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교원능력개발평가, 담론의 폭력성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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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교원능력개발평가, 담론의 폭력성을 경계한다.
  • 구자송 기자
  • 승인 2020.02.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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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대(신안산대학교 교수,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이사)

인간은 자신의 고유한 생각과 주체적인 판단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파악한다고 믿는다그러나 많은 사고 실험과 철학자들에 의해서 이것은 허구임이 드러났다. 사람들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 사회에 스며들어 구성원들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담론에 의해 통제되고 지배담론의 구조 내에서 사고할 뿐이다.

이런 사례는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까지 아무런 거리낌없이 신자유주의 지배담론을 수용하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것에서 잘 볼 수 있다이념적으로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혐오와 거부를 드러내고 비판하지만 개별적인 사안들에서는 신자유주의를 지탱하는 수단들임에도 지지를 표하는 이중성을 보인다신자유주의 가치관이 반영된 대표적인 사례로 성과관리와 평가체계를 들 수 있다.

성과관리와 평가는 조직의 구성원 개개인을 보편성이라는 표준화된 규준으로 구분하고 이를 기준으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개인을 배제하는 도구로 강력하게 작동한다. 구성원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는 수단으로서의 의도가 너무도 명확하게 반영된 담론이다.

이익의 극대화를 지상과제로 하는 기업에서 이런 도구들을 일찍부터 적극적으로 도입해왔음에도 그 폐해와 문제점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한 접근에 대한 비판과 거부의 움직임은 공동체를 지향하고 다양성과 맥락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지배담론은 우리 사회 깊숙이 스며들어 뿌리내리고 있으며 교육계도 예외는 아니다. 성과관리와 평가라는 지배논리가 학교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동원되어 교육현장에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음에도 최근에 진보적인 학부모 단체가 교원능력개발 평가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그 위험성에 대한 반발로 법률 제정이 무산되기도 했지만 법률도 없이 막무가내로 시행령 개정을 밀어붙여 위법적인 상황에서 강행되고 있다.

평가가 무슨 문제이고 당연한 것이 아니냐? 평가를 거부하는 것이 말이되느냐? 라는 반문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평가는 표준화를 지향하고 측정 가능한 획일적인 결과를 생산하도록 하는 통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그 사이에서 측정되기 어려운 중요한 가치들이 생략되거나 삭제되는 문제를 필연적으로 초래한다. 교사와 학생간의 깊은 신뢰. 학생의 도전을 위한 교사의 진지한 접근 같은 것 말이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와 장면들이다.

그리고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교원능력개발평가는 자체로도 수많은 허점과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모법도 없이 시행령만으로 막무가내로 진행되다보니 평가자체가 부실하다. 게다가 학부모들의 관심이 낮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참여도가 형편없이 낮다. 그래서 해마다 평가 시기가 되면 학부모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 교사들이 학부모에게 평가해달라고 사정해야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공개수업에 조차 참여하지 않은 학부모들이 수업을 평가하는 평가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정확한 설문을 위해 필요한 신뢰할 수 있는 표본 자체가 적어서 심각한 통계적 오류를 유발할 수 있다. 신뢰성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평가를 하는 학부모는 교육의 공동책임자이자 공동구성원이다. 우리가 늘 외치는 교육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학부모는 교사를 평가할 평가자가 아니라 협력하고 함께 책임지며 평가받아야 할 피평가자이다. 학부모는 교육소비자가 아니라 교육에 대해 공동의 책임이 있고 질 높은 교육을 위해 학교와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자각할 때 교원평가에 대한 그리고 교사와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시각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는 서로 비난하고 불신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향해 열린 공동체적 만남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것은 평가보다 몇 천배 더 중요한 교육적 가치이며 진전이다.

물론 교원평가가 완전히 의미가 없고 불필요한 것이라는 주장은 아니다. 학생들이 적어내는 주관식 평가는 상당히 의미 있고 교사들이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는 것이 현직 교사들에게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런 자정작용적 요소만 채용해도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평가가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구성원의 열린 만남이다. 이미 혁신학교 운동으로 교사들의 헌신성과 사명감은 확인되고 있다. 그들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교사는 지지와 협력의 대상이지 통제하고 관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교사를 지지하고 신뢰를 보내는 것이 우선이다.

어떤 제도나 행위도 교육을 제대로 된 교육을 지원하고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그런 대전제에 동의한다면 우리에게는 단순한 질문 몇 개로 교사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다 - 교사의 주관적이고 맥락적인 학생과의 상호작용을 읽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 책무가 있다.

평가의 담론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은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파괴력이 있다. 평가라는 괴물은 모든 것을 평가기준으로 환원시키는 무서운 힘이 있다.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특정화된 방식으로 계산적이고 형식화된 교육활동으로의 획일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제도 자체의 결함도 결코 가볍지 않고 지향하는 가치와 목적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는 교원평가가 누구를 위한 평가인지 무엇을 위한 평가인지 다시 생각하고 고쳐 생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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