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대 신안산대교수,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이사

여자배구 선수 두명으로 인해 촉발된 학교폭력(이하 학폭) 피해자들의 호소가 이제 학폭미투로 번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이전에 모 방송사의 경연대회에 참여했던 참가자도 학폭 전력으로 도중하차하기도 했다.

이들 모두 과거를 뉘우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글을 남겼지만 피해자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만큼 그 동안의 고통이 상상 이상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사실 학폭의 상처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그 후유증도 매우 심각하다고 알려져있다. 그래서 세월이 한참 지나도 해소되지 않고 계속 남아있다가 이렇게 터져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학폭은 중대하고 진지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사안이 불거지자 어른들은 몰랐다며 발뺌하기에 바쁜 모습을 보여서 또 다른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설사 몰랐다하더라도 그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당시에 세심하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지 않았던 것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해야 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일 것이다.

이것이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폭의 민낯이다. 어른들은 학폭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어떻게든 사안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사인이 벌어지면 잘 무마할까? 그것도 안되면 빨리 처리하고 끝내기를 바란다.

이런 인식은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피해자의 회복이나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진정한 관계회복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만든다. 그래서 오래 묵은 상처들이 세월이 한참 지난 후에도 해소되지 않고 가슴속에 트라우마로 남게 되는 것이다. 결국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물론 가해자는 응당 벌을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은 처벌에 목적을 두어서는 안된다. 회복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학생 1인당 한시간에 3,000원의 특별교육비를 책정해서 무슨 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청의 이야기다. 학폭 가해자에 대한 특별 교육 예산이 이런 형편이다.

피해자를 위한 노력도 부족하지는 마찬가지다. 제대로된 상담이나 치료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진정한 관계회복, 가해자의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 그리고 피해자의 용서는 상상도 하기 어렵다. 이것이 학폭에 대응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사법의 심판도 처벌보다 교화가 목적이다. 가해자에게는 엄중한 처벌과 동시에 회복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학폭미투는 이미 처벌을 받고 충분히 반성한 가해자들도 다시 불려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자의 학폭 가해자들은 지금까지 감춰진 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으니 응당의 책임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처벌을 받고 책임을 진 학폭 관련자들이 다시 그 일로 대중에게 불려나와 비난을 받게 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전과자에 대한 사회의 차별과 다를 바 없는 폭력이다.

결국은 회복이 답이다. 학폭이 벌어지면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응당의 처벌과 충분한 지원으로 진정한 사과와 용서로 서로의 관계가 회복되도록 해야 교육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번 일로 학폭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은 다행이다. 이런 관심이 학폭에 대응하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정착하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혹여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서 이미 처벌을 받은 관련자들에게 이중 처벌이 가해지는 불행한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와 어른들이 반성하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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