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는 몰랐다.. 하지만 , 내가 결혼 하고 난 후 이해가 되었다..

비명소리가 난무하는 주방
대환장 파티의 주인공은 잉어였다.
참기름으로 절절 끓는 솥에서
엄마와 찬모이모의 억센 힘을 뚫고 나와
주방 바닥을 미친 듯이 펄떡거리고
살아 보려고 애쓰는 숨가쁜 생명!!
잉어는 나랑 눈이 마주친 순간 알았다.
자기 죽음의 원흉이 나라는걸,
바로 그 순간 알았을 것이다.

(톳두부무침은 엄마의 음식이다..)   사진제공 : 오월의 나무
(톳두부무침은 엄마의 음식이다..)   사진제공 : 오월의 나무

난 초등학교 졸업을 27kg로
대학 입학을 167센티에 43kg로 했다.
먹고 싶다고 말만 하면 뭐든 뚝딱 나오는
당시로서는 천국 같은 환경에서
굶는걸 끼니처럼 하는
저주 받은 딸로 태어나고 자랐다.

국수 삶는 냄새만 나면
자리 보전한 뒤 이틀을 굶고
고기 누린내가 조금이라도 나면 우웩~~~~~
밥도 묵은내가 조금이라도 나면 우웩~~~~
미끈거려, 물컹거려, 까슬거려 우웩~~~~
단거 싫어, 밀가루 싫어,
우웩~~~~
튀김 한다고 기름 붓고 있음
우웨에에에~~~~~엑
사망진단서 대령해야 할 판인 그런 딸.
먹기만 하면 뭐든 만들어 준다는 집에서
생쌀을 오독오독 씹어 끼니를 해결하는
저주 받은 딸이었다.

엄마는 잔칫집마다 초대 받으셔서
음식과 장식 조언하실 정도의
요리에 대한 일가를 세우신 분이었고
아부지 전화 한통에 1시간이면 10인분 상차림은 너끈하신 분이었는데,
그런 분이....
대흉년에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것같이
말라 비틀어진 딸덕에
잉어, 가물치, 장어, 인삼, 녹용을
일년내내 고아 대셨다.
한의원에 질질 끌려가서 약을 지으면
한약 다 먹는 동안 등교도 금지였다.
그나마 집에서 고은건 열숟갈만 먹음
학교를 갈 수 있어 우웩거리면서
고은 것들을 삼키기는 했었다.
그러니 엄마는 맥베드의 마녀들처럼
일년내내 솥을 휘젓고 계셨다.
 

어느 날 엄마가 그러셨다.
나중에 꼭 니 같은 거 하나 낳아서
함 키아바라.

아들 좋아하는 육회
아들 좋아하는 육회
칼칼하게 맛있어 보이는 모시조개국
칼칼하게 맛있어 보이는 모시조개국

부모가 자식에게 할 수 있는
젤 무서운 저주란걸 한참 후 알았다.

아침 먹은 메뉴 점심에 다시 안먹고
찌개, 국 연거퍼 먹는 법이 없고
(고스톱 판도 아닌데 연사가 없다)
전기밥솥 밥은 안먹고,
마른 반찬 안먹고,
온갖 반찬 식감 달라져도 안먹고
과자도 아이스크림도 안먹고,
인스턴트도 안먹고
외식도 안하는,

그런 무서운 아들을 낳은 걸 깨달았을 때
세상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젤 무섭고 무서운 저주가

나중에 꼭 니 같은 거 하나 낳아바라...
라는 걸 그때 알았다.

주말 외식도 배달도 안하는
아들과 남편 때문에
6끼 밥을 하고 일요일 저녁 후식으로
마실거는 작년 9월에 만들어둔 청귤청.
심플하게 엄마표 파이로 달라는데

그 저주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기에
입 밖으로 내뱉고 싶어
목구멍이 간질거려도
차마 아들한테 내뱉지 못하고
후식 준비하면서

아~~~~ 진짜~~~~
엄마 쪼매만 더 참지,,
딸한테 꼭 그래야 했었나?
이러고 돌아가신 엄마 탓으로
한번 더 참아 본다.

가을 사과파이 디저트
가을 사과파이 디저트

인간은 역지사지의 종(種)이다.
일단 한번 당해 봐야
처절하게 깨닫는 종(種)이다.
으로
랄을 당해 봐야
람들은
일인줄 안다라는
해석은 100% 신빙성이 있다
지금 잘못했다고 아무리 빌어도
이 저주는 해제될 기미가 없다.

그래서, 그냥 오늘도 중얼 거린다.
엄마... 쪼매만 더 참지...
아,진짜 ~꼭 그래야 했었나~~
이러고 한탄으로 엄마를 불러본다.
 

어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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