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이 복막염 치료제 양성화 시급!!

보호소에서 고양이 가족이 찾아왔다.
보호소에서 고양이 가족이 찾아왔어요.

“고양이가 복막염에 걸렸어요. 아이가 죽어가고 있는데 약을 구할 수가 없어요! 제발도와주세요.”

얼마 전 제가 자주 방문하던 인터넷 카페에 글이 올라왔습니다.
키우고 있던 고양이가 복막염 진단을 받았는데 약을 구할 수 없어 치료를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글을 보는 순간 어떤 마음으로 글을 남겼을지가 선명하게 그려져서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어요. 저와 저의 소중한 고양이들 역시 지난 일년간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을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 해왔어요. 그리고 그 과정은 고난과 절망의 연속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지난해 여름 저는 시 유기 동물 보호소에서 노랑 고양이 가족과 만났어요. 맑은 노랑털이 삐죽삐죽 올라온 2개월 정도 된 새끼 고양이 두 마리와 어미 고양이였습니다. 이미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들이 있어 새로운 고양이 가족을 맞이할 생각은 없었어요. 하지만 이 노랑 고양이 가족은 공고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입양 조건이 세 마리 한꺼번에 입양 가능한 사람이었어요. 그냥 두면 세 마리 모두 가혹한 운명에 던져지게 되는 걸까 걱정이 되어 임시 보호를 시작했습니다.

엄마 고양이도 새끼 고양이도 성격이 좋아 금세 한 가족이 되었다.
엄마 고양이도 새끼 고양이도 성격이 좋아 금세 한 가족이 되었어요.

좀처럼 입양이 되지 않는 어미 고양이는 제가 키우고 새끼 고양이 두 마리는 젖을 떼면 입양을 보내기로 했어요. 임시 보호를 하다가 입양을 보낼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름은 지어주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새끼 고양이 1호와 새끼 고양이 2호는 무럭무럭 잘 자랐습니다. 집에는 이미 키우고 있는 고양이들이 있었지만, 이 노랑 고양이들은 잠깐의 적응 기간을 갖고 금세 한 가족이 되었어요.

복막염 진단을 받기까지 계속해서 병원을 들락거렸다.
복막염 진단을 받기까지 계속해서 병원을 들락거렸어요.

 

천천히 젖을 떼고 닭 가슴살로 이유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어요.
새끼 고양이 1호가 설사를 시작했어요. 처음엔 젖을 떼는 과정에서 배앓이를 하는 줄 알았어요. 집 근처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먹었어요. 곧이어 새끼 고양이 2호도 설사를 시작했어요. 둘 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먹었지만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2주 후쯤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 모두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 진단을 받았어요.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은 변이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어 발명하는 병이에요.
고열과 설사로 시작하여 복수가 차오르는 습식 복막염과 안구 및 보행 이상 등으로 시작해 하지 마비로 심화되는 건식 복막염으로 나뉘어요. 하지만 복합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최근엔 증상 별로 구분하지 않고 혈액 검사 결과 및 증상을 복합적으로 보고 진단한다고 해요. 어느 쪽이든 관계없이 한 번 걸리면 빠르면 수 주 이내 늦어도 수 개월 이내에 죽음에 이른다는 무서운 병이에요.

복막염 진단 이후 12주 간 매일같이 병원에 가야했다.
복막염 진단 이후 12주간 매일같이 병원에 가야 했어요.

 

새끼 고양이들이 시름 시름 앓기 시작한 뒤에야 저는 야옹이들에게 이름을 지어줬어요. 아무래도 병이 나을 때까지 돌보고 키워야 하는 운명인가 보다 생각했어요.
눈이랑 얼굴이 땡글한 새끼 고양이 1호는 토토, 눈이 가늘고 웃긴 표정을 잘 짓는 새끼 고양이 2호는 도도라고 지어줬어요. 저는 둘을 합쳐서 도토리 브라더스라고 불렀어요. 도토리 브라더스의 투병 생활은 쉽지만은 않았어요.

잦은 주사로 합병증을 얻기도 했다.
잦은 주사로 합병증을 얻기도 했어요.

 

우선 좀처럼 제대로 된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어요.
발병 원인이 불분명하고 걸리면 진단이 어려운 병이라서인지 인터넷을 검색해서 제일 먼저 나오는 정보는 무서운 병이고 걸리면 죽는다는 내용뿐이었어요. 그래서 처음 복막염 진단을 받았을 때는 힘없이 늘어진 새끼 고양이를 안고 한없이 우는 수밖에는 없었어요. 이후 태능 고양이 전문 동물 병원의 김재영 원장님의 도움으로 고양이 복막염 치료제 임상 시험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 임상 단계에 있는 약이었지만 새끼 고양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오직 그 치료제 하나뿐이었어요.

일단 치료제는 구했지만 그 후의 치료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어요. 매일 같은 시간에 체중에 맞춰 12주간 치료제를 투여해야 했어요. 하루라도 치료 약을 투여하지 않으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고 해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전에 도도와 토토를 데리고 동물 병원에 갔어요. 치료는 빼먹지 않고 매일 계속되어야 했기 때문에 3개월간의 치료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수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제 막 1kg을 넘기 작은 몸뚱이에 하루도 빠짐없이 주사를 놓는 것은 정말 가혹한 일이었어요. 그래도 주사를 맞기 시작한 뒤로 도도와 토토의 상태는 계속해서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당장 내일 죽을 것 같았던 고양이가 다시 뛰어다니기 시작했어요.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치료 과정은 너무나 힘들지만 함께라서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치료 과정은 너무나 힘들지만 함께라서 견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도도와 토토의 투병 생활을 함께 하며 저는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에 대해 굉장히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전까지는 걸리면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던 병이었기 때문에 정말로 자료를 찾기가 어려웠어요. 그 과정에서 한국에서는 임상 시험에만 쓸 수 있는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 치료제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많은 고양이 보호자들이 복막염에 걸린 고양이를 살리기 위해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무허가 치료제를 구입하고 있었어요. 주사제는 중국에서 만들어 구매 대행으로 한국에서 판매되고 있어요. 5ml 한 병에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까지 판매되는 이 주사제로 5kg의 고양이 한 마리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400만원에서 500여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요. 이건 순수하게 주사제만 구입했을 때의 금액이에요. 또 매일 주사를 놔야 하는 어려운 치료 과정과 무허가 약물이라는 점 때문에 주사를 놔 줄 수의사를 찾지 못해, 많은 반려인들이 위험한 자가 진료에 내몰리고 있었어요.

주사 맞은 곳에 딱지가 앉아 조끼를 입은 토토
주사 맞은 곳에 딱지가 앉아 조끼를 입은 토토.

 

지난 연말즈음에는 주사제를 구매대행하던 업체 하나가 고발되어 국내 판매를 중단했어요. 불이익을 받을 것이 두려워 다른 업체들도 잇따라 구매 대행을 중단했어요. 그 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주사제를 찾는 고양이 보호자들의 글이 가득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저희 고양이가 복막염 진단을 받았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혹시 남는 약이 있으시면 제게 팔아주세요.”

“치료 완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주사제를 추가로 구매할 수가 없어요. 저희 아이를 살려주세요.”

내용은 조금씩 달랐지만 죽음을 앞둔 고양이를 살리기 위한 간절함. 절박함이 게시판을 가득 메우고 있었어요. 고양이를 살릴 수 있는 약이 바로 손 닿을 곳에 있는데 구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마음 아팠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양이 복막염 치료제 양성화를 위해 애쓰고 계신 수의사 분들이 계세요. 또 국내의 업체 중에도 허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회사들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각 분야에서 노력을 더 해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허가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어요.

고양이 복막염 치료제의 양성화는 복막염으로 하루하루가 위태로운 고양이들의 유일한 희망이에요. 한 분이라도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준다면, 각 단계에서 한 번의 노력을 기울여 준다면 하나라도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어요. 하루빨리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 치료제가 양성화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복막염 양성화 위원회 김재영 원장님의 코멘트

김재영 원장

고양이에게 완치가 어렵고 치사율이 매우 높은 질병 중 하나인 전염성 복막염(FIP. Feline infectious peritonitis)의 원인은 고양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모든 연령의 고양이에게 감염되지만, 생후 4~6주 정도 된 새끼 고양이나, 면역력이 약한 고양이가 감염되면 설사 증상을 보이는 장염을 일으켜 치료가 되지만 고양이에게 감염된 코로나 바이러스 중 일부가 독성이 강한 바이러스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전염성 복막염(FIP. Feline infectious peritonitis)'이 발병하게 됩니다.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은 건식(비삼출형. dry type) 복막염과 습식 (삼출형. wet type) 복막염으로 구분합니다.
습식 복막염은 복수와 흉수로 인해 배 주위가 풍선처럼 볼록하게 부풀어 오르고, 이로 인해 호흡 곤란이 나타납니다.
건식 복막염은 안구 질환인 포도막염, 맥락막염이 나타나며 중추 신경계에 염증이 생겨 마비와 경련 등 행동 이상이 나타나는 신경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한 두 가지 형태의 복막염 모두 고열, 체중 감소, 식욕 부진, 의기소침, 증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납니다.
고양이의 전염성 복막염은 아주 흔하게 발병하는 것은 아니지만, 완치를 위한 치료법은 없고 대증 치료밖에는 없어, 복막염 증상이 나타나면 1주일에서 1개월 내에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2017년 미국 UC 데이비스(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와 캔자스주립대(University of Kansas) 연구진이 ‘GC376’ 약물이 FIP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으며 2019년에도 항바이러스제인 ‘GS-441524’라는 약물을 최소 12주간 투약해서 31마리 중 25마리가 살아남아 장기 생존했는 논문을 발표되었습니다. 그동안 불치병으로만 인식되었던 전염성 복막염도 치료가 가능하고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발표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GS-441524’ 특허를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와 UC 데이비스(UC Davis)가 갖고 있어 미국 현지법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치료 약을 구입을 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 보호자들 사이에서 약물 함량이나, 독성 검사, 치료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중국에서 생산된 약품들이 온라인을 통해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습니다. 중국 제품은 동물약품 제조 및 수입인•허가를 내주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허가를 받지 않아 이런 전문 의약품을 의사 처방 없이 온라인 유통하면 이는 ‘약사법’ 위반이며 수입 허가조차 받지 않은 이런 약품을 수의사들이 내놓고 처방하거나 주사해 줄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보호자들은 자신이 직접 주사를 놔줘야 하는데 이 행위는 불법 자가 진료에 해당 ‘수의사법’ 위반으로 범법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보호자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2019년 한국고양이 수의사회에서는 “복막염 신약 양성화 위원회”(위원장 태능 고양이 병원 김재영 )를 운영 백방으로 노력한 결과 국내의 한 동물용 의약품 벤처기업 “휴벳”에서 GS-441524를 이용한 의약품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질병에 대한 자문, 임상 실험에 참여했으며 국회와 관련 정부 부서를 연결해 주어 2021년 상반기 중 검역 본부에서 임상시험 승인이 나고 독성시험 등 관련 절차를 완료되면 내년 상반기 중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전염성 복막염 치료 약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티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