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방과후 이대로 가야 하는가?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연재 합니다.

 

코로나19로 방과후학교가 전면 중단된 지금,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매우 힘듭니다. 정부당국에 생계대책을 마련하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이 와중에 학교의 다른 구성원들의 이해관계 사이에 갈등까지 불거져 더욱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방과후학교 강사는 정말 학교와 계약한 개인사업자이고, 따라서 일이 없으면 강사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요.

 

방과후학교 강사는 정말 사업자일까요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정말 자기 사업을 하는 개인사업자이고, 학교 공간을 잠시 빌려쓰는 이들일까요. 형식적으로는 학교와 ·수탁 계약을 체결하니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방과후학교 강사가 정말 학교와 계약한 사업자라면, 자기 사업을 하는 학원이든 연습실이든 공방이든 하나씩 갖추고 있어야 하고, 이 사업이 주된 일이고, 그 거래처의 하나가 학교이고, 그 업무의 하나로 방과후 수업 몇 개를 계약하여 하는 것이어야 말이 됩니다. 그런데 제가 만나본 강사들 중 진짜 이런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한 곳 학교에서 부업 정도로 하는 강사들도 있지만 절대다수는 본업이고 주 소득원입니다.

또 정말 사업자라면 자영업자 또는 소상공인이라는 말인데 정부나 금융기관이 하는 소상공인 대출이나 지원대책 어느 것도 해당되지 않습니다. 어떤 제도에서도 사업자로서의 책임만 물을 뿐 대우를 해주지 않습니다.

또 정말 자영업자라면 수업시간, 수업내용, 수업공간, 수강료, 휴강, 보강, 환불 등에 대해 자기가 결정하거나 적어도 절대적 권한을 갖고 흥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방과후학교 강사들은 이럴 권한이 하나도 없습니다. 사장님이 자기 일하는 방식도 맘대로 정하지 못하다니요?

또 정말 사업자라면 교육청에서 주 15시간 미만으로 수업시간을 제한하라는 지침을 만들었을 리 없습니다. 이건 무기직 노동자로 간주하는 해석을 피하기 위한 꼼수입니다. 사장님이 일하는 시간도 못 정하다니요?

방과후학교 강사는 학교가 제시하는 대로 강사료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재계약에 대한 불안 때문에 강사료 인상 얘기는 꺼내기도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강사료는 지난 10여 년 동안 제자리걸음이거나 삭감되기까지 했습니다. 영업을 할지 말지, 상품이나 서비스를 얼마에 팔지 스스로 정하지도 못하는 자영업자라니요!

 

원래 그런 자리란 없습니다

이처럼 방과후학교 강사는 모든 것이 학교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학교의 노동자입니다. 아니, 노동자만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학교에 떼쓰고 요구해서공간을 빌려쓰고 돈만 벌어간다는 말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입니다. ·수탁 계약을 맺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발생한 일입니다.

1989년 전교조가 처음 만들어질 때도 엄연히 불법단체였습니다. 당시에는 공무원 신분인 교사가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불법이었고, ‘노동이라는 말만 꺼내도 찍히는 시절이었습니다.(지금도 원칙적으로는 법외노조네요.) ‘어디 선생님이 노동자라고···’하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불법이라는 낙인과 1,000명이 넘는 해직을 무릅쓰고 선생님들이 노조를 만든 것도 원래 그런 자리라는 낙인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공무원 신분으로 원칙적으로 노동3권이 없지만 엄연히 노동자이자 교육자로서, 또 국민으로서 권리를 주장하고자 하는 자각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게 보수세력과 권력자들의 뭇매를 맞아가며 싸워서 권리를 이끌었던 선생님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학교의 또다른 교육자들이 비슷한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그것도 주로 먼저 권리를 주장했던 교사들로부터 말입니다.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수탁 계약을 맺는 것은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결과라는 주장은 그래서 틀렸습니다. 학교에서 수업할 수 있는 선택지가 오롯이 그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길입니다. 강사들 자신들이 동의한 계약이니 이에 대해 아무 책임도 없고 따져묻지도 말라고 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고 속사정을 모르는 말입니다. 거꾸로 입장을 바꿔 이렇게 말한다면 듣기에 어떨까요.

 

교사들은 정치활동의 자유가 제한된 것. 그거 법에 정해진 건데, 알고 교사 시작한 거 아니냐. 학교에 방과후학교나 돌봄교실이 있는 것도 예전부터 그랬고, 관련한 행정업무 많고 교사들이 할 일 담당해서 해야 하는 것도 알고 교사 된 거 아니냐. 임용고시 보고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시작했고, 이 과정에 그 어떤 강요도 없었다. 이걸 부당하다고 따지지 마라. 교사의 할 일이 아니라고 우겨대지 마라.”

 

어떤가요. 선생님들이라면 읽기만 해도 화가 나실 것입니다. 이걸 읽는 선생님들의 심정이 지금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심정입니다. ‘능력에 비해 덜 받는다고 생각하면 다른 자리로 가든지라는 말도 교사들은 행정업무 원래 해야 하는 것 알 텐데, 굳이 싫다면 교사를 그만두든지라는 말로 바꿔 말한다면 심정이 이해가 될까요.

더욱이 학교는 공교육을 하는 기관입니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합니다. 교사들만이 내는 세금으로 교사들이 하는 교과수업만을 하지 않습니다. 교육감도 교사들이 뽑는 것이 아니고 국민 모두가 뽑습니다. 그래서 학교에는 교사가 하는 교과교육뿐 아니라 방과후학교고 있고 돌봄교실도 있고 도서실도 있고 급식, 상담, 진로지도 등 여러 할 일과 영역들이 있고 여기 종사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국가기관에서 교육하는 모든 이들이 적절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신분도 안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무리한 주장일까요?

·수탁 계약을 한 사업자라는 신분은 국가가 책임을 지고 적절한 제도적 근거를 만들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이 갈 수밖에 없는 선택지입니다. 누가 봐도 학교의 지시를 받고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인데요.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개인사업자니 수업을 안 했으면 수업료를 받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며 애써 무시하는 것은 전혀 교육적이지도 정의롭지도 않습니다. 마치 노예는 주인이 밥을 안 주면 굶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과 같습니다.

 

차별은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합니다.

우리나라 성별 임금격차가 OECD 국가들 중 최고라고 하지요. 직장에서 여성들이 받는 대우와 급여가 남성에 비해 낮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업의 내규나 법령상의 규정을 보면 차별이라고 할 조항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규정상 아무 근거가 없는데 무엇을 보고 차별이라고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있지만 이른바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차별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근거나 형식이 아닌, 겉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 내재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개인사업자이니 지금의 상황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고, 비판도 비교도 하지 말라고 하는 것 역시 차별이고 크나큰 폭력입니다. 방과후학교 강사를 단 몇 달만이라도 해보고 이런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방과후학교도 학교의 교육입니다. 방과후학교 강사도 교육자이고 아이들의 선생님입니다. 교실을 빌려쓰는 것이 아닙니다. 잠시 들렀다 가는 보따리장사 정도로 취급하지 말기 바랍니다. 교장, 교감, 교사들의 직장동료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하는 교육 역시 잘 되고 꽃을 피우고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함께 힘쓰면 좋겠습니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모두 더럽다고 손가락질했던 길에 버려진 강아지똥이 예쁜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새싹과 빗줄기가 함께 꼭 껴안아주었기 떄문입니다.

저작권자 © 티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