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대(신안산대학교 교수,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이사)

유치원에서 식중독이 발생하여 유아들이 투석을 받는 것을 비롯하여 115명이 유증상을 보이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 국민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높은 시기에 발생한 이번 사태는 그 충격의 여파가 남다를 뿐만 아니라 세간의 관심도 높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안전한 급식을 제공해야 할 해당 유치원의 책임이 크고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사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단체급식을 시행하는 모든 기관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해당 유치원의 대처도 참으로 아쉽고 문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대책이라는 것이 그 실효성과 적절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민의 관심에 부담을 느끼고 4000여개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전수조사를 대책으로 발표했다. 한마디로 대책이 없다는 말이다. 사후 전수조사란 대책이 될 수 없다. 대책이란 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이의 개선을 통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발표한 전수조사는 땜빵식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전수조사로 기관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주의를 기울이도록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전수조사가 전혀 불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후속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간에서는 내년 1월에 시행되는 학교급식법이 마치 사각지대에 놓인 유치원 급식에 대한 해결책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헛다리 짚고 있는 것이다.
법 제정 당시부터 학교급식법을 유치원에 적용하는 것은 유치원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유치원, 특히 소규모 유치원은 학교급식법에 따른 급식기준을 맞출 수가 없다.
이런 실정을 정부도 모르지는 않는다. 그래서 규모에 따라서 유예를 하겠다는 등의 보완책이 논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사고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제대로 급식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학부모들의 눈치를 보느라 급식을 강행해온 것은 교육당국의 책임이 적지 않다. 위생의 문제나 부실한 급식을 비난하지만 그것은 자신들이 자초한 일임을 알아야 한다.
자신들이 책임지기 싫고 비난 받기도 싫은 정부가 책임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떠넘긴 것이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급식을 할 여건이 안되는 유치원들에 대해서는 교육청이 급식지원센터를 통한 집단급식이나 외부 위탁급식을 시행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인력이 부족한 사립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급식관리까지 떠넘기고 책임회피를 한 교육당국의 반성이 우선되어야 옳을 것이다. 해당 유치원의 원장이 사과를 했듯이 교육당국도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근원적으로 이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시스템의 변화없이 학교급식법이 적용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법을 바꾸었으면 제대로 적용해야 한다. 법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급식을 중단하던지 아니면 국가가 지원을 해서라도 그 기준을 맞추는 두 가지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하게 법적용을 유예하는 식으로 문제를 키워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법 제정에 앞장섰던 정치인들은 다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자신들이 만든 법이 엄정하게 적용되도록 하려면 힘없는 기관만 닦달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도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그것이 법을 만든 자신들의 의무이다.

무슨 일이 터지면 무언가 일을 하는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대책을 내놓고 엄정한 대처를 외치지만 실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하고 확실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재발을 막는 최선의 길임을 되새기기 바란다. 교육당국은 흥분한 여론이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제대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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