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불어오는 바람에서 가을 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는 이미 긴팔 옷을 입은 사람들도 보이고 말이죠.

여러분은 가을이 왔음을 어떻게 느끼시나요?

힘 빠진 호랑이같이 어딘가 허전한 햇살? 콩국수보다는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지는 여러분의 위장 상태? 회색 티셔츠를 입어도 “겨땀 경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습도?

저는 길거리에 스웨터나 카디건이 보이기 시작하면 가을이 왔다고 느끼는데요.
마치 반팔 티셔츠나 비키니 수영복이 여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템들이듯, 가을이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템은 뭐니 뭐니 해도 스웨터일텐데요, 오늘은 이미 다가온 가을을 기념하여 스웨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용어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다음과 같이 인식하고 계실 것 같아요.

1. 스웨터(쎄타?!) = 여성들이 많이 입는, 보슬보슬한 원단으로 짠 옷.
2. 니트 = 스웨터와 똑같지만 약간 고급 져 보이는, 혹은 메리노 울이나 캐시미어로 짠 것들.
3. 맨투맨 = 흔히 가슴에 글자라 로고 등이 프린트 된 운동복.
4. 카디건 = 스웨터에 단추가 달린 것.

만약 이렇게 알고 계시다면, 이제부터는 제대로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머릿속에 있는 모든 개념들을 다시 채워 넣는다고 생각하시고 시작해볼까요?

우리가 입는 옷은 원단으로 만드는데요, 물론 가죽이나 모피는 원단이 아니니까 일단 제쳐 두고, 나머지는 모두 원단으로 만드는데, 이 원단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우븐(Woven)
2. 니트(Knit)

이 두 가지의 방식이 어떻게 다른 지를 간단하게만 풀어보자면, 우븐은 실을 가로, 세로 방향으로 교차하면서 짜는 방식이고, 니트는 실 하나로 코(Loop)를 형성하면서 짜는 방식인데요, 굳이 표현하자면 똑같은 닭을 가지고도 찌고 볶고 굽고 튀기는 것에 따라 형태도 맛도 다르듯이, 똑같은 실을 가지고 원단을 만드는 방식이 다르고, “니트는 신축성이 있다” 정도만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자, 그러니까 “니트”는, 어떤 특정한 형태나 소재의 옷을 뜻하는 단어가 아니라 원단을 만드는 방식을 뜻합니다. 즉, 위에 언급된 모든 옷들이 “니트 조직으로 만든 옷”들인 셈이죠.

두 번째로 “스웨터”는 “땀 흘리다”라는 뜻의 “Sweat”에 er이 붙은 형태의 단어입니다.
즉, 땀이 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활동을 할 때 입게 되는 모든 형태의 옷들을 통칭하는 단어인 셈이죠.
일반적으로 “스웨터”는 할머니가 뜨개질해서 만들어 주신 것들 정도로만 알고 계시지만, 사실은 운동할 때 입는 모든 종류의 상의들을 포함하며, 대표적으로는 우리가 “맨투맨”이라고 부르는 옷부터 후드 티셔츠나 트레이닝복, 폴로셔츠까지, 생각보다 굉장히 광범위한 형태를 모두 포함하는 단어입니다.

물론 2021년의 감각으로는, 우리가 매일 입는 거의 모든 옷들을 의미하는 이 단어 자체가 다소 엉성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스웨터라는 단어는 1891년 아이비리그의 축구 선수들이 운동을 할 때 땀받이를 위해 입던 유니폼에서 기원했다는 점과, 그 당시 사람들의 일반적인 복장을 보면 굳이 땀받이용 옷을 가리키는 단어가 왜 필요했을지를 추측해볼 수가 있지요.

1890년대의 패션
1890년대의 패션

세 번째로 “맨투맨”은 앞서 언급했듯, “스웻셔츠(Sweat-shirts)”를 의미하는 용어지만, 이 단어는 전 세계에서 단지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완벽한 콩글리시인데요, 패션 용어 중에는 일본식 단어 혹은 거기서 파생된 정체불명의 외계어가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일본에서조차 “맨투맨”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기에 꽤 오랫동안 도대체 이 단어는 어디에서 튀어나온 것일까 찾아 헤매던 중, 가장 신빙성이 있는 자료 하나를 찾게 되었는데요, 1953년에 창업한 성도 섬유라는 업체에서 국내 기술로 스웻셔츠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고 하는데, 그 브랜드가 바로 “맨투맨”이었습니다.
1974년 7월 27일자 경향신문의 지면 광고를 보면 이때까지만 해도 분명 “스웨트샤쓰”라는, 정확한 용어를 사용했음을 확인할 수가 있는데요, 이 맨투맨이라는 브랜드 때문에 “워크맨”처럼 일종의 일반명사화 된 것이 아닐까 추정해볼 수 있지만, 여전히 확실하게 정리된 바는 없습니다.

다만 “스웻셔츠”라는 정식 명칭을 안 이후에는 굳이 잘못된 표현을 사용할 이유는 없겠죠?

마지막으로 카디건(Cardigan)은 크림전쟁 당시 영국군의 장군이었던 7대 카디건 백작 제임스 토마스 부르더넬이 부상당한 영국군 병사들이 웃옷을 벗을 때 고통스러워하자, 앞쪽에 여밈을 주어 벗기 편한 옷을 입힌 것에서 유래합니다. 흔히 우리는 “가디건”이라고 부르지만 이 역시 잘못된 표현이고 “카디건”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여기까지 쓴 내용을 정리해보자면, 원단을 만들 때 신축성을 위해 루프를 형성시켜 짜는 방식을 “니트”라고 부르고, 니트 조직을 이용해 만들어서 움직이기 편하고 특히 운동할 때 입게 되는 여러 형태의 옷들(상의에 한정)을 “스웨터”라고 부르며, 우리가 “맨투맨”이라 부르는 형태의 옷은 “스웻셔츠”가 맞는 표현이고, 니트 원단으로 만든 옷들 중에서 앞쪽에 단추나 지퍼 등을 통해 열고 닫을 수 있는 형태의 옷을 “카디건”이라 부르는데, 이는 “카디건 백작”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며, 후드 티셔츠, 터틀넥, 맨투맨 등등 가을에 우리가 즐겨 입는 대부분의 옷들은 “니트 스웨터”라고 일컫습니다.

그중에서도 카디건은 잘 입으면 참 예쁜 옷인데요, 대신 특징이 뚜렷한 옷인 만큼, 자신의 체형을 고려해서 입어야 예쁘게 입을 수 있습니다.
카디건은 실의 두께에 따라 종류도 다양한데요, 마른 체형의 경우엔 도톰한 실로 짠 카디건을 입으면 덩치가 조금 커 보이는 효과도 있고, 뚝 떨어지는 카디건 실루엣 때문에 삐쩍 마른 몸을 가려주는 체형 보정 효과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다만 덩치가 큰, 특히 상체가 두껍거나 살집이 있는 분들이라면 올이 두꺼운 카디건은 피하고, 허리를 잡아주는 형태보다는 일자로 뚝 떨어지는 형태의 카디건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안 그래도 볼록한 여러분의 배를 더더욱 사랑스럽게 만들 뿐이니까요.

그리고 카디건은 그 자체로 돋보이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쪽에 가까운 아이템이기 때문에, 굳이 알록달록하고 기괴한 패턴이 들어간, 혹은 돈 자랑을 위해 흰 줄 4개가 선명한 모 브랜드의 카디건보다는 함께 입는 바지나 셔츠, 재킷 등과 비슷한 톤을 선택하시는 것이 낫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지드래곤은 아니니까요.

이제 성큼 다가온 가을, 맘에 쏙 드는 카디건 한 벌 장만하러 떠나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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