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대 신안산대교수,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이사

코로나 19로 가뜩이나 암울한 날들에 더욱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생후 16개월 된 어린 아이를 학대해서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정인이 사건은 전 국민에게 충격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로부터 며칠도 되지도 않아서 영하의 추위에 내복만 입고 집 주위를 배회하던 아이가 발견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연일 벌어지는 아동에 대한 가혹한 학대는 우리 사회의 아동인권에 대한 의식수준과 사회적 안정만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정인이 사건의 경우 지속적인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음에도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 불행한 사고를 막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런데 단순히 경찰만이 문제일까? 아동학대에 대한 느슨한 사회적 감수성이 원인은 아니었을까?

우리는 아동의 인권에 대해서 얼마나 높은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해보아야 한다.
그러나 사태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듯하다. 정인이 사건이 살인죄를 적용할 것인지 여부에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정작 중요한 것은 다시 놓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가해자에게로 집중된 분노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시스템의 결함을 외면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정작 중요한 책임을 진 사람들은 유체이탈 화법을 시전하며 제3자처럼 비난하는 사람들 속에 숨어들고 있음을 간파해야 한다.
이런 모든 일은 우리 사회와 국정을 책임진 정권 그리고 정치권 모두에게 있다. 그런데 그들이 가해자에게 분노하고 안일하게 대응한 경찰을 비난하는 대열에 슬그머니 올라타서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들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유체이탈화법의 재현을 보는 듯하여 입이 쓰다. 이것이 정작 이런 일들이 벌어지게 만든 우리 사회의 시스템적 결함을 감추고 소 잃고도 외양간도 못 고치는 잘못을 반복하게 할 개연성이 높다.

정인이처럼 참혹한 일을 당한 경우는 아니지만 여전히 부모나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암묵적인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이 여전히 우리 주변에 있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도 고의든 아니든 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 사회 시스템의 결함이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가능성은 몇 일전 영하의 날씨에 내복바람으로 집 주변을 배회하다 시민들의 도움을 받을 아이의 이야기가 잘 보여준다.

한 겨울에 만4세의 아이가 내복바람에 배회하였으니 아동학대에 대한 정황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살펴보면 한 부모 가정의 젊은 엄마가 일을 나가고 배고픔에 지친 아이가 집밖으로 나왔다 문이 잠겨서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19로 사회가 어렵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이 그것도 적극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어린 아이가 9시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배가 고파서 길거리를 배회한 사실에 대해서 우리 사회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 아이가 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긴급돌봄 혜택을 받지 못했는지 살펴야 한다. 한 부모 가정의 엄마가 생계를 위해서 직장을 나가는 상황에서 아이가 혼자 집에 방치된 것은 무슨 이유인지?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 이런 아동 학대와 소외의 문제는 경찰이나 관계기관 만의 책임이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가장 엄중한 책임을 져야할 주체이다. 그런데 전지적 관찰자시점에서 가해자를 비난하고 기관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하는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태도이다. ‘사람이 먼저’라는 구호는 단순히 구호에 불과했는지? 진정으로 반성하고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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