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9일 교육부가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예고했다가 불과 이틀 후 철회하는 황당한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교육부가 남긴 것은 방과후강사와 돌봄전담사들의 깊은 상처와 관련 당사자들의 참담한 싸움! 그 싸움을 날것으로 지켜 본 학부모들의 실망뿐이다.

 

학부모의 요구는 간절했고, 코로나 등 어떤 재난 속에서도 성실히 수행한 돌봄교실이었다.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과 사교육비에 휘청이는 학부모에게 방과후학교는 안정적 공간에서 특기·적성·예체능 등 다양한 교육적 기회를 제공해왔다. 그럼에도 아무런 법적 근거조차 없어서, 늘 책임도 지원도 표류해왔다. 이제서야 출생신고라도 하는가 싶더니 교원단체들의 반발에 막혀버렸다. 방과후학교(돌봄교실) 입법은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부가 추진한 입법 또한 코로나 시대에 학부모 등 우리 사회가 학교에 요구한 것이 무엇인지를 반영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그러나 경솔했다.

 

교원단체들은 교육철학에서 벗어났다는 주장까지 하며 법안에 반대했다. 국가교육과정 외에는 학교의 역할과 교육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과연 공교육이란 그런 것인가. 민주적이고 인간화된 교육, 아이들의 정서적 발달과 안정은 물론, 다양한 가능성을 끌어내는 전인교육이 과연 그런 것인가. 우리는 학교에 무리한 요구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인가. 학교는 지역 커뮤니티의 핵심 거점이다. 그럼에도 지자체와 학교를 분리하고, ‘교육’과 ‘보육’을 법과 행정논리로 구분하는 교원단체들의 철학은 빈곤하기 짝이 없고, 연대는 종적을 감췄다.

 

문제의 핵심은 교육과정이냐 아니냐, 교육이냐 보육이냐가 아니다. 교사들은 교사들 본연의 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역시 그 나름의 역할과 권한을 보장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핵심이다. 교사업무 경감을 위한 가장 빠른 해결책 역시 돌봄전담사와 방과후강사에게 권한과 일을 주어 독립적 내실화를 꾀하면 된다. 우리도 법적 신분이 부여되어, 그에 따르는 업무 권한과 책임을 수행하길 원한다. 이렇게 서로 머리를 맞대 역할을 구분하고 발전을 모색할 일이지 무조건 반대하고 나가라고 할 문제인지 안타깝다.

 

누가 책임을 맡든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은 학교에 머물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듯 학교는 교육과정 중심 공간이라는 것도 현실이다. 모두 서로의 존재와 현실을 인정하고 확대된 공교육의 역할도 인정해야 한다. 이미 자리 잡은 변화도 행정적 경계를 따져 부정하면서, 어찌 입시교육 폐지라는 원대한 미래를 도모하는지 난감하다. 무상급식이란 변화는 어떻게 이뤘고, 아이들과 학부모 중심 교육으로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함께 논의할 수 있길 바란다. 모든 국가기관은 과거의 틀을 벗어나 주민과 가깝게, 시대변화에 맞게 기능을 확대해왔다. 하물며 다양한 아이들의 다양한 욕구와 가능성을 응원하고 지원해야 할 학교라면 두말 할 것이 없다.

 

전국의 지자체는 학교돌봄과 방과후학교를 떠맡을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다. 또한 지역 간 격차도 커서, 지자체 이관은 또 다른 교육불평등을 초래하는 성급한 주장이다. 게다가 같은 노동자로서 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불법파견, 간접고용 등의 문제에 대해선 생각조차 없는 주장들은 아프기까지 하다. 코로나19로 생계절벽에 서 있는 방과후강사의 처지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단시간제 고용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을 요구받고, 교육당국 지침에 있음에도 눈치봐가며 ‘함께 하는 긴급돌봄’을 부탁하고, 불청객처럼 겸용교실에 들어서는 돌봄전담사의 심정을 단 한 줄이라도 써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교사들이 업무 경감을 통해 수업 혁신에 전념하기를 바란다. 당장 지자체 이관이 능사가 아니다. 수많은 문제와 우려가 발생하는 일임을 교원단체들은 간과하지 않길 바란다. 무엇보다 교육당국에 요구한다. 책임과 지원을 다해 관련 당사자들과 협의하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법적 근거를 기초로 움직이는 교육당국이다. 그들의 책임과 지원이 가능하기 위해서도 법적 근거 마련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이번과 같은 졸속 추진, 상처와 갈등만 남기는 추진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코로나19로 돌봄교실의 사회적 가치는 더욱 확고해졌고, 방과후학교를 둘러싼 갈등이 심각한 지금이야 말로 교육당국이 결자해지의 책임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교육부는 사죄하고 답하라!

 

2020년 5월 2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 민주노총 서비스산업연맹 방과후강사노동조합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 민주노총 서비스산업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 전국여성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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