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대(신안산대학교 교수,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이사)
이성대(신안산대학교 교수,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이사)

 

                                                     

                                                     (신안산대학교 교수,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이사)

코로나 19의 상황이 좀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음에 따라 시도교육청들은 속속 전면원격수업 기간을 연장하고 수도권은 길면 내년 신학기 전까지 전면원격수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교육청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초중고의 경우 학사 마무리가 얼마 남지 않았고 곧 겨울방학에 들어가게 된다. 공립유치원도 방학시기가 다가오므로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선 교육청이 이런 결정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가운데 패싱되고 있는 교육기관이 있다. 사립유치원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목에 핏대를 세우며 공교육기관으로서 사립유치원의 책무를 주장하던 장면과 현재의 상황은 너무도 괴리가 커서 현실감이 나지 않는다.

공교육기관이면 어떤 상황에서든 동등한 지원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 어떤 공교육기관이 운영비 걱정을 하고 교직원의 고용안정을 걱정하는 곳이 있는지 묻고 싶다. 권한을 행사하려면 책임을 다해야 한다. 책임이 없는 곳에 권한은 있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교육당국의 지금까지 행태는 너무도 실망스럽고 그들이 외치던 공공성이 참으로 허망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유아교육은 사립유치원이 오랜 기간 책임져왔고 현재도 학부모의 70% 이상이 사립유치원을 선택하고 있다. 학부모부담금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국공립유치원 거의 대부분이 미달이 발생함에도 수 십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사립유치원을 선택하는 학부모들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필자가 최근에 만난 유치원 학부모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국공립 유치원은 학사일정을 일찍 종료해서 방학도 길고 코로나 19 상황에서 돌봄도 거의 없어서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기관에 맡겨야 하는 맞벌이 부부에게 사립유치원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중요한 역할을 사립유치원이 떠맡아 온 것이다. 이런 것이 사립유치원에 요구되는 공공성이다. 자 이제 국가의 차례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최전선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총알받이를 하고 있는 사립유치원의 노력과 교사들의 헌신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 제대로된 국가의 모습이다.

그런데 상황은 오히려 사립유치원의 존립 근거를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원격수업이 연장되면 당장 사립유치원의 학부모들은 학부모 부담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이것은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유치원도 안나가고 가정보육을 해야 하는데 학부모부담금을 내는 것이 억울할 것이다. 그런데 학기 중간에는 상황이 어찌될지 모르니 유치원에 적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제 1,2월에는 원격수업을 하느니 차라리 유치원을 그만두고 아동수당을 받겠다는 학부모들이 늘어날 것이다. 해마다 1,2월이 되면 만5세의 퇴원율이 높았던 사립유치원의 사례로 보아 올해는 심각한 타격으로 다가 올 것이다.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대다수의 사립유치원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한다. 어떻게 하든 교사의 고용과 교육시스템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런 상황에 대비한 적립을 할 수 없었던 사립유치원들이 원아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벌어지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하소연이다.

상황은 이렇게 심각하다. 필자가 보기에 교육청은 이런 점까지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듯하다. 자신들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몇 년전 과거 정부시절에 누리과정 지원비 때문에 정부와 교육청이 대립할 때, 교육청은 자신들의 어려움과 누리과정 지원비의 전가가 부당함을 학부모들에게 토로했었다. 재정의 어려움은 교육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하므로 국민들이 나서서 막아주기를 간절하게 호소했던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 사립유치원이 그런 위기에 봉착했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사립유치원의 교육시스템이나 교사의 고용안정이 심각하게 위협받게 될 것이다. 사립유치원의 교육시스템이 무너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이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간다.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똑같은 우리 국민이다. 그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므로 아까워하거나 주저할 일이 아니다. 국가는 책임있는 자세로 사립유치원의 어려움을 살피고 긴급돌봄과 교육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은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립유치원 개개의 기관을 위한 지원이 아니라 저출산시대의 우리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마땅한 책무를 수행하는 일이다. 좀 더 넓은 시각으로 교육을 바라보는 혜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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