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배려 대상자’ 3%만 뽑은 상산고에 면죄부를 주는 것입니까!

교육부는 오늘 26일 전북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이 요청한 전북 상산고·군산 중앙고·안산 동산고에 대한 자사고 재지정 취소 동의 여부를 발표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안산 동산고와 군산 중앙고에 대해서는 재지정 취소 동의를, 전북 상산고는 재지정 취소 ‘부동의’를 결정하였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교육부의 상산고 재지정취소 ‘부동의’와 관련하여 자사고의 사회통합전형 의무에 면죄부를 주는 결정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합니다. 전북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은 이미 5년 단위 엄격한 재지정평가를 통해 전북 상산고, 안산 동산고, 군산 중앙고에 대한 자사고의 재지정 취소를 결정하였고 절차에 따라 일반고로 전환하고자 교육부에 동의를 요청한 것입니다. 지정 목적 달성과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교육청으로부터 평가 받은 자사고에 대한 교육부의 역할은 해당 시·도교육청의 평가과정과 결과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교육부는 교육 기회 균등을 위한 사회적 배려 대상자 선발 항목에 대한 상산고의 적극적 선발의무가 없다고 결정하여 면죄부를 주는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상산고는 구(舊) 자립형사립고에 해당하는 자사고입니다. 구(舊) 자립형사립고의 경우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선발하는 사회통합전형비율의 법적 의무가 규정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10월 24일 교육부는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확정 발표하면서 상산고를 포함한 구(舊) 자립형 사립고에 사회통합전형 의무 비율을 연차적으로 확대할 것을 권장한다고 명시했으며, 2014년부터 시작되는 자사고 5년 단위 재지정평가에 사회통합 선발 노력정도를 포함하여 구(舊) 자립형사립고의 사회통합선발을 유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표] 교육부의 구 자립형사립고 사회통합비율 확대 권장안(2014.10월)

[출처 :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확정안 교육부 보도자료 (2013.10.24)

상산고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이 아니라 권장이었다, 비율을 올리라고 했으면 올렸을텐데 교육청이 공문으로 따로 권장하지 않았다, 공문의 제목이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여서 사회통합전형 비율을 올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식의 대답을 해 왔습니다. 이제껏 비율확대가 사회적 책무인지 몰라서 고작 3% 내외로 선발한 것입니까? 공교육기관의 사회적 책무를 누구보다 엄히 요구하고 평가해야 할 교육부가 이런 상산고의 이의를 받아들여 자사고의 사회적 책임 의무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것은 정권마다 반복되는 ‘자사고 봐주기’라고 밖에 평가할 수 없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대다수의 광역단위 자사고는 3% 수준이 아니라 사회통합 20% 의무비율을 법적으로 부여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자사고와 달리 전국 단위 학생 선발이라는 엄청난 특권을 누리고 있는 상산고에게 고작 3% 이상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선발하라고 요구하고 평가하는 것이 위법이라는 것입니다. 사회통합전형 비율 의무는 일반고에 비해 3배 이상, 연간 1천만원 이상을 부담해야하는 자사고가 헌법상 교육 기회 평등을 위해 마땅히 져야 하는 사회적 책무인데도 불구하고 부동의를 결정한 것에 대해 교육당국에 실망을 금할 수 없습니다. 최근 심지어 여당의원이 포함된 다수의 국회의원들이 기준 미달의 성적표를 받은 상산고의 구제를 위해 한마음이 되어 교육부를 압박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래서 결국 문재인 정부의 교육 철학이 정치권의 압박에 항복한 것입니까?

부에 따른 교육격차와 고교서열화, 극심한 교육 경쟁, 지정 목적의 왜곡 등 자사고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평가는 이미 오래전에 끝이 났습니다. 그런데도 재지정취소가 결정된 학교를 굳이 다시 살린, 그것도 사회통합전형 비율 의무를 이유로 구제한 이번 교육부의 ‘부동의’ 결정은 정부가 교육 개혁은 물론 교육 철학에 대한 향방을 잃었다라고 밖에 평가할 수 없습니다. 정시확대 기조와 함께 일련의 교육정책 방향은 계속 후퇴하고 있었고, 이번 결정은 고교체제 개편마저 제대로 해낼 의지가 없음을 확인하게 합니다. 교육부는 자사고로서의 본래 목적인 교육과정의 다양성을 상실하고 입시사관학교로 평가 받고 있는 상산고의 재지정취소를 ‘부동의’함으로써 스스로 공약과 국정과제의 실패를 자인했습니다.

또한 자사고의 운영 성과 평가는 법적 의무 사항이며, 무엇보다 각 시·도 교육감의 고유권한에 해당합니다. 현 정부는 지난 2017년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지정 및 지정 취소에 대해 교육부가 가진 동의권을 폐지하고, 그 권한을 온전히 시·도교육감에게 부여하겠다고까지 밝혔습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대등한 협력적 관계라는 인식하에 교육부의 권한 배분을 통한 교육자치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시·도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평가는 지역별 여건을 고려한 교육자치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자치를 앞서 이야기한 이 정부가 전북교육청의 과정과 결정을 존중하지 않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부동의’라는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오늘 교육부의 결정을 통해 확인된 것은 교육부가 밝힌 재지정평가를 통해 단계적으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방법은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재지정평가때마다 기준 점수를 통과한 자사고가 5년간 그 지위를 갱신하면서 고교서열화의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합니다. 법에서 특권학교 지위를 인정하는 조항을 삭제해 고교 서열화로 인해 파생되는 심각한 문제들을 시급히 해결해야 합니다. 정부는 고교체제를 개선하는 것과 동시에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가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떤 학교는 선호하는 학교, 어떤 학교는 기피하는 학교로 국민들에게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교가 특별한 학교로 평가받는 교육 희망이 실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교육부에 촉구합니다. 실패한 자사고 정책을 붙들고 언제까지 표류할 것입니까? 원칙대로 하십시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더 이상 후퇴하지 말고 공약 실현을 통해 반드시 이 약속을 실현시켜줄 것을 문재인 정부에 촉구합니다.

2019. 7. 26.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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