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틀 그대로 하는 교육부 숙려제, 교육의 탈을 쓴 아동학대

김승환 시도교육감협의회장

김승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은 지난 7일 학교폭력법 개정 국회 토론회를 앞두고 사전 인터뷰에서 학교폭력의 본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학교 폭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폭력은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론입니다.

그리고 “학교 폭력이 아이들 삶의 본질인가? 아니면 현상인가?”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학교 폭력이 아이들 삶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 표현을 하진 않지만 사람들의 말하는 것, 글 쓰는 것, 그리고 정부의 대책 이런 모든 것들이 학교폭력은 학생들 삶의 본질이다 이렇게 보는 걸 전제로 하는 거에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보는 게 아니고 “학교폭력은 아이들 삶의 현상이다”라고 보는 거에요. 현상이 있으면 본질이 있는 것입니다. 그 본질이 우리 아이들의 삶인데 그 아이들의 삶이 어떤 것이냐는 거예요. 특히 대한민국에서의 아이들의 삶은 어떤거냐? 이미 국제적 지표에서도 드러나고 있잖아요.

OECD가 주관하는 PISA(국제 학업성취도평가)평가에서도 드러나는 것처럼 우리 대한민국 아이들은 그 어느 나라보다 학습 흥미도가 떨어집니다. 점수는 높은데 공부하는 게 재미가 없어요. 공부가 재미없다는 것은 삶이 재미없다는 거예요. 여기에서 여러 가지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 본질을 드러내는 것들이 나타나는 거예요. 그것이 학교폭력이고, 학생자살이고, 게임중독이고, 교권침해, 그리고 흡연, 음주, 성범죄 이런 것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역기능 현상들을 제공한 것이 누구냐는 거에요.

아이들이 만들었냐? 아니면 아이들이 아닌 그 누군가가 아이들의 삶을 그렇게 만들었냐는 거예요. 나는 우리 아이들이란 존재를 나쁜 존재로 보지 않아요. 아주 좋은 존재로 보고 있어요.

이런 아이들의 삶을 망가뜨린 것이 바로 어른들이고, 그 어른들의 심리속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것이 탐욕이에요. 그것이 우리 아이들의 삶을 이렇게 만들어 버린 거예요. 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일어날 때마다 아이들 탓을 하는 거죠.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으로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라는 그 대책이 나왔을 때, 나는 교육감들과 장관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학교 폭력에 대해서 두 가지의 시선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요즘 아이들 왜 이래, 또 하나는 요즘 아이들의 삶을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 이 두 개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교육부의 시각은 요즘 아이들 왜 이래 이렇게 나오고 있는 겁니다. 내 말이 틀립니까? 그 당시에 그렇게 내가 지적을 했거든요. 이런 식으로 대책 백날 세워 보십시오. 해결되는가. 해결 안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겠는가? 아이들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이 모든 것들을 거둬내야 합니다.”

이 나라의 교육 시스템이 경쟁시스템에서 협력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엄청나게 높은 수준의 학습을 강요하고, 엄청나게 많은 분량의 공부를 하도록 하는 것 이것은 교육의 탈을 쓴 아동학대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이런 학대를 일상적으로 저지르고 있습니까? 이 나라 모든 학생들을 수학교사로 만들겁니까? 도대체 일본과 한국 빼고 수학에서 미분 적분을 가르치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그렇게 수많은 시간을 영어수업에 소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말 한마디 못하는 영어교육 이런 것들이 아이들을 지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서로 싸우기도 하고, 음주도 하고, 게임에 몰두하기도 하고, 이렇게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학교가 일자리 창출하는 곳입니까? 학교 폭력문제를 이렇게 부각시킨 다음에 정권이 한 일은 학교폭력지도사를 만들어내고, 학교폭력 예방유공 교사들에게 가산점을 주고 혜택을 주고 이런 식으로 나왔습니다. 이게 도대체 정권이 하는 짓입니까?

이런 말을 했더니 느닷없이 장관이 훈령을 가지고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라고 했잖아요. 아니 이 사건을 헌법 재판소가 4년 끌고 있다가 합헌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답답한 것이 옛날 그 틀을 그대로 가지고 여기저기서 대책을 세우고 논의를 한단 말입니다. 숙려제를 한다고 하고 그러니 교육감인 나는 얼마나 답답하고 아이들은 어떻겠습니까? 정말 어른들이 아이들 시각으로 볼 때 당신들의 천국만 만들고 있는 거예요. 그렇게 밥 빌어먹고 있고.

그러다 인성 문제가 나오죠. 인성교육진흥법을 통해서 인성을 기르겠다? 세상에 이런 발상이 세계 어느 나라에 있습니까? 인성교육진흥법을 주도한 사람들의 인성은 어떤데? 그래서 이 정도로 이 문제를 정리하고 있어요.

어른들 범죄의 경우에도 국가권력이 하는 일이 범죄자를 처벌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이미 몇 십년 전부터 미국에서는 범죄피해자학이 발달을 하고요.

근데 핵심은요 국가권력 국가의 형벌권이 범죄자에게 범죄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을 했다, 그래서 범죄피해자가 안고 있던 여러 가지 피해가 해소됐다, 이런 건 아니라는 거예요. 언제 해소되느냐? 그 범죄자가 범죄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뉘우치는 것, 내가 잘못했습니다, 내가 지은 죄가 이 형벌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진정으로 내가 용서를 받을 때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오늘 날 (우리가 말하는) 화해라고 하는 거예요. 일반 성인 범죄에서 그런데 성장과정에 있는 아이들의 다툼 문제에 대해서 국가가 이렇게 이중처벌의 칼까지 들면서, 주홍글씨까지 새기면서, 이렇게 잔인하게 나오는 이유가 뭐냐는 거예요 그 정당성은 어디서 구하느냐?

“학교폭력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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