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가 빠지고 현장 의견도 무시하는 토론회, 오해와 분노만 살 뿐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제공

지난 12월 18일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주최하고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이 주관한 “[2020 서울교육정책] 방과후활동을 새롭게 디자인하다. - 학교를 품은 마을, 마을과 하나되는 학교” 토론회가 온라인 생중계로 있었다.

이 토론회를 보며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우려를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다른 곳도 아닌 서울시교육청에서, 이렇게 모순되고 왜곡된 주장을 담은 토론회를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가. 우리는 이 토론회가 왜 어떻게 열렸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이를 주최한 교육청에 강력하게 항의한다.

당사자인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없는 토론회?

일단 이 토론회의 참석자들은 모두 교사출신, 연구원, 공무원 등이다. 발표자와 토론자 가운데 정작 방과후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강사들은 한 명도 없다. 마을교육 강사나 학부모도 없다. 방과후 교육을 직접 현장에서 하는 당사자나 수요자를 빼고 방과후 교육에 대한 토론회를 한다니, 이것부터 이상하지 않는가?

서울시교육청 참여협력담당관 담당자는 토론회 전 노조와의 통화에서 ‘학교안 방과후뿐 아니라 청소년들의 방과후 전반적인 활동에 관한 내용을 짚어보는 자리’라고 말했다. 그래서 ‘방과후학교를 지자체가 모두 맡으라고 주장하는 자리는 아니며, 염려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했다. 정말 취지가 그것이라면, 발표 내용중 한 부분이라도 학교안 방과후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건 왜 들어있지 않는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제공

참석자 가운데 서울시교육청 조대진 장학사와 박동국 서울교육자문관은 ‘학교안 방과후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고, 종사자들의 우려와도 상관없는 이야기’라고도 여러번 이야기했다. 학교안 방과후학교의 여러 문제점들에 대한 이야기는 수없이 이야기하는데, 그 문제점을 가장 잘 체감하고 있는 강사들의 의견과는 반대되는 제안을 계속 이야기하며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하는 이런 모순을 어떻게 봐야 할까?

박동국 서울교육자문관의 주장은 모순과 사실왜곡으로 넘쳐난다
발표자로 참여한 서울교육자문관 박동국씨는 몇 년전부터 계속 “방과후학교를 지자체에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노조와 대립한 적도 있는 인물이다. 특히 해외의 여러 사례들을 이야기하며 우리도 벤치마킹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은 모순투성이고 현실과도 맞지 않다. 일각에서 ‘방과후학교를 지자체로 이관하라’고 주장하는 것을 마치 전반적인 교육계의 요구이고 국민적인 요구인 듯 왜곡해 주장하고 있다.

특히 박동국씨는 현재의 방과후학교를 이야기하며 ‘학교에 가두는 것’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썼다. 이런 표현에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화가 난다. 정말 방과후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고 진로와 특기를 찾고 자아실현과 상호협력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함부로 이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강사들은 방과후학교를 통해 이렇게 즐거워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을 수없이 만난다. 이것이 ‘학교에 가두는 것’이란 말인가? 정말 그렇다면 교과수업도 돌봄교실도 모두 가두는 것이라고 해야 한다. 교과수업은 교육이고 방과후학교는 감금이자 학대란 말인가?

그밖에도 지자체마다 청소년수련관과 문화의 집이 모두 없어 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 방과후학교는 법에 근거가 없는데 지자체가 하는 방과후활동은 법적 근거가 있다는 주장, 해외에는 학교안 방과후도 지자체가 모두 맡아서 한다는 주장, 방과후학교의 법제화는 결코 불가능하다는 주장 등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수많은 모순으로 넘쳐난다. 일일이 반박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해 이 성명서에서 모두 다룰 수는 없으나, 모두 사실을 왜곡하고 있거나 사실이더라도 현실과도 맞지 않고 모순된 주장들이다.

박동국씨에게 묻는다. 본인이 방과후학교 강사를 단 한 달만이라도 한다면 이런 주장을 할 수 있겠는가? 함부로 말을 꺼내기 전에 학교 방과후학교에 오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종사하는 강사들의 이야기를 잠시라도 듣고 주장을 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학교에서 분기마다 하는 만족도 조사 결과만이라도 들여다보기 바란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제공

서울시교육청은 이런 모순된 토론회를 즉각 중단하라

개인적인 의견과 주장을 어디서 어떻게 이야기하든 상관할 바는 아니다. 박동국씨와 비슷한 주장은 여러 곳에서 종종 듣는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는 다른 곳도 아닌 공교육 전반을 이끄는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하였다. 발표자들도 교육청에서 선정하였다고 한다. 토론회 담당자는 ‘개인적인 의견이고, 이것이 바로 교육청의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발표자의 면면을 잘 아는 교육청이 선정을 하였고, 주장들이 모두 한 방향 일색인데, 정책의 방향과 상관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러면 학교 안 방과후학교의 문제 해결과 내실화에 대한 토론회는 왜 하지 않는가?

또 교육청 방과후학교 담당 부서의 장학사조차 이 토론회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던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토론자들이 방과후학교가 아닌 ‘방과후 활동’이라는 용어를 강조하며 학교안 방과후학교와 마을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것이라는 점을 계속 강조하는데, 정작 그중에 학교는 빠진단 말인가?

이런 토론회가 처음도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6월에도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토론회’를 하며 지금과 비슷한 내용으로 진행했고, 모순된 주장을 하는 박동국씨 역시 참석자로 있었다. 이때도 사실왜곡과 폄하에 대해 노조에서 항의서한을 전달했으나, 교육청은 멈추지 않고 또다시 이런 토론회를 주최하였다. 교육청은 학교교육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 강사들을 교육공동체의 일원으로 보기는 하는 것인가? 아니면 계속 이렇게 얕보고 무시하고 갈 것인가?

이 토론회는 사실왜곡으로 넘쳐나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도 못했고, 현장 종사자들이 참석자로 있지도 않았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지도 못했다. 교육청은 이런 토론회를 즉각 중단하고, 다시는 열어서는 안 된다.

좋은 교육을 위한다면 현장 종사자들의 이야기부터 들어라

방과후학교를 몇 년간 꾸준히 해온 강사들이라면 안다. 우리는 방과후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교과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방과후 교실로 달려와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듣는 아이들, 방과후학교를 통해 진로, 적성, 특기를 찾고 자아를 실현하는 아이들, 방황하다가 방과후학교를 통해 안정을 찾고 진로와 전공을 선택하기도 하는 아이들, 발표회나 전시회를 땀흘려 해내고 기뻐하며 눈물까지 흘리는 아이들, 졸업 후 취업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하는 졸업생들 등…. 이런 방과후학교를 일컬어 누가 감히 교육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가? 누가 함부로 가둠이고 학대라고 말하는가?

방과후학교 역시 공교육의 일부분이고, 학교교육의 한 축이다. 지금 있는 방과후학교의 문제점 역시 학교교육으로서의 내실화와 활성화를 위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토론자들이 이런저런 문제점이라고 말한 여러 문제들의 해결책은 현장에 있는 당사자인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고, 방과후학교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도 들어야 할 것이다. 당사자를 쏙 빼놓고 하는 토론회는 아무 의미도 없고 당사자들의 오해와 분노만을 살 뿐이다. 마을교육 활성화 역시 필요한 문제이나, 이를 빌미로 방과후학교를 폄하, 왜곡하거나 축소하려는 주장을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척박한 교육환경 속에서도 우리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각자의 전문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학교를 믿고, 교육청을 믿고, 학생과 학부모들과 서로 신뢰하며 자리매김을 해왔다. 우리는 방과후학교가 사교육이라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으며, 교과교육과 함께 공교육의 한 축을 이끈다는 큰 자부심으로 여기까지 왔다.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좋은 교육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교육자가 존중받고 적절히 대우받을 때 교육의 질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1. 서울시교육감은 당사자들을 배제하고, 방과후학교에 대한 폄하, 왜곡으로 가득한 토론회를 주최한 것에 대해 방과후학교 강사들에게 사과하라!

1. 서울시교육청은 이러한 일방적인 주장과 현장과 동떨어진 발표자들로 이루어진 토론회를 즉각 중단하라!

1. 서울시교육청은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학교 안 방과후학교의 활성화에 적극 나서라!

2020. 12. 21.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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