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8일 법원이 서울시교육청이 배재고와 세화고 2개의 자사고에 대해 지난해에 취한 자사고 지정 취소결정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놨다. 이어서 323일 숭문고와 신일고 2개교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결정에 대해서도 똑같은 판결을 잇달아 내놨다. 20197월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의 13개 자사고 중 8개에 대해 자사고 지정 취소결정을 하였으며, 이에 불복하여 8개의 자사고들이 제기한 소송의 결과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사고 폐지에 대한 국민 일반의 염원과 정반대의 사법부 판단에 우리 학부모들은 분노한다. 자사고는 이미 반세기 전 입시지옥과 불평등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고교평준화를 무력화시키는 제도이다. 입시지옥과 불평등교육을 심화시키는 시대착오적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자사고는 입시 특권학교이자 귀족학교일 뿐, 자사고 도입의 명분인 다양한 교육은 허울에 불과하다.

 

자사고는 1년 수업료가 1천만원 내외로 대학 등록금 수준이다. 가난한 노동자, 서민 학부모는 감히 보낼 수 없는 귀족학교인 자사고는 교육불평등의 상징이며,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자사고의 문제는 단순히 부유층 학부모가 자녀 교육을 위해 거액의 돈을 지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자사고에 보낼 만큼의 경제적 지원이 가능하지 않은 학생들이 다니게 되는 일반 고등학교는 가난한 학생들의 학교로 전락하게 되었다. 자사고 외에 외국어고등학교, 과학고, 영재고, 국제고 등 역시 다르지 않다. 말이 외국어고, 과학고, 영재고, 국제고이지 이들 학교는 입시특권학교들에 불과하다. 이 같은 입시특권학교는 이미 서울의 경우 30여 개를 훌쩍 넘어 과거 고교평준화 이전 고교 입시가 행해지던 시기의 소위 1류 학교보다 2~3배 많은 학교수이다. 법원이 자사고 폐지에 대한 국민들의 염원을 외면하지 않아야 할 이유이다.

 

법원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서울시교육청이 행한 '자사고 취소' 행정이 정당한 행정행위라고 판결할 수 있도록 서울시교육청은 자신의 정당성을 소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원은 2심에서도 고지식하게 ''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명박 정권이 국회를 거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자사고에 관한 ''을 만들었으며, 이것이 아직도 삭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정부인 현 정부에도 책임의 일단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촛불 정권이 출범하고 즉각적으로 '자사고의 법적 근거'인 대통령령을 뜯어고쳐 마땅한 일이었다. 그런데, 겨우 3년이 지난 2020년에 와서야, 2025년에 자사고에 관한 대통령령을 삭제하겠다고 하였다. 입학시험 제도를 변경하려면 국민들에게 적어도 3년 전에 예고해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2017년 또는 2018년에 자사고의 근거인 대통령령을 없애버리는 일을 하지 않았단 말인가?

 

안타까운 일이다.

서울시교육청을 향한 국민들의 염원이 모아져 자사고를 폐지하는 결정을 서울시교육청이 결단했건만, 법원은 법을 고지식하게 적용하여 자사고 폐지 행정행위가 부당하다고 판결을 하고, 이 같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국민들은 판결을 뒤집을 수 없는, 뒤늦은 원망을 쏟아놓고 있으니 말이다. 촛불시민들이 만들어 준 촛불정권은 뒷짐 진 채, 교육청에만 책임을 미루고 있다가 뒤늦게 2020년에 들어서야 자사고 대통령령 폐지를 결정했으니 뒷북 행정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라도 법원의 결정에만 목을 매는 대신, 자사고 폐지를 위해 가능한 모든 법적, 행정적 조치를 강구하라. 그것만이 촛불정부, 진보교육감들이 할 일이다. 현행 법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 자사고의 모든 비리, 부정을 찾아내어 엄중히 처벌하라.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자사고에 재정 지원을 중단하라. 무엇보다 먼저 할 일은, 이 나라 정부가 자사고는 용납될 수 없는 특권학교, 귀족학교임을 분명하게 밝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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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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