면서 나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아들이 군대가기까지
6년을 집에서 보냈다.
(아우, 갖은 욕 장착 가능하다)

대학을 가면 벗어나겠거니 했는데
코로나가 터졌고 대학은 개뿔
집에서 대부분의 수업이 이루어졌다.
아들은 또 집에서 세끼 밥을 먹었다.
쌀을 씻고 눈물로 간을 하며 생각했다.
내가 도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은걸까?
이순신 장군이 타신 배에 구멍을 뚫었나,,
행주 산성에 왜놈 들일 땅굴을 팠나...
아님 헛간에 숨은 독립투사들 기백명쯤
밀고해서 빌딩이라도 올렸나?
(그럼 그 빌딩들은 오데 간거야?)

나라를 몇번 팔아먹었길래..하.....ㅠ.ㅠ

사진제공 오월의 나무
사진제공 오월의 나무

3월에 입대 지원하면서 7사단에 당첨됐다.
아들이 한껏 풀 죽은 얼굴로 전생에
일곱가지 죄를 지으면 이곳에 간다고
엄마한테 한탄 하듯 말했다.
억울하다 이거지~~~~ 이 시키를 진짜..
"네가 엄마한테 지은 죄만 한 열댓개 읊어줘?"
아들은 갑자기 눈을 내리 깔고
안개처럼 자기 방으로 사라졌었다.

내 아들은 겁이 많다. 그것도 아주 많다.
컴컴한 밤을 무서워 해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때까지 엄마와 침대를 공유하고
아빠를 어린이용 침대로 쫒아냈었다.
개미빼고 모든 곤충을 무서워 한다.
7월 입대하는 놈이
6월의 마지막 주말 새벽 2시에
부모가 자고 있는 방문을 두들겨서
자기방 벌레를 잡아 달라고 했던 놈이다.
벌레 잡고 돌아 온 애아빠가 내쉬는 한숨에
난 분명 10개월 꽉 채워서 낳았는데
애는 왜 팔푼이인지 모르겠다고
오리발을 남편에게 안기고 다시 잠을 잤었다.
거기다 아들은 6년을 집에서 보내다 보니
온 몸이 말랑 말랑한 젤리처럼 변한 상태였다.
엄마랑 러닝을 하자고 하면 숨차다고
중도에 그만두고 헬스를 다니자고 하면
기본만 하고 토껴 버리는 애였다.

그런 아들이 입대하는 전날
몇년만에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해
밤새 자는 아들 얼굴을 들여다 봤다.
훈련소에서부터 낙오하고 뒤쳐지고
혼이 나고 고문관으로 찍히는
그런 오만가지 상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난 온 몸이 말랑젤리에 세포세포마다
겁으로 채운 것 같은 내 아이를
살아서 다시 못 볼것처럼 암담했다.

내 아들이 입대한 7사단
내 아들이 입대한 7사단

훈련소 들어가자마자 다음날 전화가 왔다.
부모님 중 코로나 확진자와 겹친 동선여부
확인하라는 조교의 명을 받아
부모에게 전화가 왔다.
그러더니 다음날 또 전화가 왔다.
전날 이미 둘다 그런 일 없다고 했건만
내 아들은 조교에게 뭔가 다르게 이야기를 했는지 전화 찬스를 한번 더 쓴거였다.
그때 든 생각이 이거 뭐지?
왜이리 뻔뻔하지? 이거 내 아들 맞나?
이 잔머리는 누구지?


어느 주말, 전화가 연거퍼 내리 왔다.
훈련병 전체에서 유일하게 사격 만점으로 전화를 한번 더 더 걸게 해 줬댄다.
이거 뭐지? 내 아들 맞아?
그 다음주는 각개전투 만점자 셋중 하나라고
연거퍼 전화가 너무 잦은 아들한테 물었다.
너 군대 간거 아니고 MT갔니?
애아빠는 잰 이상한데 꽂혀서 잘하고 난리야..
중간만 하지... 라고 중얼거리고.
엄마는 낙오되고 뒤쳐져
고문관만 안됐음 하고 바랬는데
뭔가 너무 낯설었다.
벌레도 때려 잡고 있다고 한다.
이거 뭐지? 진짜 내 아들 맞나?

사진출처 : 국방부 자료
사진출처 : 국방부 자료

21세기 군인 아들이 보내는

부모님 전상서는 당연 카톡이다.
완전 군장에 10키로씩 뛰고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 두세시간씩
부식이 넘 잘나온댄다.잘 먹고 있댄다.
이거 뭐지? 입 짧은 내아들 맞아?
휴대폰 데이터 보내 달라...
뭐 이어폰과 충전기 보내 달라...
히트택 보내 달라 등등
압권은......
엄마, 요금제 업그레이드 하면 안되요?
빠방한 무제한으로!!!!

내아들의 전상서로 보건대
내아들은 군대가 아니라
MT를 갔음에 분명하다.
아님 군대에서 내 아들 껍데기에
다른 아이를 집어 넣었거나.
국방부에서 신무기로 영혼추출기를 개발했나?
진심 본격적으로 의심이 든다.

추석 영상통화에서
아들의 팔뚝 근육을 보고
난 몇시간 고민했다.
그리고 그날 밤.. 남편을 깨워 말했다.
아무래도 지금 군대에 있는 애
우리 아들 아닌 것 같어
바꿔치기 당한거 같어.. 어떡해..

자다 깬 남편의 대답은.. 젠장
"당신이 더 무서워, 얼른 자요" 였다.

글쓴이: 오월의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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