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은 지난 9월 5일, ‘2020 서울학생 기초학력 보장 방안’을 발표하였다. 핵심내용은 2020년부터 초3, 중1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검사 실시, 초2 집중학년제로 기초학력 부진 조기 예방, 중학교 기본학력 단위학교 책임지도제 강화, 지역별 학습도움센터 구축 및 난독·경계선 지능 전담팀 신설 등이다.

○ 배움이 느린 학생에 대한 지원은 꼭 필요한 일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러한 학생들에 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울이려는 시도 자체는 긍정적인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그것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위험이 큼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초3, 중1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실시하겠다는 부분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교육부 발표안의 반발을 우려해 ‘일제고사 아님’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실시 시기를 3월 중 학교가 선택하고, 검사지도 6종 중 선택, 검사방법은 온라인, 오프라인 중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초학력 문제를 ‘진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접근하는 시각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이미 각 교실에서, 학교에서 ‘진단’은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진단’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지원책이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진단검사를 강조하는 교육청의 발표는 결국 학교현장과 교사들을 믿지 못한다는 것에서 출발하여 표준화된 검사도구를 통해 학생들을 선별해내겠다는 입장과 다르지 않다. 이는 결국 줄세우기와 낙인효과 등 교육적 부작용을 유발하는 일제고사일 뿐이다.

○ 또한, 평가 결과가 절대 학교 밖으로 유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는 교육청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회의원, 시의원이 정보 공개를 요청할 때 과연 교육청이 거부할 수 있겠는가. 강북·강남의 비교는 물론 학급별 순위까지 그대로 매겨지는 지역별·학교별·개인별 낙인 효과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는 수업시간 외 지도 부분도 대안이 없다.

○ 우리가 근본적으로 짚어봐야 할 것이 또 있다. 바로 ‘기초’가 무엇이고 ‘학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점이다. 사회적 합의조차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초3은 읽기, 쓰기, 셈하기의 3R’s, 중1은 기초학력(3R’s)에 국·영·수의 기본학력까지 추가하여 제시하고 있다.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기초학력을 이처럼 정의하는 순간, 모든 학교 활동은 이것을 기준으로 움직이게 된다. 결국, 학교현장은 부진아를 선별하느라 바쁘고, 부진아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제대로 했는지 교육청의 지도·감독에 몸살을 겪게 될 것이며, 부진아로 낙인찍힐까봐 걱정하는 학부모의 우려를 이용해 사교육 시장은 들썩일 것이다. 결국 제대로 된 진단은커녕 실효성있는 지원책조차도 그 빛을 잃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 ‘배움이 느린 학생’이 존재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학습결손, 학습장애, 가정요인, 정서요인 등 매우 복합적이다. 지금까지 서울의 혁신교육은 ‘기초학력 부진’이라는 표현을 굳이 사용하지 않고 ‘배움이 느린 학생’에 대한 지원을 이야기해왔다. 학생들을 손쉽게 ‘부진아’로 낙인찍지 않고 학생의 다양한 역량에 주목하면서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지원하는 방향이 혁신교육의 방향이었던 것이다.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기초학력 보장 방안’은 이러한 혁신교육의 흐름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혁신교육의 토대 위에 ‘기초학력 보장 방안’이 자리잡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방향의 교육정책이 탄생한 것이다.

○ 이에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서울시교육청은 초3, 중1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검사 실시 방침을 철회하라!
하나. 배움이 느린 학생에 대한 원인 분석과 배려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지원정책을 마련하라!
하나. ‘기초학력’에 대한 개념과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2019년 9월 17일
서울교육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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