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로 인해 우리 사회는 많은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경험들은 우리 사회 시스템의 허점과 불완정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장기간 학교가 휴교를 하고 온라인 개학을 거쳐 등교를 하게 되면서 학교가 얼마나 많은 것을 떠안고 왔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이 이런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취약한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동학대 사건과 보호자로 부터 방치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이까지 불과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련의 사태는 코로나19로 인해 장기간 학교에 등교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동안의 모순들이 수면으로 드러난 결과이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의 안전망에 대해서 심각한 문제의식으로 다시 살펴보고 시스템의 재정비 필요성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아동학대가 교육기관을 통해서 발견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갈 때 그나마 한 끼라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은 우리 학교가 그나마 안전하다는 긍정적인 증거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 대해서 학교에만 과도하게 책임을 지우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음이 그대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가정에서 어른들의 학대로 숨지고 목줄에 묶여 있다 탈출하는 상황에도 아이들이 교육기관에 가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든 이런 사회문화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아이가 굶다 지쳐서 우울증에 걸리고 이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방치한 것은 그 보호자만 탓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물론 일차적으로는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더라도 학생들의 학업상황이나 생활지도를 소홀히 하지 않았어야 하는 학교와 교육당국의 책임이 크다. 온라인 수업이나 농산물 꾸러미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에만 신경을 쓰고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위기에 처한 아이들은 방치해온 교육부, 교육청, 학교는 어떤 말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책임을 교육당국과 학교에만 돌릴 수는 없다. 주민의 삶을 보살피고 책임져야 할 지자체도 이런 특별한 재난 상황에서 가장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는 취약층에 대한 지원 대책을 수립하고 꼼꼼하게 살폈어야 한다. 누구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교육당국과 지자체 간의 영역 나누기와 업무 미루기도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등교할 때는 교육당국의 책임이고 방학이나 학교에 나가지 않는 시기에는 지자체의 책임이라는 식의 책임 소재만을 가르는 행정이 이런 사각지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업무의 구분으로 책임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협력으로 함께 책임지는 자세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이에 우리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이하 교연넷)는 이번 일련의 사태를 계기로 교육당국과 지자체가 상호 긴밀한 협력체제로 위기의 아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교육당국과 학교 그리고 지자체가 긴밀한 연계체계를 구축하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공동의 지원체제를 만들어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사회가 위기에 처할수록 가장 먼저 위험에 내몰리는 것은 그 사회의 취약층이다. 그래서 국가는 그런 취약층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최우선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당연한 역할이다. 사회적 위기에서 교육당국과 학교가 가장 먼저 마련해야 할 대책은 위기의 아이들을 보호하는 행동이다. 우리 사회와 교육당국 그리고 학교는 이런 기본적인 책무를 소홀히 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진지한 반성위에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을 확실하고 안정적인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 19 이후는 이전의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것이라는 것은 굳이 전문가들의 말이 아니라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교육 시스템과 학교의 역할이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전환되는 것은 선택이 아니다. 이런 새로운 사회는 새로운 기준을 필요로 한다. 이에 마땅한 역할과 대응을 요구하는 시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2020년 6월 12일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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