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좋아하시나요?

아마 젊은 시절, 또 세속에 찌들어 낡아빠진 셔츠와 단지 싸고 단정해 보인다는 이유로 어느 할인 매장에서 구매한 재킷(주: “마이”는 “Single”을 뜻하는 일본어 “카타마에”에서 온 잘못된 일본식 표현이며, 코트를 제외하고 위에 걸쳐 입는 모든 종류의 겉옷을 “재킷(Jacket)”이라고 부릅니다!)이 여러분의 사계절 유니폼이 되어 버리기 전, 한마디로 여러분이 근사했던 어느 과거에 자주 입던 옷으로, 많은 분들께는 “과거의 유물”과도 같은, 이제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 은하 정도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옷일 겁니다.

물론 최근에는 멋쟁이 어르신들도 많아진 만큼, 길거리에서 멋지게 청바지를 차려입은 노신사들도 마주치곤 하지만, 여전히 청바지=젊은이들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 청바지는 대부분의 옷과 매치하기도 쉽고 단단한 면 원단의 특성상 체형 보정에도 용이해서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고 있는 “절대반지”와도 같은 아이템이죠.

…물론 백발은 필수.
…물론 백발은 필수.

청바지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옷입니다.
기록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무려 500여 년 전에 인도의 “돈그리(Dongari)”라는 작은 도시에서 면 원단을 인디고라는 식물로 염색하여 옷으로 만들어 입었다고 하지요.

그리고 그 원단은 동인도 회사를 통해 17세기 근처에 영국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워낙 단단하고 저렴한 원단이었기에 영국인들은 이 원단으로 주로 노동자들의 작업복을 만들어 입었는데요, 그래서 지금도 영국에서는 멜빵바지나 데님으로 만든 작업복 형태를 “던거리(Dungarees)”로 부르고 있습니다.

아무튼 영국을 통해 들어온 인도의 이 원단은 이탈리아로 다시 수출되는데요, 그때 원단을 주로 수입하던 곳은 이탈리아 북부의 “제노아(Genoa)”라는 항구도시였다고 하고, 제노아의 상인들은 이 원단을 다시 프랑스로 수출했는데, 그 도시의 이름은 “Nîmes”이었죠.

즉, 우리가 알고 있는 “진(Jean)”과 “데님(Denim)”은 여기서 만들어진 단어인데요, 프랑스인들은 제노아를 “진(Gênes)”이라 표기했고, “제노아에서 수입한 원단”이라는 의미로 사용했으며, 이를 수입한 님의 업자들은 이 원단을 가공해서 유럽 전역에 팔았는데, 이 원단은 “님에서 가져온 원단”이라는 의미로 “‘드 님(de Nîmes)”으로 불렀는데, 이 용어들이 영어식으로 “진”과 “데님”으로 정리된 것이지요.

즉 ‘진’이나 ‘데님’은 옷의 형태를 뜻하는 단어가 아니라, 원단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그리고 당시의 청바지는 주로 광산이나 항구 등 거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입는 종류의, 저렴하고 단단한 옷이었고, 그렇게 몇 세기에 걸쳐 유럽 전역에서 사용됩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에 의해 큰 변화가 생기는데요,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독일계 이민자로, 그의 가족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요즘으로 치면 슈퍼마켓에 해당하는, 볼트나 너트 등의 금속제품부터 먹을 것이나 입을 것 같은 다양한 것들을 판매하는 가게인 ‘드라이 굿즈(Dry goods)’를 운영하는 사람이었습니다.

1853년 당시는 이른바 ‘골드러시(Gold Rush)’가 한창이던 때였고, 금을 찾는 사람들이 리바이의 드라이 굿즈에서 가장 많이 사가던 제품이 텐트와 청바지였다고 합니다.

이에 리바이는 좀 더 잘 팔리는 청바지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의 문제점 중 하나는, 아무리 데님이 단단한 원단이라 해도 험하게 움직이고 사용하고 하다 보면, 여기저기 주머니가 뜯어지거나 올이 풀려버린다는 점이었다고 하네요.

이 가게의 단골손님이었던 재단사 제이콥 데이비스(Jacob Davis)는 리바이에게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 구리로 만든 고정 장치를 달면 어떻냐고 제안했고, 리바이는 처음에는 이 이야기를 단순한 농담처럼 들고 흘렸으나, 이후에 제이콥은 실제로 이 장치를 만들어내서 리바이에게 보여줬고, 생각보다 훨씬 실용적이라는 확신에 이 둘은 본격적인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고, 단추방식의 앞 여밈(Button Fly; 바지에 지퍼가 달리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의 일이지요.)과 5개의 주머니, 그리고 구리 리벳으로 주머니 모서리를 고정한 역사적인 ‘5-Pocket-Jeans’을 내놓게 됩니다. 그리고 최근 다시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는 리바이스 501이 세상에 등장한 것은 1890년대의 일이지요.

구리리벳(Copper Rivet)
구리리벳(Copper Rivet)

앞서 언급했듯 청바지의 기본이 되는 5포켓 진에는 재미있는 비밀 하나가 숨어있는데요, 그건 바로 오른쪽 앞주머니 안쪽에 숨어있는 작은 주머니입니다.
이 주머니는 왠지 항상 오른쪽에 붙어있는데다, 딱히 실용적이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청바지에 붙어 있는데, 사실은 청바지가 개발되었던 당시에는 손목시계가 아닌, 회중시계를 들고 다녔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일할 때는 시계를 넣어둘 곳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고안된 주머니인 거지요. 이 주머니가 항상 오른쪽에 있는 이유 역시 왼손잡이 보다는 오른손 잡이가 많기 때문이고요.

여담으로, 이 주머니는 회중시계를 넣으라고 만든 주머니이기는 하지만, 당시 노동자들 중에는 시계 대신 꼭 필요한 다른 물건을 넣어 다니곤 했었는데, 그건 바로 “콘돔”이었다죠?

물론 요즘 세상에 회중시계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 리는 없으니 이 주머니는 사실상 없어도 전혀 문제 될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베이직 5포켓 청바지에 이 주머니가 달려 나오는 이유는, 다름 아닌 “정통성”에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 세상에 가볍고 입기 편한 원단이 널리고 널렸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무겁고 다루기도 까다로운 모(Wool)로 만든 재킷을 입고, 구차해 보이는 넥타이를 매고, 구두를 신지요. 아무리 세상이 합리적이고 실용적으로 바뀌고 있다 해도, 여전히 인간사회에서 “형식”은 꽤 중요한 의미를 갖나 봅니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청바지도 많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에 지퍼가 개발되었고, 물을 빼는 기술도 발달하면서 이제는 레이저로 청바지의 컬러를 바꾸기도 하고, 스판덱스를 섞어서 가볍고 입기 편한 청바지도 개발되는 등, 백 수 십년의 세월 동안 청바지도 형태나 구조에 많은 변화가 있었죠.

하지만 리바이스는 여전히 그 옛날 만들어졌던 그대로의 구닥다리 모델인 리바이스 501을 만들어내고 있고, 여전히 501만의 독특한 맛을 내고 있습니다.

혹시 젊은 시절 사두었던, 혹은 꽤 아끼면서 입었던 오래된 청바지가 있다면, 이제 다시 꺼내 보는 건 어떨까요?

청바지의 역사를, 그리고 의미를 알고 입는 청바지의 맛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골드 러시를 위해 캘리포니아로 떠난 서부 개척자들이니까 말이지요.

Go 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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