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흐름을 넘어서 블로그
사진출처 : 흐름을 넘어서 블로그

 

“ 나의 반말은 너의 반말만큼 치명적이다. ”

1997년 5월에 결혼을 하고 그해 추석 첫 명절에 시댁을 내려가서 있었던 일이다.

원래 친정이 어른들 대소사 치르는 일이 많았고 제사나 손님 접대로 한 달이

후닥 지나가는 집에서 자라다 보니 어른들 대하는거나 주방 돌아가는 상황은

나이에 비해 많이 익숙한 편이었다.

그런데, 사고는 늘 엉뚱한 곳에서 터진다.

‘야!’ 처음에 귀를 의심했다.

야? 야? 야? 나한테 야?

부모님한테도 안 들어 본 말을 연애 3년하고

남편이 된지 겨우 4개월짜리에게 들은거였다.

즉 우리는 ‘야!’라고 부를만큼 친한 사이가 저얼~대 아니었다.

어머니와 동사무소 직원의 야합으로

내가 학교를 일찍 시작하는 바람에

남편과 나이는 달라도 같은 학번이다.

대학 때 재수해서 들어 온 동기가

오빠라고 부르라 하는 막장 짓을 저질렀다.

(2년이상 차이가 나니...)

어디서 이런 개수작을 봤나 싶어서

호적에 오빠 키워 본 적도 없고

대학 늦게 들어 온거 뭐 자랑이라고

나한테 그 대접 받으려고 하냐,

‘대학은 학번이 호적이다.!‘

그러고 대차게 무시했던 사람이었다.

결혼하고 어른들 앞에서 뭘 잡으려고 했는지

저런 망발을 서슴없이 입에 올리길래

’나 좀 봐요.‘ 하고 창고로 데리고 갔다.

’야? 야? 너 어디서 종년 사왔니?‘

’나 모르게 울 부모님한테 내 몸값 줬니?‘

’얼마나 헐값에 사왔으면 야? , 야?‘

’너 우리엄마 이거 아시면 부산 앞바다에 돌 매달아서 수장 당했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쌍방 존대 쓰는 사이에서

반말 하는 사이로 돌변하고

내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말 트자 이거지? 알았어!!!‘

’추임새로 욕도 좀 넣어 줘?‘

어른들 앞에서 ’야, 자 타임 좋네. 한번 해 보자.‘

이러고 본채로 돌아가려는데 팔을 붙잡고

’잘못했어요...‘ 작은 목소리로 남편이 속삭였다.

크지도 않은 눈 허옇게 희번덕거려주고

4개월짜리 남편 꼬리에 달고 본채로 돌아 왔었다.

1997년 결혼 첫 명절에

내 남편은 돌땡이랑 화염병 던지던

마누라 내공을 깜박한게 분명했다.

또 오늘 남편이 휴대폰 못 찾겠다고

내 폰으로 전화 좀 걸어 달랜다.

폰 넘겨 주고 다이얼 ’2번‘ 길게 누르라고 했더니

내 폰 들고 단축번호 ’2번‘ 길게 누르고

자기 폰을 찾고 난 뒤 내 폰 돌려주면서

"도대체 1번 누구야?

엄청 중요한 사람인가 보지?

왜 내가 2번이냐고!!!!"

목소리가 반 톤 올라가 있다.

작정하고 따지고 보자 이건데.... ( 이사람이... )

사견이지만 남자들은

주기적으로 재교육이 필요한

진화가 멈춘 “네안데르탈인”들이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가 안돼서...”

“호모 사피엔스로 위장하며 살고 있고,”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앤드 사피엔스로 ”

고도 진화한 여자들이 인내심으로 데리고 살아야 하는 존재들인 것 같다.

왜 학습이 안되는 걸까? 몇 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알려 주고 각성을 받아야 하는 걸까?

“하아~~~ 확 마 진짜, 이 인간이 또? ”

백신 맞고 컨디션도 안좋은데...

크지도 않은 눈 허옇게 희번덕거리면서

짧고 굵게 한마디 했다.

"1번? 니 새끼!!!!"

- 글쓴이 오월의 나무 -

인기키워드

저작권자 © 티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