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김성천교수

 

경기도교육청은 2021년 3월 조직 개편을 단행할 것을 밝혔다. 이는 ‘교육청 슬림화, 모든 것을 학교 중심으로 바꾼다’는 취지로, 주요 내용은 본청이 담당하던 고등학교 사무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고, 학교의 공통행정업무를 교육지원청에 이관하는 것으로, 지역교육청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교수학습국’, ‘경영지원국’의 2국 체제로 운영되던 6개 교육지원청에 ‘미래학교지원국(가칭)’을 신설한다. 나아가 도교육청 감사관 조직과 인원을 줄여 교육지원청의 감사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미래교육 추진과 교육 현장 지원을 위해 조직 개편을 시도하는 것 자체는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조직 개편 과정에서 조직 내부의 의견수렴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은 유감이다. 특히 학교 현장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조직 구성원 간 의사소통을 통한 민주적인 숙의과정이 없었다는 점, 교육 활동에 대한 깊은 고려 없이 행정 논리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작금의 실태를 성찰해볼 때,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 교원 및 연구자 등으로 이루어진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조직 개편의 목적은 학교를 지원하는 기능 강화에 있어야 한다.

교육지원청은 명실상부한 학교 지원 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 교육지원청의 국 단위 신설을 현장은 전혀 반기지 않는다. 부서가 만들어지면 공문과 과업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지금 현장이 요구하는 교육청의 모습은 ‘국’이나 ‘과’ 신설이 아니고,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지원하는 각종 센터이다. 고교학점제, 방과후, 돌봄, 학교폭력, 기초학력부진 등 학교만의 노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정책과 사업에 대해서 교육지원청이 과감하게 업무를 도맡아서 추진하거나, 지자체 및 시민사회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조건 부서를 신설하여 조직을 확대하기보다는, 우선 기존 조직의 비효율성을 해소해야 한다. 예컨대, 교수학습국과 경영지원국 간에 협업체계가 구축이 되었는가? 전문직원과 일반직원 간 소통과 협력 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교육지원청 내에 존재하는 소규모 팀들을 중팀이나 대팀으로 묶어내면, 혹은 각종 소규모 센터를 통합하면 당장 현장의 어려움에 대응할 수 있는 지원 인력이 나올 수 있는데 그러한 시도는 하였는가?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지원 마인드와 전문성을 교육지원청은 갖추었는가? 불필요한 사업과 규제를 여전히 강행하고 있지는 않는가? 이러한 과정에 대한 성찰과 진단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지자체의 중간지원 조직을 교육지원청은 본받아야 한다. 군림하지 않으면서 현장에 대한 서비스 기능을 강화하는 사례가 축적되고 있다. 이번 조직 개편안은 특정 직렬의 “승진자리 늘리기”로 해석될 뿐, 학교 현장을 어떤 철학으로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미래교육은 교육청의 모든 업무 담당자가 성찰과 반성을 통해 관행과 관습, 경로의존성에서 탈피하려는 치열한 혁신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별도의 국을 설치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육청의 모든 업무 담당자들이 미래교육을 실천하는 기획자이며, 실행자이며, 협력자이어야 한다.

2. 조직 개편에 앞서 교육 현장인 학교와 교육지원청의 민주적인 숙의과정을 통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한다.

이번 조직 개편은 학교 중심, 학교 지원, 교육지원청 개편이라는 가치를 표방하고 있으나 핵심 사항인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대한 의견수렴 및 논의 절차가 부실하였다. 특히 조직 개편의 목적은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고 학교를 최대한 지원하는데 있으나 그 취지와 어긋나게 실제적인 학교 현장의 교육 주체(교원, 학생 학부모)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아 혼란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조직 개편 전에 민주적인 의사소통 과정을 통해 교육지원청의 역할과 기능, 권한과 책무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업무조직과 인력 재배치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그에 따른 면밀한 준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경기교육의 미래를 결정할 조직 개편을 소수의 구성원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조직 개편 TF팀의 구성원 및 협의 사항, 학교와 교육지원청의 업무 분석 결과, 인력 재배치 등 개편에 관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충분한 민주적인 숙의과정을 통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것을 요구한다.

조직 개편안의 핵심은 본청의 정책 기능 강화를 위한 집행기능 위임, 단위학교 자치 강화를 위한 학교 공통 행정업무 이관이다. 이 안대로 교육지원청마다 미래학교지원국이 신설된다면, 오히려 학교를 지원해야 하는 교육지원청의 업무가 증대해 본 조직 개편의 취지가 사라질 수 있다. 독단적이고 모호한 협의 과정과 결정 기준은 조직 구성원 내부의 불만만 일으킬 뿐이다. 이에 지금까지 논의된 사항은 백지화하고, 조직 개편의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고, 학교 현장 중심의 새로운 조직 개편 TF를 구성한 후 공론화를 거쳐 추진하길 강력히 요구한다. 학교 현장과 학생 중심의 교육을 위한다는 취지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3. 교육자치와 학교자치를 존중하는 조직 개편과 권한 이양을 요구한다.

교육지원청이 지역 특색과 상황에 맞게 현장을 지원하는 학교지원센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육지원청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조직 개편의 세부 사항은 교육장에게 권한을 위임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교육지원청의 갈등 조정 권한을 본청에서 담당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교육자치와 학교자치의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다. 본청은 갈등의 주체들이 지역교육 거버넌스를 통해 숙의과정을 거쳐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단위학교 자치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이라면 학교 현장의 요구를 파악하는 의견 수렴 과정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특히, 유아교육, 특수교육 등이 빠진 조직 개편 논의는 모든 학생을 존중하는 교육의 공평성을 추구하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 학교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번 조직 개편은 단순 행정 논리와 직렬 간의 힘겨루기로만 보인다. 교육 현장의 당사자들의 이해와 공감을 사지 못하는 조직 개편은 결국 학교 현장에 부담과 갈등을 가중시킬 뿐이다.

결국, 현재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조직 개편은 행정과 힘의 논리로 조직 내부의 다양한 직렬 간의 갈등만을 초래하고 있다. 교육지원청이 비대화 되는 것에 대한 학교 내 일반직의 우려도 존재한다. 일반직과 교육전문직이 함께 근무하는 조직에서 공존과 상생이 아닌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현재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미래교육을 위한 개편은 허상에 불과하다. 조직 구성원인 일반 행정직(소수직렬 포함)과 교육전문직원의 목소리를 1차적으로 경청하면서 조직 개편의 목적은 학교 현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과 교원, 학부모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다른 시·도교육청의 조직 개편 시에도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 추후, 교육지원청이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연구하여 실제적인 역할과 기능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학생과 현장, 소통이 없는, 이번 경기도교육청의 교육지원청 조직 개편 방안은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2021년 01월 18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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